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두통·치통·’소통’에 ‘옥인잘’… 조직이 건강해지는 ‘8가지 약속’ 공유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조직 문화 개선 프로젝트 ‘옥인동에서 소통 잘하는 방법(옥인잘)’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있는 아름다운재단 사옥 곳곳에는 특별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경청하면 우리 귀에 꽃이 핀다’ ‘회의 시작 전, 목적과 시간을 명확하게’ ‘문서의 시작은 작성자와 작성일부터’ ‘우리는 일할 때 친구가 아닌 동료다’ 등의 내용이 1번부터 8번까지 적혀 있다. 모두 ‘옥인동에서 소통 잘하는 방법’, 줄여서 ‘옥인잘’ 8가지 약속<사진>이다.

‘옥인잘’은 아름다운재단이 내부 소통을 활발히 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단 간사들이 조직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는 ‘이야기판’ 자리에서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유로운 소통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 이듬해 재단은 ‘건강한조직만들기위원회(이하 ‘건조위’)’를 꾸려 내부 소통 문화를 개선할 방법을 논의했고, 지난해 5월 프로젝트를 추진할 옥인잘 팀을 조직했다. 팀원은 권찬 사무총장을 비롯해 팀장 1명과 간사 3명. 수평적인 소통을 위해 팀원끼리는 직책을 빼고 ‘OO님’으로 부르기로 했다. 사무총장을 ‘찬님’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옥인잘 팀은 건조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옥인잘 8가지 약속을 만들었다. 재단 직원들이 8가지 약속들에 빨리 친숙해지도록 내용을 현수막과 시트지에 출력해 사옥 곳곳에 붙였다. 작은 글씨로 적힌 8가지 약속을 하나씩 회의실 칠판 아래 모서리, 액자 밑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붙여놓고 찾는 사람에게 ‘상품’을 주는 ‘보물찾기’ 이벤트도 진행했다. 보물을 찾은 직원에겐 다른 간사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비를 지급했다.

ⓒ아름다운재단

옥인잘 프로젝트의 효과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회의를 시작할 때는 주재자가 회의 목적과 달성 목표, 소요 시간을 공지해 회의가 ‘산으로 가는’ 상황을 줄였고, 공식 문서는 아니지만 여러 간사가 공유하는 기획안, 회의록 등에 작성자와 작성일이 명확히 기재돼 일 처리가 빨라졌다. A간사는 “눈에 띄는 곳에 옥인잘 8가지 약속이 붙어 있으니 회의할 때나 문서 작성할 때 계속 신경 쓰게 되더라”면서 “가끔 회의가 예정보다 길어지면 슬쩍 회의실에 걸린 현수막을 쳐다보는 식으로 눈치를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B간사는 “워낙 간사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서로 친구인지 동료인지 경계가 모호한데, 옥인잘 8번 ‘우리는 일할 때 친구 아닌 동료다’를 보면서 일터에서는 ‘프로답게’ 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지난해 말에는 ‘더욱 건강한 소통을 돕는 영양제 옥인잘’이 재단 전 직원에게 처방되기도 했다. 옥인잘 팀원인 장혜윤 간사는 “옥인잘이 유명 진통제 이름과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했다”면서 “팀원들이 손수 초콜릿, 젤리 등 간식을 약포지에 넣고 고데로 밀봉해 55인분을 제조했다”고 설명했다. C간사는 “옥인잘 프로젝트는 소소하면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진행돼 계속 관심이 간다”면서 “이전 조직에서는 소통에 관한 강연 듣기나 책자 배포가 전부였는데 확실히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권찬 사무총장은 “재단 식구들의 공감에서 출발해 자발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옥인잘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서 “우리 재단의 사례가 다른 조직에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옥인잘 관련 자료를 온라인에 공유해뒀다”고 말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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