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코이카 민관협력사업] ③ ‘철강’기업이 아프리카에 뿌리는 ‘희망의 씨앗’… 청년들의 자신감도 ‘쑥쑥’

코이카 민관협력사업, 아프리카 현장을 가다 ③<끝>

코이카·포스코 손잡고 농업지도 훈련원 설립 청년 농업전문가 키워

미래 식량·신소재 사업 위해 농업 인재에 집중 투자 중 교육 통해 의식 개선 되자 기업 인지도 저절로 높아져

“아프리카는 원료나 수출 관련 법이 워낙 자주 바뀌는 데다, 그 법조차 투자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무관세로 통과되는 회사가 있지만, 관세가 너무 높아 진출을 포기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관세, 사업 인허가 등 모든 결정 권한이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과 신뢰를 얼마만큼 쌓았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좌우됩니다. 포스코는 사회공헌을 통해 정부 관계자와 주민에게 자연스레 신뢰를 얻었습니다.”

박중석 포스코 아프리카 법인장의 말이다. 지난 2011년, 포스코는 아프리카 남동부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사회공헌을 진행했다. 모잠비크, 짐바브웨 등 두 나라에 농업훈련센터를 짓고, 청년들의 농업 기술 교육을 지원하는 것.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면서 아프리카 주민들과 신뢰를 쌓은 포스코는 이듬해인 2012년, 남아공에 아프리카 법인을 설립했다. 박 법인장은 “아프리카에서 비즈니스보다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먼저 시작한 기업은 포스코가 최초”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설립된‘마니사 농업지도자훈련원’에서 농업기술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근면, 협동, 성실’등 의식 개선교육을 받으며 모잠비크 농업 지도자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설립된‘마니사 농업지도자훈련원’에서 농업기술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근면, 협동, 성실’등 의식 개선교육을 받으며 모잠비크 농업 지도자로 성장하고 있다.

◇포스코, 청년 농업 전문가 육성

지난달 10일,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진 마니사군에 들어섰다. 3만평에 달하는 땅이 황금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빨간색 트랙터에 올라탄 한 청년이 조심스레 운전대를 잡았다. 트랙터가 지나가자 빽빽하게 서 있던 누런 볏단이 기계 속으로 쑥쑥 빨려 들어갔다. 논을 두 바퀴 돌고 나자, 청년 20여명이 트랙터에 모인 나락을 자루에 쓸어담았다. ‘마니사 농업지도자 훈련원’ 학생들이다. 지난 2011년, 포스코가 4억원, 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이 4억원을 지원해 ‘마니사 농업지도자 훈련원’을 설립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 학비가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50명을 선발했다. 입학금으로 100달러만 내면 숙식과 학비 모두 무료다. 이들은 센터 내에 마련된 시범농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벼농사, 퇴비, 농기계 운전법 등 농업 기술을 교육받고 있다. 6개월 과정(25명)과 1년 과정(25명)을 나눠 수준별 심층 교육을 한다. 지난해 8월에는 6개월 과정을 이수한 15명이 훈련원을 졸업했다. 이번 학기 성적 우수생으로 뽑힌 아르민드(남·26)씨는 “지난해 친한 친구가 졸업 직후 고등학교 농업 교사로 취직했는데, 나도 마을 주민에게 열심히 배운 농업 기술을 전하고 싶다”면서 “이론, 실습수업도 좋지만, 특히 ‘근면, 협동, 성실’ 등 의식 개선 교육을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모잠비크는 비교적 물이 많고 햇볕이 강해 주민의 90%가 농사를 짓지만, 기술 부족 때문에 식량 자급률이 30%에 불과하다. 이에 ‘청년 농업 전문가를 키워 아프리카 소득 증대를 돕자’는 목표 아래 정부, 기업, NGO 등 삼자가 똘똘 뭉쳤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기아대책은 현지 농업 교육기관인 ‘세파테(CEFATE)’와 협력해 전문 교육 과정을 만들었고, 훈련원 운영 전반을 맡았다. 코이카는 모잠비크 농림부, 교육부의 협력을 이끌어내 정부로부터 435만평에 달하는 땅을 50년간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박 법인장은 “모잠비크 진출 초기에 정부 관계자들이 ‘포스코를 잘 모른다’면서 신용등급을 비롯해 각종 서류를 요구하며 절차를 지연했는데, ‘코이카’와 함께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고 하니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설립된‘농업훈련원’에서 교육 받고 있는 학생들은“최고의 농부가 돼서 우리 마을 경제를 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11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설립된‘농업훈련원’에서 교육 받고 있는 학생들은“최고의 농부가 돼서 우리 마을 경제를 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0년 후 내다본 지속적인 CSR로 미래 인재 키운다

‘철강’을 주력 산업으로 하는 포스코가 아프리카에서 ‘농업’ 기술 교육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양원준 포스코 사회공헌실 상무는 “옥수숫대로 바이오 에탄올을 만드는 사례처럼, 포스코는 철강 외에도 ‘식량’을 활용한 신소재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개발이 구체화하면 농업훈련원에서 교육받은 청년들이 포스코의 핵심 인재로 활약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모잠비크에서 시작한 글로벌 CSR을 2011년 말, 아프리카 짐바브웨로 확대했다. 포스코와 코이카가 각각 6억씩 지원해 ‘농업훈련원’을 설립했고, 기아대책은 정부로부터 5만평의 땅을 99년간 무상으로 임대받아 훈련원을 운영하고 있다. 편부모, 고아, 에이즈 청년을 우선 선발했고, 입학생 40명은 1년 동안 무료로 농업 기술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달 13일 방문한 짐바브웨 ‘세케 농업훈련원’.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훈련원 앞에 마련된 텃밭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얼마 전 심어둔 당근의 성장 속도를 체크하던 마리아 지메트(남·28)씨는 “최고의 농부가 돼서 내가 살고 있는 무레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장 니즈 반영한 CSR로 시행착오 넘고 기업 인지도 높여

“모잠비크 마니사 지역 주민 중에서 ‘포스코’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국인~감사해요’라는 노래를 만들어 부를 정도니까요.” 이상범 기아대책 모잠비크 지부장이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 정부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농업훈련원 입학식에 참석한 모잠비크 유력 국회의원은 정부로부터 1만2000달러를 지원받아 마니사 지역에 전봇대를 세웠다. 마니사 마을에도 이제 전기가 들어오게 된 것. 짐바브웨도 마찬가지다. 박 법인장은 “처음엔 ‘짐바브웨에서 진행하는 비즈니스도 없는데 농업 훈련원을 왜 지었느냐’며 의심하던 정부 관계자들이, 이젠 ‘포스코라면 언제 어떤 사업을 시작하든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잠비크·짐바브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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