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진실의 방] 이제는 증명해야 할 때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이상한 호기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왜 그것을, 혹은 그 사람을 그렇게 싫어했을까. 비슷한 맥락에서 얼마 전, 학창 시절 끔찍이도 싫어했던수학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펼쳐 든 게위대한 수학이라는 책이었죠. 모르고 살기엔 진짜 억울한 50가지 수학 아이디어가 담겼다고 소개된 책이었는데, 그중에서도증명에 관한 장()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증명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엄청난 노력과 실수 끝에 얻게 된다. 증명을 내놓기 위한 몸부림이야말로 수학자들 삶의 중심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증명은 확립된 이론을 추측이나 좋은 고안으로부터 가려내려는 수학자의진품 인증도장이나 마찬가지다. 증명에서 추구하는 특성은 엄격함과 투명함이며,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우아함이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통찰력이 들어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게 증명 과정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무심코 내뱉는 무수한 명제를 증명하고자 살아가는 건 아닐까. ‘진품 명품까진 아니더라도, 인생의 끝에서 적어도 자신이 모조품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몸부림치는 것일까.

증명에 대한 이런저런 쓸데없는 상념을 떠올리던 가운데 도시 재생 뉴딜 사업 50조원을 투입한다는 정부 발표를 보았습니다. 잘못하면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간 정부의 사업이 짝퉁 소리를 듣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2014년부터 본격화한 도시 재생 사업에 이미 수천억원이 쓰였지만 국민 반응은 싸늘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 등 여러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도시 재생이란 단어부터가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됐습니다. 오죽하면한꺼번에 내쫓으면 재개발, 한 명씩 쫓아내면 도시 재생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요.

엄청난 노력과 실수 끝에 얻어지는 게 증명이라고 했던가요. 이제까지 있었던 노력과 실수는 증명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더라도, 다시 50조원이라는 큰돈이 들어가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이면 곤란합니다. ‘도시 재생이 쇠락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명제를 정부는 엄격하고, 투명하고, 우아하게, 증명해야 할 겁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blindlett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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