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취임 1년도 안 된 사무총장의 사퇴… 뒤숭숭한 유니세프

제2대 류종수 前 사무총장 사퇴 배경에 관심 집중

류 전 사무총장 부임시 박동은 1대 사무총장이부회장으로 선임돼

유니세프측 “초반 적응 기간 갖도록 부회장이 상근해 도와…윤리규정 위반해 사퇴”

류 전 사무총장 “모금 업무·인사 등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규정 문제는 문화 차이”

박동은 부회장 / 류종수 前사무총장 (오른쪽)
박동은 부회장 / 류종수 前사무총장 (오른쪽)

지난해 4월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한국위원회의 제2대 사무총장을 맡은 류종수(51) 사무총장이 취임 1년이 채 되지 않아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사퇴의 배경을 놓고, 일각에서는 ‘박동은 부회장과의 갈등설’이 제기되고 있다.

류종수 전 사무총장은 1994년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생긴 이래 18년 동안 박동은(77) 사무총장 체제로 운영되던 사무국에서 첫번째 맞은 외부 출신 사무총장이었다.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포담대에서 사회복지정책을 전공한 이후 20년 동안 미국에서 활약한 ‘의외의 인물’이었다. 류 전 사무총장이 부임하면서, 박동은 사무총장은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취임 이후 박동은 부회장과 류 전 사무총장과의 역할 관계를 둘러싸고 잡음이 있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내부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류 전 사무총장 바로 옆방에서 상근하면서 기금모금 업무나 인사문제 등을 계속 챙겼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조직 및 업무를 진행하려고 했던 류 전 사무총장과 갈등이 생겼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더나은미래’ 인터뷰에서도 류 전 사무총장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상태인데, 왜 저를 뽑았는지 모르겠다. 일하기 힘들다”는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측은 “지난해 3월 정기총회에서 ‘신임 사무총장이 유니세프 사업에 익숙하도록 3~6개월간의 훈련기간을 두고 박동은 부회장이 상근하면서 사무총장을 도와주라’고 결정한 것일 뿐, 박 부회장이 실권을 가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올해 초 류 전 사무총장은 갑작스러운 사퇴를 하게 됐다. 이를 두고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내부와 류 전 사무총장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측은 “전 사무총장이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윤리규정(Code of Co

nduct)을 어겼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자진 사퇴를 권유했고, 사무총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사회를 다시 소집해 해임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류 전 사무총장은 “미국에서 쭉 살다가 한국에 살게 된 지 1년도 안 되는 상황에서 현지 문화나 관습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실수인데, 사표 권고와 해임까지 시키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후원자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특성상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측은 “류 전 사무총장의 업무 수행이 본부의 미션, 업무, 우선순위, 실무 관행을 따르지 않아 유니세프본부로부터 경고성 서한을 받은 것 또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류 전 사무총장은 “한국위원회가 모금액의 83~84%를 유니세프본부로 보내는데, 이 중 추가로 6% 정도를 한국 내에서 쓸 수 있도록 사업예산을 조정하겠다는 의견을 냈는데 이 부분을 문제삼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류 전 사무총장은 모두 “후원자들의 소중한 돈을 모금해 사업하는 곳인 만큼, 이 문제가 더이상 확대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오종남 사무총장 대행체제로 운영되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오는 5월까지 신임 사무총장을 새로 뽑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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