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이들이 나서면 나눔이 살아나요

연예인 홍보대사의 활약
소녀시대 티파니가 홍보대사로 위촉되자 정기후원 10배 이상 증가
중장년 배우의 신뢰도는 지속적 정기후원 이끌어
유지태 등 배우가 직접 기업 모금 유치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에 나서기도

메이크어위시재단 홍보대사 배우 이민정.
메이크어위시재단 홍보대사 배우 이민정.

“일년간 우리 단체가 언론에 노출된 횟수를 분석해보니, 연예인 홍보대사 콘텐츠가 50% 이상을 차지했다.”(A 단체 홍보팀장)

“최근 눈치작전이 심해졌다. 타 단체와 아프리카 봉사를 다녀온 배우를 홍보대사로 임명했는데, ‘우리가 먼저 논의 중이었다’며 항의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K단체 모금팀장)

연예인 홍보대사를 둘러싼 비영리단체들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본격화됐다. 각 단체들은 인지도도 높고, 인품도 훌륭한 연예인을 적극 찾아나서고 있다. 홍보대사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비영리단체의 이미지가 좌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연예인 홍보대사의 선행이 모금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

◇’한류 열풍’에 힘입은 아이돌 홍보대사의 위력

지난 2010년 설립된 글로벌 전문 교육 비영리단체 글로벌호프는 아이돌 홍보대사의 위력을 실감했다. 지난해 12월,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를 홍보대사로 위촉하자마자 정기후원이 10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티파니처럼 나도 나눔에 동참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도 쇄도했다. SNS상의 홍보 효과는 더 놀라웠다. 티파니와 관련된 기사나 이미지를 페이스북에 올리자, 하루 평균 15개에 불과했던 ‘좋아요(like)’ 개수가 수백개로 늘었다. 중국, 태국, 베트남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트위터상에 외국인들의 댓글이 줄을 잇자, 글로벌호프는 소식지를 영어로 추가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돌 그룹 2PM의 멤버 준호를 홍보대사로 임명한 월드비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4년 만에 휴가를 얻은 준호는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사업장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준호가 자신의 SNS에 에티오피아 현장 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리자, 월드비전 블로그 유입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준호 사진을 올린 월드비전 직원의 트위터가 포털 사이트 1위에 올랐다. 지난 11월에는 전 세계 월드비전이 진행하는 아동보건캠페인(Child Health Now)에 한국 홍보대사로 참여해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였다. 이는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월드비전은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를 대거 참여시켜 온라인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김샤론 월드비전 미디어기업팀 과장은 “월드비전 국제본부에서 ‘준호씨가 캠페인에 참여한 전 세계 유명인 중에서 참여율을 가장 높인 인물’이라고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비록 홍보대사로 위촉된 건 아니지만, 배우 유아인은 아름다운재단의 아동 보육 시설 지원 캠페인에 참여해, 시민들의 온라인 모금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캠페인 막바지, 모금액이 좀처럼 늘지 않자 유아인은 7700만원을 기부한 뒤 SNS로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자 며칠 만에 목표액 3억5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기후원 이끌어내는 중장년 배우의 연륜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은 “현재 가장 ‘핫(HOT)’한 인물을 섭외하는 것도 좋지만, 지속적인 정기후원은 연륜의 깊이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5년째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이홍렬은 1년에 30~40회가량 기부 강연을 하고 있다. 강연을 마치고 나면 그 자리에서 정기후원을 신청하는 사람이 300명에 달한다. 지난해엔 남수단 아동의 학습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부터 부산까지 620㎞를 행군하는 모금 캠페인 ‘두바퀴의 드림로드’를 진행했다. 그의 뜻에 동참한 연예인들도 함께 걸었고, 온라인과 SNS를 통해 홍보를 했다. 한 달간 총 3억3000만원을 모은 이홍렬은 행군을 마친 다음 날, 남수단 비행기에 올랐다.

메이크어위시재단은 재단 후원회장인 배우 강석우의 연륜을 강조했다. 홍영표 메이크어위시재단 간사는 “메이크어위시재단의 친선·홍보대사인 김태희씨나 이민정씨보다 강석우 회장님이 방송에 나갔을 때, 기부 금액이 껑충 뛴다”면서 “오랜 시간 쌓아온 인지도와 신뢰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비영리단체가 가장 부러워하는 인물은 월드비전 김혜자 친선대사와 유니세프 안성기 친선대사였다. 국제구호개발 NGO의 한 관계자는 “김혜자씨가 모금 방송에 나오면, 다른 단체들의 모금액이 덩달아 오를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면서 “실제로 ‘김혜자씨 방송 보고 정기후원 한다’는 전화를 직접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월드비전 팀장은 “다른 배우들을 만나서 김혜자씨를 언급하면, 바로 홍보대사를 수락할 정도로 우리 단체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현우 유니세프 교육문화국 국장도 “이젠 일반인들의 머릿속에 ‘유니세프=안성기’란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홍보대사와 단체의 이미지 효과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①유니세프한국위원회 홍보대사 배우 원빈. ②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 방송인 이홍렬. ③월드비전 홍보대사 가수 준호(그룹 2PM의 멤버).
(왼쪽부터) ①유니세프한국위원회 홍보대사 배우 원빈. ②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 방송인 이홍렬. ③월드비전 홍보대사 가수 준호(그룹 2PM의 멤버).

◇기업 펀드레이징 직접 따내는 유명 배우들

2011년, 월드비전 홍보팀 실무자는 배우 유지태와 함께 대전행 KTX에 올랐다. 유지태의 손엔 두꺼운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KTX 안에서 종이를 열심히 들춰보던 그는 대전의 S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 앞에 섰다. 그리고 30분간 “캄보디아의 거리 아동을 위한 교육 센터 건립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자발적으로 ‘펀드레이저(모금가)’로 나선 것이다. 해당 기업은 그의 열의에 감동해 5000만원을 후원하기로 결정하고, 유지태와 함께 캄보디아 현장 봉사를 떠났다. 김샤론 월드비전 미디어기업팀 과장은 “단체 내에선 유지태씨를 월드비전 ‘유 과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직원처럼 친밀하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 홍보대사인 배우 원빈 역시 단체의 ‘펀드레이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원빈은 광고 촬영이 끝나면, 해당 기업에 ‘유니세프에 기부하라’고 권유한다고 한다. 가전 제품 업체, 제빵 업체 등 3개 기업이 원빈의 권유로 총 1억원을 유니세프에 기부했다. 성종은 유니세프 과장은 “원빈씨가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기부한 금액만 약 3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유지태와 함께 개발도상국에서 봉사한 지진희는 월드비전 홈페이지에 “식수 펌프를 후원해달라”는 댓글을 직접 남겨, 온라인 기부를 독려했다. 불과 며칠 만에 3000만원이 모여, 개도국에 식수펌프 2개를 전달했다.

특별취재팀=정유진·김경하·문상호·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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