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비영리단체 홍보 돕는 영리기업들 나눔 마케팅, 전문가들이 떴다

SNS·온라인 뉴스 등 홍보 채널 많아졌지만
전문지식·예산 부족한 비영리단체엔 어려워 영리단체와 협력 필요
규모 큰 비영리단체는 신문·광고 경력자 영입
작은 단체는 교육으로 홍보 마케팅 전략 배워
영리기업이 일대일로 콘텐츠 기획 도와주고 언론사와 연결해주기도

“돈도, 시간도, 사람도 없다. 성과는 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

최근 비영리단체 홍보 담당자들이 털어놓는 고민이다. 신문·방송·온라인 뉴스·SNS 등 단체를 홍보할 수 있는 채널은 많아졌지만, 정작 대중의 관심을 얻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각자 차별점을 찾아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홍보·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지난 5월, 글로벌 광고회사 10년 차 경력자를 홍보팀장으로 영입했고,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1월 전 티파니앤드컴퍼니 아태지역 부사장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대한적십자사, 아름다운재단 등 모금액 기준 10위권에 드는 비영리단체 대부분이 최근 3년 새 신문·방송·광고회사 등에서 일한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외부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작은 단체들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세미나, 교육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단체 홍보 담당자들은 “비영리단체는 전문 지식과 예산 부족으로 브랜드 관리를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홍보·마케팅·광고 전문 영리기업과 비영리단체 간의 지속적인 네트워킹과 컨설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 엠스퀘어에서 열린‘비영리를 위한 브랜드레이징(Brand+Fundraing) 강연&파티’에 비영리단체 실무자 2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제공
지난 17일, 서울 종로 엠스퀘어에서 열린‘비영리를 위한 브랜드레이징(Brand+Fundraing) 강연&파티’에 비영리단체 실무자 2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제공

◇비영리단체 실무자 위한 강연 마련하는 PR 전문 기업들

지난 17일 오후 1시, 서울 종로 엠스퀘어 13층에 비영리단체 실무자 200여명이 몰려들었다. 글로벌 PR 회사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와 아름다운재단이 마련한 ‘비영리를 위한 브랜드레이징(Brand+Fund raising) 강연&파티’ 현장이다. 5시간 동안 진행된 강의 및 그룹 컨설팅에서는 “홍보를 하는 만큼 모금이 늘어날까” “단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 등 실질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대표는 “홍보비도 없고 인력도 없다면 시간을 당신 편으로 만들라”면서 “오랜 시간 동일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표출하면, 그 메시지는 해당 단체의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차희원 이화여대 교수는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를 PR 성공 사례로 들면서 “해외 외교 관계자, 외국 대학교수들까지도 반크를 잘 알고 있더라”면서 “단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대상을 선점하는 ‘타깃 PR’을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이번 행사는 기획부터 행사 진행까지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전 직원의 재능 나눔으로 이뤄졌다. 장소 대관, 케이터링 등 행사 비용을 지원함은 물론 직원들이 직접 전문가와 교수를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고 섭외했다. 행사 당일에는 직원들이 그룹 컨설팅에 직접 참여해 단체들에게 실질적 조언을 주기도 했다. 신민정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차장은 “처음에 100명이 참여하는 행사로 기획했는데, 당일 200여명이 반나절 동안 장소를 가득 메운 것을 보고, 홍보·마케팅에 대한 비영리단체들의 니즈(needs·필요)가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사 나인후르츠미디어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비영리실무자들을 위한 ‘2013 칸 광고제 비영리부문 캠페인 성공사례 세미나’를 개최했다. 운전하는 강아지를 촬영한 뉴질랜드 비영리기관 SPCA의 광고 ‘드라이빙 독(Driving Dog)’, 멕시코 70%의 강이 화학물질로 오염됐다는 그린피스의 ‘톡식 투어(Toxic Tours)’ 등 총 12개의 칸 사례가 소개됐다. 비영리단체 실무자 40여명은 어떤 광고가 모금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었을지 논의하며, 해당 기관의 홍보 관련 고민을 나눴다. 박재영 나인후르츠미디어 팀장은 “앞으로 비영리단체들이 해외 광고·마케팅 사례들을 실제 모금 전략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과 비영리단체 일대일 매칭으로 프로보노 강화해

2010년 기업 내 사회공헌전략기획팀(이하 CSR팀)을 꾸린 홍보대행사 케이피알(이하 KPR)은 3년째 영세한 비영리단체의 홍보를 돕고 있다. 부장급 홍보 전문가가 직접 단체 실무자를 만나 보도자료 작성법을 알려주고 콘텐츠 기획을 하는 것은 물론, 언론사 기자까지 연결해준다. 1년에 평균 비영리단체 1~2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최소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컨설팅을 진행한다. 따로 비용을 받지 않고, 직원들의 프로보노(전문 지식·재능 기부)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비영리기관 총 5곳이 컨설팅을 받았다. 해당 단체가 기획한 행사 규모가 클 경우에는 CSR팀뿐만 아니라 타 부서 직원들까지 협력해 진행을 돕고 있다. 온라인팀은 KPR 자체 SNS를 활용해 행사를 실시간 생중계하고,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를 통해 온라인 홍보도 돕고있다. 최진 KPR CSR팀 부장은 “근무 시간 내에도 프로보노 활동이 가능하도록 회사 차원에서 배려해준다”면서 “홍보대행사들이 언론사와 비영리단체의 가교 역할을 활발하게 한다면, 단체 실무자들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06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마케팅 및 사업 전략을 컨설팅하고 있다. 전문 컨설턴트들이 매년 직접 단체를 방문해 일정 기간 상주하면서, 세이브더칠드런의 마케팅 전략과 중장기 지향점을 설정한다. 급변하는 외부 환경을 분석하고, 모금 단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조언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전 세계 세이브더칠드런과 파트너십을 맺고, 20년 넘게 프로보노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박영의 세이브더칠드런 홍보팀장은 “전문 경영 컨설팅 업체로부터 조언을 들으니 좀 더 객관적으로 단체 내부를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문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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