2024년 4월 24일(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한국 사회 멍들게 하는 3가지 ‘구멍’

더나은미래와 아산나눔재단이 함께 연 공동 기획 포럼 ‘아산미래포럼’의 분과별 회의에 참석해보니 놀라울 정도로 문제의 현상과 본질이 비슷했습니다. 각 분과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이라서 겪는 어려움 외에도 장애, 탈북, 미혼모, 비행, 가정 외 보호 등 또 다른 장벽을 하나씩 지니고 있는 이들의 문제를 다룹니다. 분과별 문제의 공통점을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제도나 정책 자체만을 보면 사각지대가 없을 정도로 ‘해외의 좋은 사례’를 잘 벤치마킹해놓았습니다. 마치 정책 쇼핑이라도 한 듯 말입니다. 하지만 그 모델만 베꼈을 뿐 이를 국내에 적용시키는 전달 체계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은 부족합니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법무부, 통일부 등 부처별로 각각 좋은 모델을 들여온 후 각 부처 산하에 ‘○○센터’나 ‘○○재단’을 두고 사업이나 지원을 쪼개주는 형태가 많습니다. 좋은 제도라도 결국 이를 적용할 곳은 지역사회(Community)이지만 개별 부처별로 쪼개지는 톱 투 다운(Top to Down) 방식의 정책으로 인해 재원이 많이 낭비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러웠습니다. 복지 서비스든 정책 시행이든 이를 뒷받침할 지역사회의 촘촘한 전달 체계에 대한 고민이 매우 시급합니다.

둘째, 학교의 문제입니다. 장애, 탈북, 미혼모, 비행, 가정 외 보호 청소년들은 결국 사회에서 함께 섞여 살 구성원입니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이들을 위한 통합이나 배려가 없습니다. 이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상처받고 대안학교를 택하거나 거리로 나옵니다. ‘학교’라는 마지막 소속 집단이 없어지고 나면 이들을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다시 진입시키는 데는 두세 배, 아니 몇십 배의 사회적 비용이 추후에 발생합니다. ‘과연 지금 이대로의 학교 시스템은 괜찮은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셋째, 우리나라 각 정부 부처의 공무원 순환 보직 문제입니다. 아산미래포럼에는 대부분 10~20년씩 현장을 지킨 전문가들이 참여합니다. 청소년 쉼터에서 20년째 아이들을 돌보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면 전율을 느끼지만, 한편 이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 법을 만들고, 정책을 집행하는 가장 큰 영향력 집단은 공무원입니다. 하지만 ‘공무원을 실컷 교육해 놓으면 보직이 바뀌어 떠나가는’ 이런 현상은 수십년째 반복됩니다. 고인 물이 썩는 게 걱정된다고 이런 6개월~1년짜리 ‘찍고 가는’ 단기 순환 공무원들이 많아지면 정책의 질은 절대 높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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