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돈 많이 번다고 다 행복한가… 사회적기업으로 값진 가치 얻길”

청년 사회적기업 경진대회 수상자 8인 대담
경제력·경험 부족한 청년 기업 실패 후 재기 돕는 시스템 없어
미국은 졸업 후 취업에 플러스 한국은 오히려 경력상 마이너스
사회적 관심과 경제적 지원 필요 시민 힘 확장하고 인식 변화해야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개소식이 있었다. 서울시는 앞으로 이 공간에 사회적기업 전문대학원, 사회혁신센터 등을 추가해 사회 혁신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사회적 경제 시대에 주역이 될 청년. 그들의 실질적인 고민을 들어보기 위해 각종 사회적기업 경연 대회에서 수상한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올해 SK적정기술 사회적기업 페스티벌 우수상을 차지한 김영진(31)·조재련(26) 제로디자인 공동대표와 허인재(32) 아트리움 대표, 현대차정몽구재단 H-온드림 오디션 대상을 수상한 김종식(45) 녹색친구들 대표와 홍성재(29)·신윤예(27) 러닝투런 공동대표, SK세상 콘테스트 2등상을 받은 한상엽(28) 위즈돔 대표, 2011 효성 소셜챌린지 수상자인 서현주(32) 삼분의 이 대표 등이 대담에 참여했다.

(위부터 순서대로) 한상엽 '위즈돔' 대표, 서현주 '삼분의이' 대표, 허인재 '아트리움' 대표, 김종식 '㈜녹색친구들' 대표, (아래부터 순서대로) 홍성재ㆍ신윤예 '러닝투런' 공동대표, 김영진ㆍ조재련, '제로디자인'공동대표. /장소협찬ㆍ그랜드하얏트서울
(위부터 순서대로) 한상엽 ‘위즈돔’ 대표, 서현주 ‘삼분의이’ 대표, 허인재 ‘아트리움’ 대표, 김종식 ‘㈜녹색친구들’ 대표, (아래부터 순서대로) 홍성재ㆍ신윤예 ‘러닝투런’ 공동대표, 김영진ㆍ조재련, ‘제로디자인’공동대표. /장소협찬ㆍ그랜드하얏트서울

사회=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회적기업 경연 대회에서 수상했는데, 어떤 사회적기업인지 소개해달라.

김영진·조재련=작년 8월, 캄보디아로 단기 선교를 갔다가 빛이 없어 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을 보고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공대 출신이라 적정 기술을 생각했다. 현재 캄보디아 현지에 태양광 전등 렌털 사업을 준비 중이다. 전등을 서로 연결해 더 강한 빛을 낼 수 있는 ‘멀티 태양광 전등’이라는 점이 기존 제품과 다르다. 개당 15달러에 납품해 현지인들 스스로 렌털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김종식=국공유지에 짓는 임대주택을 패시브하우스(최소 에너지로 생활 가능한 주택)로 지어서 분양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입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통한 친환경 생활도 유도한다.

한상엽=양극화, 특히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고 싶었다. 물건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http://wisdo.me)를 구축해 사람들의 관계가 형성되고, 지식을 전수받는 것이다.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됐는데, 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200명 정도이며, 누적 이용자는 1300명이 넘는다.

홍성재·신윤예=우리는 마을 재생 비즈니스를 한다. 창신동은 봉제 공장만 2800개 정도 있는데, 공장 업무 특성상 일감이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많아 육아에 문제가 있었다. 초기에는 지역의 해송지역아동센터와 함께 아동 미술 교육을 진행했고, 차차 지역 전체에 예술 교육을 확대했다. 교육·전시 등을 진행하면서 그 지역에 맞는 일자리를 모색하기도 한다.

서현주=농아나 새터민들을 접하면서 그림을 좋아하고 잠재력이 뛰어난 장애인 친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이 없었다. 학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이들에게 (예술)교육을 하고있는데, 앞으로는 디자인 상품 개발이나 판매도 진행할 예정이다.

허인재=하버드대학에 교환 연구원으로 있었는데, 외국은 엘리트들이 혁신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더라. 한국은 그런 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카이스트(KAIST) 학생들이 모여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제3세계가 가진 문제를 적정 기술로 해결하고 일자리도 창출해보자는 취지였다. 굿네이버스와 함께 몽골에서 했던 ‘지세이버(G-Saver·축열기의 일종)’ 리뉴얼 사업이 활동 초창기이다. 앞으로 중앙아시아, 동유럽까지 아픔을 가진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할 예정이다.

