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장애인 디자이너 대신 ‘특별한 디자이너’로 불러주세요”

[인터뷰] 남장원 키뮤스튜디오 대표

남장원 키뮤스튜디오 대표는 “남들이 생각지 못한 부분을 보는 ‘특별한 디자이너’들이 키뮤스튜디오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키뮤스튜디오 제공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그린 원화에는 그들만의 감성과 스타일이 있어요. 굉장히 독특해요. 작품을 주변에 소개해봤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그때 가능성을 발견하고 스튜디오를 설립했죠. 발달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체인지 메이커’를 꿈꾸면서요.”

지난달 17일 만난 남장원(39) 키뮤스튜디오 대표는 “특별한 디자이너가 만든 콘텐츠로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곳이 바로 키뮤스튜디오”라고 했다. ‘키뮤’는 키덜트 뮤지엄(kidult museum)의 약자다. 몸은 성인이지만 아이의 감성을 가진 발달장애인을 키덜트에 빗대 표현했다. 키뮤스튜디오는 ‘장애인의 그림’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그림’으로 소비되는 것을 추구한다. 이런 이유로 ‘발달장애인’을 대신 ‘특별한 디자이너’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보통 개인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지만, 이곳에서는 하나의 작품에 디자이너 2명 이상이 붙습니다. 협업 시스템이죠. 특별한 디자이너가 본인의 특수성과 장점을 살려 원화 형태의 그림을 그리면, 비장애 디자이너들이 수정·보완하는 식입니다. 특별한 디자이너들은 색감, 원화 등 각 분야에서 특출난 경우가 많아요. 본인의 장점을 통해 서로 부족한 점을 메워주죠. 이런 시스템 덕분에 그림의 질도 높아지고, 디자이너의 역량이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협업 시스템은 키뮤스튜디오의 DNA가 됐습니다.”

현재 키뮤스튜디오에서 활동하는 특별한 디자이너는 10명이다. 발달장애인 문화예술학교인 총현비전대학의 졸업생을 대상으로 채용하고 있다. 현재 총현비전대학에는 키뮤디자인학과가 있다. 대학 설립 당시, 키뮤스튜디오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맡은 인연이 전공 개설로 이어졌다.

“키뮤디자인학과의 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들을 디자이너로 채용하기도 하고, 대외공고를 내 인턴을 거쳐 채용하는 과정도 있습니다.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림에 얼마나 재미를 느끼는가’하는 부분이에요. 이외에도 디자인적 관점,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한 가지 이상만 갖고 있다면 특별한 디자이너로서 자격이 충분해요.”

디자이너는 작품으로 승부한다. 키뮤스튜디오 역시 마찬가지. 남 대표는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만든다는 측면보다 디자이너의 재능이 완성된 결과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을 홍보에 내세우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키뮤스튜디오에 대한 호응은 뜨겁다. 한국조폐공사와 같은 공기업부터 삼성전자, 페레로로쉐 등 대기업과의 협업이 끊이질 않는다. 매출은 초기보다 6배 늘었고, 지난 4월 성동임팩트 벤처투자조합으로부터 프리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패션 브랜드 ‘XYZ BY KIMU’를 런칭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키뮤스튜디오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디자인으로 풀어내고 있다. 처음으로 다룬 것은 난민 문제였다. 지난 2019년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we are)’를 주제로 진행한 프로젝트는 난민 청소년을 지원하는 NGO 단체와 협업한 소셜 아트워크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 장애인의 이동권, 유기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중이다. 남 대표는 “특정 주제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작업물을 만들기 위해 거래 방식을 ‘기업 대 기업(B2B)’에서 ‘기업 대 소비자(B2C)’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B2C 방식으로 스튜디오의 정체성을 담은 포스터, 굿즈 작업을 진행했어요. 의미 있는 디자인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처음으로 사회적 문제를 다뤘던 난민 프로젝트의 반응이 좋았어요. 이런 캠페인성 디자인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느꼈죠. 이를 통해 특별한 디자이너들이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체인지 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튜디오의 디자인과 아트워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습니다. 앞으로 ‘발달장애인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해외에도 만들고 싶어요. 또 K-POP 문화가 만들어진 것처럼 키뮤스튜디오를 통해 소셜임팩트의 한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조금씩 영역을 넓히면 특별한 디자이너들의 무대도 커지지 않을까요.”

김수지 청년기자(청세담 12기)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