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이거” “네” 밖에 몰라도… 주와드의 유치원 생활은 행복하겠지요?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엄마! 나 유치원 가서 친구들이랑 어떻게 놀지? 애들은 내 말 못 알아듣고, 나는 애들 말을 못 알아듣는데….”

2016년생 주와드는 요새 날마다 엄마에게 묻습니다. 주와드는 올해 충주 대림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원래 서울 장한평 인근에서 생활해왔던 주와드네는 지난해 아빠가 충주의 대형 폐차장에 일자리를 얻으며 이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얼마 전 주와드네가 새로 이사한 집을 방문했습니다. 주와드는 우리에게 형 하디의 유치원 졸업 앨범을 한참 보여줬습니다. “이거” “네” 주와드는 두 단어만으로 열심히 형 사진을 설명했습니다. 통통한 볼살이 붙은 얼굴이 세상 진지해서 모두 한참을 웃었습니다. 유치원 생활에 대한 기대와 흥분, 걱정으로 가득 찬 주와드는 형의 모습이 꽤 자랑스러웠나 봅니다.

충주에 있는 주와드네 집에서 만난 주와드(왼쪽)와 하디. ⓒ 희망의마을센터

주와드의 형 하디는 아랍 이주민 자녀가 많이 다니는 서울 군자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족 구성원 중에서 한국어를 가장 잘 구사합니다. 충주에서도 하디는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습니다. 형이 즐겁게 유치원 생활을 하는 동안 늘 집에만 있어야 했던 주와드도 드디어 유치원에 가게 된 것입니다. 주와드도 형 하디처럼 잘 해내겠지요?

주와드네가 이런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쳤습니다. 주와드의 아빠는 시리아 내전 상황에서 강제 군대 징집을 피해 아내와 어린 하디를 데리고 한국에 왔습니다. 난민 신청 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고 살던 중, 막내 주와드가 태어났습니다. 주와드의 아빠는 “네 명의 아내, 자녀만 20여 명을 둔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다”면서 “소중한 두 아이에게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주와드의 엄마도 남편을 도와 아이들을 열심히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문화센터에서 열린 삼계탕 요리대회에서 2등을 수상할 만큼 한국 요리 실력도 뛰어납니다. 근처 교회에서 시리아 음식을 만들어 선보이는 등 한국인들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봄이 오고 여름이 되면 “이거” “네” 두 단어만 겨우 말하던 주와드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주와드와 가족의 앞날에 행복만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정연주 희망의마을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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