사회=청년이기 때문에, 그리고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에 갖는 고민이 클 것 같은데.

김종식=사회적기업도 기업이다. 장년도 하기 어려운데, 돈도 경험도 없는 청년들이니 오죽하겠는가. 아이디어, 혹은 열정만으로는 망하기 십상이다. 망했을 때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 하지만 창업은 유도하는 추세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청년들에게 전가하는 느낌이 있다.

허인재=공감한다.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창업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하버드·MIT는 졸업과 동시에 사회적기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향후 기업에 입사할 때 이는 플러스 요인이 된다. 한국은 (대)기업 경력이 없으면 입사가 어렵다. 사회적기업 운영이 경력상으로는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홍성재=조언이 많이 필요한데 딱히 들을 곳이 없다. (대회)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멘토들은 선배 사회적기업가들이다. 그런데 그분들 입장에서도 생존은 중요한 이슈다. 자신들 성장하기도 바쁜데 누굴 키워주나? 멘토링 시스템이 약간 어정쩡하다는 것을 느꼈다.

서현주=모든 창업 대회가 멘토링과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혼자서는 기회가 없으니 이는 중요한 요소다. 멘토링 지원만 바라고 대회에 나간 적도 있다. 3개 이상 대회를 나가서 수상도 했지만 그런 걸 받아보지 못했다. 지원 사업 담당자가 전문적이지 못한 탓도 있는 것 같다. 어떤 부분에 대한 멘토 지원을 요청하면 “다른 사업에 있다 와서 잘 모른다”는 말만 들었다.

홍성재=창업을 준비하면 언제나 돈 문제가 걸리는데, 수상을 통해 사업비가 생기면서 활동의 폭이 넓어졌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그걸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이 힘들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때문에 카메라 대여가 필요해 견적서를 뽑아드렸는데, 서류가 밀렸을 때는 지급이 늦어진다. 우린 그쪽에 일이 밀렸는지 알 길이 없다. 여유 있게 처리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서현주=어느 대회에서 포상금 2500만원을 받았는데, 고마운 마음에 최대한 아껴 썼다. 남기면 좋아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근데 화를 내면서 이틀 안에 0원을 만들어 오라더라. 그래서 쓸데없는 재료를 샀던 기억도 있다.

한상엽=저변이 얕은 청년 세대는 특히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아직 사회적기업 1세대와 2세대 간의 소통은 부족한 것 같다. 중간 육성 기관끼리 단절된 것도 문제다. A라는 곳과 함께 일하다가 B의 도움을 받으면 A가 못마땅해한다.

서현주=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1세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경영을 전혀 몰랐는데, 김진환 오르그닷 대표께서 1년 반 동안이나 도와주셨다. 나도 다음 세대를 위해 내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할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사회= 청년 사회적기업이 정착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김종식=가장 먼저 시민의 힘이 확장되어야 한다. ‘보완재’로 여기기보다는 미래의 ‘대체재’로 여기는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현재는 청년들에게 모든 것을 떠맡기고 있는 형태다. 여기 모인 청년들은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걸 감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유럽의 사회적기업은 70% 정도가 세금을 받아 운영한다. 미국의 파이어니어 인더스트리스(Pioneer Industries) 같은 사회적기업은 제조품 전량을 보잉사에 납품한다. 사회 차원에서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김영진=문제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현장에도 많아 나가봐야 한다. 2004년부터 교회 장애인 부서에 있어보니, 새로 느껴지는 문제가 많더라. 이전에는 몰랐던 것들이다.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공대 대학원에서 전기전자를 전공하다가 소외 계층을 돕는 비전을 찾고 대학원을 그만뒀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셨다. “왜 평범한 길로 가지 않고 어려운 길로 가려고 하느냐”는 식이었다.

허인재=사회적기업가가 가난해야 할 필요는 없다. 모든 활동이 사회적 활동일 필요도 없다. 고행을 하는 종교인이 아니지 않은가.

김종식=공감한다. 인도의 사회적기업 중에는 1년 순이익이 7000억이 넘는 곳도 있다. NGO, NPO, 사회적기업의 상장 시장도 열린다. 아무리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도 지속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 적어도 대표라면,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선순위를 두고, 장사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인재=사회적 가치 기준도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우리 팀에도 억대 연봉을 받던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돈만 추구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원하는 가치를 모두 얻는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

최태욱 기자

김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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