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SNS로 알리고 파티 열고… 기부가 변한다

NGO의 모금활동
현지 사정 잘 알고 있는 직원 참여 거리캠페인전체 모금액의 70%
맞춤형 컨설팅으로 고액 기부자 마음 잡기도
전략 더한 모금활동으로 기부자의 마음 공략한다

전체 모금액의 70% 이상을 거리캠페인으로 확보하는 월드쉐어는 봉사자 대신 직원이 직접 기부자를 모집한다.
전체 모금액의 70% 이상을 거리캠페인으로 확보하는 월드쉐어는 봉사자 대신 직원이 직접 기부자를 모집한다.

“기부자의 마음을 여는 말 한마디가 아이 한 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8일, 구의역에서 만난 한정오(46)씨의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땀을 닦아내는 것도 잊은 듯했다. 한씨의 시선은 오로지 바쁜 걸음으로 지하철역을 나서는 시민들에게 고정돼 있었다. 그녀는 제3세계 빈곤아동들을 지원하는 NGO, 월드쉐어에서 3년째 거리캠페인을 전담하고 있다. “거리캠페인 중에 만난 70세 할머니가 폐지를 주워 모은 돈으로 매달 3만5000원씩, 벌써 2년째 아프리카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힌 한씨는 “뙤약볕 더위에 주저앉고 싶다가도 뜻있는 후원자를 만날 때마다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얼굴과 얼굴 맞댄 거리캠페인, 기부자 마음 열어

월드쉐어의 전체 모금액 중 70% 이상은 거리캠페인을 통해 이뤄진다. 지하철역, 공원, 휴게소 등이 캠페인 무대다. 2008년 설립 이후, 전년 대비 신규회원 증가율이 2010년에 15.3%, 2011년에 32.7%에 달한다. 월드쉐어보다 규모가 큰 다른 NGO들이 거리캠페인 노하우를 직접 전수받아갈 정도다. 류원규 월드쉐어 총괄팀장은 “거리캠페인을 일반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기지 않고 직원들이 직접 진행한다”며 입을 열었다. 거리캠페인 전담직원 외에도, 전 직원이 날짜를 정해 번갈아 현장에 나간다고 한다. 그는 “바삐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후원을 강요하거나 잘못된 태도를 보이면, 해당 NGO의 이미지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이 기부 자체에 거부감을 갖게 된다”면서 “기부 현장의 최전선에 최고의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입 직원들은 일반 시민들에게 월드쉐어를 소개하며 자신이 속한 NGO의 비전을 되새기고,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의 삶을 보고 온 해외사업팀 직원은 보다 생생하게 기부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전 직원이 모여 거리캠페인 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누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도 갖는다. 조일형 대외협력팀 간사는 “거리캠페인을 통해 수혜자와 후원자를 동시에 만나게 되면서,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면서 “거리캠페인 때 만난 후원자분들과는 애정이 생겨, 지금도 계속 연락하며 피드백을 전한다”고 전했다.

◇후원자들 위해 차별화된 소통창구 마련

지난 4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국컴패션 사옥에서 특별한 바자회가 열렸다. 한국컴패션 후원자들이 직접 기획한 바자회였다. 유명 요리연구가 우정욱씨는 직접 절여 만든 레몬티를 판매했고, 리빙 전문가 권형민 웨딩와이즈 대표는 손수 제작한 테이블보를 들고 왔다. 플로리스트인 한 후원자는 꽃장식을 맡았다. 홈메이드 앞치마와 에코백을 판매한 후원자도 있었다. 이들은 지인들을 바자회에 초대해 물품을 판매했고, 약 800만원의 수익금을 컴패션에 기부했다.

후원모임의 시작은 2005년 무렵. 당시 한국컴패션을 통해 해외 아동을 후원하던 광고대행사 웰콤 전(前) 대표 문애란씨는 친구들을 모아 아동 결연을 소개하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일회성 기부를 넘어선 지속적인 후원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를 계기로 벌써 8년째 ‘컴패션 프렌즈 파티(이하 FOC 파티)’가 매년 6회 이상 열리고 있다. 사진전, 바자회, 작은 음악회 등 형식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진행된 FOC 파티를 통해 300명이 넘는 후원자가 새로 생겼고, 무려 6800여명의 아동이 후원자를 만났다. 2006년부터 한국컴패션 후원자가 된 FOC 총괄팀장 윤성희씨는 “컴패션은 행사 진행이 원활할 수 있도록 도울 뿐, FOC 파티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면서 “후원자들의 자발성을 존중할수록 FOC 모임이 더 풍성해지더라”고 했다. 올해부터는 홍보팀·지원팀·행사기획팀 등 총 7개 팀으로 운영되는 ‘FOC’ 조직도 구성했다.

