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키워드 브리핑] 얼룩말 기업

‘유니콘’ 환상 탈피… 유색인종·여성 등 두루 어우러진 윤리적 스타트업 추구

“스타트업계에는 얼룩말이 필요하다, 유니콘이 아니라!(Startup community needs zebras, not unicorns!)”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을 위한 교육용 앱을 만드는 덴마크의 소셜 엔터프라이즈 ‘티모’의 최고운영책임자인 토마스 N. 호르스테드가 최근 현지 일간지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기고문을 썼다. 스타트업 투자자로도 유명한 그는 “지속가능한 성장보다는 기업 가치를 부풀려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소수의 유니콘이 투자금을 독점하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얼룩말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콘은 재계에서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모두 393개. 이들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만 2920억달러(약 348조4000억원)가 넘었다.

‘얼룩말 기업(zebra startup)’은 유니콘 기업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등장했다. 이윤 극대화에 집중하는 기존 스타트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 등장한 윤리적이고 포용적인 기업을 뜻하는 말로, 소셜 엔터프라이즈 ‘히어켄’과 ‘스위치보드’를 각각 설립한 제니퍼 브란델과 마라 제페다가 지난 2017년 ‘얼룩말 동맹(zebra unite)’ 창립을 선포한 것에서 유래했다. 하얀 유니콘의 이미지가 백인 남성 중심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상징한다면, 얼룩말은 유색인종과 여성 등 모든 계층이 어우러진 스타트업을 지향한다. 또 유니콘은 상상 속의 동물일 뿐이지만, 얼룩말은 실제 생태계에서 제 역할을 하는 동물이라는 의미도 담겼다. 얼룩말 기업은 ▲점진적인 성장 ▲지속가능한 경영 ▲건강한 경쟁 ▲사회 전체의 편익 확대 ▲정보와 기술의 공유 등을 추구한다. 이는 유니콘 기업이 ▲폭발적인 성장 ▲빠른 자본 회수 ▲승자 독식 ▲투자자 이익 극대화 ▲정보와 기술의 독점 등을 추구하는 것과 정반대다.

얼룩말 동맹에는 현재 40개의 소셜 엔터프라이즈와 벤처캐피털, 비영리재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유엔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에 부합하는 자본 조달을 위한 금융 시스템 설계회사인 ‘스페라’, 유색인종과 여성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블랙앤브라운파운더스’, 안경업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워비파커’ 등이 대표적인 얼룩말 기업으로 꼽힌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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