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비영리단체, 돈 없이도 광고를?

숨어있는 홍보대사를 찾아라

지난 5월 초, 해비타트 홍보팀 신예은 과장은 SBS 주말드라마 ‘출생의 비밀’ 3회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드라마 여주인공인 성유리씨의 대사를 통해 해비타트의 활동이 브라운관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정황을 알아보니 올해 초, 제작사 측에서 집짓기 봉사활동 장소를 촬영현장으로 쓰고 싶다는 문의가 왔었던 것. 신 과장은 “드라마 제작 일정과 봉사 시즌(6~11월)이 맞지 않아 기관 차원에서는 도움을 준 바가 없다”면서 “해비타트 로고가 새겨진 안전모, 봉사요원들의 조끼 등 세밀하게 묘사된 소품들과 활동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대사에 놀랐다”고 말했다.

작년 SBS인기드라마 ‘신사의 품격’ 마지막회엔 굿네이버스 해외아동결연사업이 간접적으로 소개됐다. /SBS 제공
작년 SBS인기드라마 ‘신사의 품격’ 마지막회엔 굿네이버스 해외아동결연사업이 간접적으로 소개됐다. /SBS 제공

지난해 여름, 평균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 마지막회에도 굿네이버스의 해외아동 결연사업이 간접적으로 소개됐다. 결연한 아동의 신상정보가 적힌 카드, 감사편지 등도 촬영소품으로 사용됐다. 굿네이버스 미디어팀 황성주 팀장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모금방송 작가분의 소개로 요청을 받아 도움을 줬는데, 방송 다음 날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다른 주에 비해 월등히 높아지는 등 대중적인 인지도 제고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홍보 담당자들은 “영리기업의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이하 PPL) 전쟁과 다르게 비영리단체의 PPL은 대부분 작가나 제작진, 홍보대사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모금액이 느는 효과도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교육문화국 이현우 국장은 “홍보대사인 이보영씨가 본인이 직접 구매한 곰 인형 유니세프 열쇠고리를 소품으로 활용해 MBC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한 장면을 촬영한 적이 있다”면서 “방송 노출 후 열쇠고리 판매량이 30%가량 늘었다”고 했다.

배우 김석훈씨도 2011년, MBC 드라마 ‘반짝반짝빛나는’ 촬영을 할 때 배경을 ‘아름다운가게’로 할 것을 요청했다. 홍보대사로서 기관에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 아름다운가게 하용만 홍보팀장은 “드라마에서 ‘남는 책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해’ ‘물건 팔아서 좋은 데 쓰니깐 200만원이라도 안 아깝지’ 등 배우들의 입을 통해 취지가 잘 설명될 경우 특히 기증 문의 전화가 폭발적으로 느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보실 정현주 대리는 “작년부터 상업적인 PPL 대행사들이 많아져 작가나 제작진의 강력한 의지가 아닌 이상 ‘돈 없이는’ 간접광고가 어려운 분위기로 변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에는 SBS 월화극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조선시대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목우촌’이라는 한글 간판이 버젓이 등장해 과도한 PPL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1분 1초가 돈으로 환산되는 브라운관이기에 비영리단체를 응원하는 숨어 있는 홍보대사들의 활약이 유독 돋보인다는 평이다.

김경하 기자

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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