후원자가 지인을 초대해 또 다른 후원자를 낳는 컴패션의‘FOC(Friends of Compassion) ’ 파티 모습.
후원자가 지인을 초대해 또 다른 후원자를 낳는 컴패션의‘FOC(Friends of Compassion) ’ 파티 모습.

◇온라인 모금 강자 되려면 ‘퍼블리즌(Publicity+Citizen)’을 활용하라

블로그 회원 29만7434명, 페이스북 친구 8만8992명, 트위터 팔로어 수 1만7224명, 미투데이 친구 1만5602명(2012년 7월 기준). 최근 4년간 국제 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한 시민의 숫자다. 하루 홈페이지 접속자 수도 5000~6000명에 달해, 이는 생협을 제외하고 국내 NGO 중에 가장 활발하게 소통하는 홈페이지로 꼽힌다. 경미화 굿네이버스 기획홍보부 e-나눔팀 팀장은 “퍼블리즌(Publicity+Citizen)을 굿네이버스의 친구로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퍼블리즌’이란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의 일상생활을 사진·글을 통해 적극 공개하는 온라인 유저(user·사용자)를 말한다. 경 팀장은 “처음엔 SNS상에 ‘인격’을 담는 전략으로 친근감을 이끌어냈다”면서, 굿네이버스의 SNS 운영방향을 확 바꾼 관련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굿네이버스 직원 한 명이 기업 계정으로 로그인된 것을 모르고 ‘오늘도 야근…. 이 밤에 내가 야식으로 라면 먹고 있다’는 글을 올렸는데, 하루 만에 팔로어 숫자가 몇백배로 늘어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그때부터 SNS 운영자가 자신을 밝히고, 자기 목소리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직원 채용이 막 끝난 시점엔 신입 직원이 SNS 운영을 맡아 취업기를 올리거나, 옆 부서의 현재 상황을 생생하게 보도한다든지요. SNS상에서는 작은 변화로도 커다란 파급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2009년에는 ‘좋은 이웃 블로거’를 모집했다. 파워 블로거를 선발해 매월 3~4회 이상 기부·나눔 콘텐츠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도록 하고, 이들이 직접 봉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한 것. 사진 블로거로 유명한 ‘하늘정원’이 빈곤아동지원 프로그램을 블로그에 소개하자마자 굿네이버스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6만명으로 평소의 10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해당 글을 읽은 또다른 블로거 64명이 굿네이버스의 정기후원을 신청하기도 했다. 2010년 9월에는 국내 최초로 SNS 사용자들이 직접 펀드레이저가 되어 모금을 하는 SNS 전용 기부캠페인 ‘소셜(Social) 100원의 기적’을 실시했다. SNS 친구들에게 캠페인을 소개하고 모금에 참여시키는 유저들에게 그 활동량에 따른 ‘나눔지수’를 주고, 이를 굿네이버스 SNS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 지난 7월까지 이 캠페인에 참여한 SNS 유저는 모두 3660명, 모금액은 약 3300만원에 이른다.

◇맞춤형 기부 컨설팅, 고액 기부자 마음 사로잡아

2007년 12월, 국내에도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가 생겨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가 추진한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 기부금을 완납 또는 약정한 회원들로 구성된다. 벌써 150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손기훈 국민참여추진단 매니저는 “기부를 이끌어냈다고 끝이 아니라 기부 결정 이후의 컨설팅과 예우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금회에서는 설사 전화로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결정했더라도, 직접 방문해 상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전화로 이야기할 수 없는 속이야기들을 나누기 때문에, 대화 중에 정말 많은 정보가 나옵니다. 기부자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한 컨설팅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들에게는 맞춤형 기부 컨설팅이 이뤄진다. 손 매니저는 “아동 음악 교육을 지원하고 싶다는 기부자가 있어서 오케스트라 지원 사업을 연결해드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재능있는 아이들의 일대일 레슨이나 특기적성 지원을 원했음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회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덕분에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다른 기부자를 계속 소개해주면서, 회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모금회는 더 체계적인 컨설팅 지원을 위해 올 하반기에는 전용배분상품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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