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Cover Story] 해외선 각광받는 ‘임팩트 투자’ 한국에선 투자처 찾기 어렵다

[Cover Story] 임팩트 투자에 희비 엇갈리는 사회적기업 생태계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가치 고려하는
금융거래 방식이지만 실제 투자받는 기업 적어
벤처, 임팩트 투자자들 “복지 위주의 사회적기업 투자하기 어렵다” 토로
사회적기업도 명분 외에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등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비즈니스 기회 잡아야 임팩트 투자 받을 수 있어

집을 공유해 같이 쓰는 ‘셰어하우스(Sharehouse)’ 사업을 벌이는 소셜벤처 ‘프로젝트옥’은 최근 스페인과 일본 등 해외로부터 투자문의를 받았다. ‘프로젝트옥’은 방치된 공간이나 공공기관의 유휴공간 등을 빌려 리모델링한 후, 제삼자에게 재임대해주는 사업을 벌인다. 보증금 없이 3~4명이 평균 30~35만원의 월세만으로 살 수 있어 ‘반값 주거비’를 실현할 수 있다. 1호점의 경쟁률이 15대 1이 넘는 등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4개월 만에 7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옥’은 사업자금을 임팩트 투자 및 컨설팅 업체인 미스크(MYSC)로부터 투자받기도 했다.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를 따져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는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에서 화제의 중심에 있다. 지난달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G8 사회적 임팩트 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영국 총리는 “빈곤·에너지문제·금융양극화 등 세계가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팩트 투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초 JP모건이 전 세계의 99개 임팩트 투자자 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90억달러(약 9조5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일러스트=김현국 기자
일러스트=김현국 기자

◇임팩트 투자기금은 늘어나는데, 마땅히 투자할 사회적기업은 없어

하지만 임팩트 투자 기금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비해, 현실은 아직 갈길이 멀다. 서울시는 올해 초 임팩트 투자 기금 1000억원을 조성했다. 이 기금을 위탁운영하는 한국사회투자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NGO프로젝트 등을 지원하는 중간기관에 자금을 융자하기 위해 첫 공모사업을 벌였다. 1년 거치 2년 분할 상환이며, 이자는 내지 않아도 되는 융자 조건이다. 파격적인 혜택인데도 사업을 신청한 곳은 5곳에 그쳤다. 자체 모금액이 5억원이 넘어야, 공모사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중간육성기관의 한 관계자는 “펀딩금액 문턱이 높기도 하고 사업이 처음 시작되는 단계라 리스크도 가늠할 수 없어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한국사회투자는 심사를 거쳐, 중간지원기관 협력사업을 수행할 공익단체 3곳을 최종 선정해 총 60억원의 자금 융자를 결정했다. 선정된 단체는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와 ‘에너지나눔과평화’, ‘한국마이크로크레딧 신나는 조합’이다.

한국사회투자는 사회적기업·장애인기업·협동조합 등 ‘사회적배려기업 지원사업’의 대상도 물색 중이다. 한국사회투자 이주석 선임연구원은 “정부보조금 성격과는 다른 투·융자 기금의 성격이기에 ‘상환 가능성’도 주요 평가 항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회적기업 한곳의 평균 당기순이익이 5년 새 9086만원에서 1148만원으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전체 사회적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을 낸 비중은 2007년 73%에서 2011년 14.1%로 떨어졌다(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 실태 조사 연구보고서).

벤처기업을 주로 지원하는 에인절투자자 K씨는 “해외 사회적기업은 지속 가능 경영 차원의 측면에서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임팩트 투자로 접근하고 싶은 매력적인 아이템이 있지만, 국내 사회적기업은 솔직히 투자할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사회투자 임창규 사무국장도 “취약계층 고용이라는 복지 개념을 넘어 환경·에너지 등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까지 포괄해야 투자자들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영리 법인 사회적기업, 임팩트 투자의 新사각지대

반면, 정작 임팩트 투자가 필요한 곳은 사각지대로 놓이기도 한다. 판촉물, 광고, 제본 등의 인쇄업체인 사회적기업 해든디자인플러스는 연매출 30억원의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이다. 직원 10명 중 8명이 장애인이다. 해든디자인플러스는 최근 투자를 받기 위해 이곳저곳에 문의하다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서승현 기획실장은 “인쇄업의 특성상 기계설비 투자비가 많이 들고, 앱 기술 개발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투자 문의를 한 것”이라며 “신용보증기금, 농협 등 금융권의 문을 두드렸지만 비영리 법인이라 담보 없이는 투자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2011년, 정부는 사회적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아 관련 지원이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해든디자인플러스는 비영리 법인 형태의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상법상의 회사나 개인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융자를 거절당했다. 이렇게 되면, 828개의 인증 사회적기업 중 절반이 넘는 419개(50.6%) 비영리 법인이 모두 같은 처지에 놓이는 셈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관계자는 “비영리 법인 사회적기업도 경로를 잘 찾기만 하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다만 아직까지 금융권에서 비영리 사회적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것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기간 투자 아닌 ‘인내 자본’이 필요

한편 소풍(Sopoong), 미스크(MYSC), D3주빌리(D3 Impact Investing Network) 등 국내의 민간 임팩트 투자 기관에선 임팩트 투자뿐 아니라 창업 단계의 소셜벤처를 중심으로 경영 컨설팅까지 함께 진행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인 이재웅 대표가 운영하는 소풍은 친환경 패션 기업인 ‘오르그닷’, 문화예술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 경험 공유 플랫폼 ‘위즈돔’ 등을 발굴하기도 했다.

미스크 김정태 이사는 임팩트 투자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기업도 명분 외에 시장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시장의 니즈(needs)를 파악한 후 비즈니스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팩트 투자를 받고 있는 한 소셜벤처 대표는 “사회적기업이든 소셜벤처든 단기적인 성과나 이윤을 추구하는 투자자와는 잘 맞지 않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인내 자본’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하 기자

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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