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독감 예방 받고 건강하세요” 따끔한 주사 한 대에 담긴 따뜻한 사랑

사노피 파스퇴르의 노숙인 돕기

여섯개 전문 기관 모여
노숙인에게 백신 접종
파트너십으로 역할 나눠
더 많은 인원 접종 성공

겨울이 무서운 노숙인에게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왔다. 영국 의학저널 조사에 따르면, 독감 및 폐렴 등 호흡기 질환으로 노숙인이 사망할 확률은 일반인의 7배가 넘는다. 지난달 대한결핵협회가 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올해 상반기 결핵검진을 실시한 서울 노숙인 683명 중 10.4%인 71명이 결핵감염 의심자로 나타났다. 특히 많은 노숙인이 모여 있는 노숙인 쉼터에서는 독감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 쉽게 퍼진다. 하지만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별로 많지 않다.

백신전문기업인 ㈜사노피 파스퇴르는 ‘의료 취약계층을 돕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업(業)의 특징을 살린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25일,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소 ‘따스한 채움터’가 일일 병원으로 변했다. 건물 2층으로 들어서자 톡 쏘는 예방주사약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사노피 파스퇴르 웰라라트나 사장과 임직원들. /㈜사노피 파스퇴르 제공
봉사활동에 참여한 ㈜사노피 파스퇴르 웰라라트나 사장과 임직원들. /㈜사노피 파스퇴르 제공

“자, 왼쪽 팔 걷으세요. 따끔합니다.”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의 대기 줄은 건물 밖 10m까지 이어졌다. 이날 ㈜사노피 파스퇴르는 900여명을 대상으로 무료 독감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 2011년 노숙인을 대상으로 독감 백신 2500도스(dose)를 서울시에 기증한 데 이어, 올 5월에는 서울시와 노숙인 대상 예방 백신 무료지원에 관한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사노피 파스퇴르 웰라라트나 사장은 “작년에 사업을 진행하면서 백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올해에는 노숙인뿐만 아니라 미혼모 시설 등 취약계층 5,000여명으로 대상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무려 여섯 기관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서울시는 전체적인 행정업무를, ㈜사노피 파스퇴르는 백신 제공, 서울의료원은 백신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더불어 서울노숙자복지협의회에서는 접종 대상자들을 선별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예방접종 과정을 모니터링했다. 실제적인 의료 진료는 서울시 공공병원 의료봉사단체인 ‘나눔진료봉사단’이 맡았다. 웰라라트나 사장은 “여러 기관이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전문성을 갖고 사업을 잘 조직화할 수 있었다”며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기쁘다”며 소감을 말했다.

지난달 25일, 노숙인 및 쪽방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독감 예방 접종이 이뤄진 ‘따스한 채움터’ 2층 모습.
지난달 25일, 노숙인 및 쪽방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독감 예방 접종이 이뤄진 ‘따스한 채움터’ 2층 모습.

체온 측정 등 대상자들의 건강 상태 확인을 맡았던 ㈜사노피 파스퇴르 전윤옥 과장은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예방접종을 하는데도 실제로 훨씬 힘이 덜 든다”고 설명했다. 2011년에 비해 중복접종자도 줄어들고, 업무효율성은 배가 되었다.

당일 예방접종뿐만 아니라 문진표 작성 및 관리, 질서 유지 등 모든 활동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완성되었다. 전윤옥 과장은 “회사에서 의미 있는 사업에 동참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찾기 어려웠는데 이런 기회가 주어져 좋고 직원들끼리도 더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나눔진료봉사단’에서 활동을 한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과장은 “노숙인들이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분이 예방접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덧붙였다.

‘따스한 채움터’ 건물 밖에는 2.5m 높이의 희망트리도 세워졌다. 지난달 13일, 노숙인을 위한 의류기증 행사인 ‘더 빅드림(The Big Dream)’에서 시민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받은 것이었다. 트리를 빼곡하게 채운 쪽지 중에서 한 아이의 삐뚤삐뚤한 손글씨가 돋보였다.

‘아저씨, 올겨울엔 독감 주사 맞고 건강하세요(7살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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