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⑨] 비영리법인과 법인세

비영리법인의 법인세 과세대상 소득

비영리법인에도 법인세가 있다. 영리법인은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순이익을 뜻하는 소득에는 그 원천을 따지지 않고 모두 세금이 매겨진다. 반면 비영리법인은 이른바 ‘수익사업’에서 생긴 소득에 대해서만 법인세 납부의무를 진다. 즉 모든 소득에 법인세가 부과되는 영리법인과 달리 비영리법인은 법인세 과세대상소득과 목적사업 외 기타 사업을 구분해 과세하는 것이다.

비영리법인의 법인세 과세대상소득과 비영리법인의 목적사업 외 기타 사업은 분명히 다르다.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사안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용어정리가 필요하다. 비영리법인에 쓰이는 ‘수익사업’이라는 용어는 ‘영리사업’ 또는 ‘비관련사업’이라고 변경해야 한다. ‘수익사업’이라는 말은 일본의 법인세법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국내에 무의식적으로 들여와 사용하는 것으로, 회계상 ‘수익’이란 ‘매출’ 또는 ‘판매액’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에 비영리법인의 법인세 과세대상사업을 칭하는 용어로는 맞지 않다.

현행 우리나라 법인세법의 수익사업의 범위는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 의한 사업 중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너무 광범위한 정의로 인해 비영리법인 고유의 예금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도 원칙적으로 법인세 과세대상소득으로 하고 있다. 이 역시 비영리법인의 영리사업 또는 비관련사업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법인세 면세 비영리조직은 비영리조직의 목적사업과 관련이 없는 비관련사업(Unrelated Business Income)에만 법인세를 내게 한다. 또 미국에서는 이자, 배당, 기타 투자소득 등은 비관련사업에 해당하지 않아 법인세 과세대상소득에서 제외된다.

일본도 유사하다. 일본은 물품판매업 등 34개 업종을 비영리법인의 법인세 과세대상인 수익사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의 고유사업에 쓰이는 예금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제도도 없다. 특히 일본은 공익인정위원회에서 인정하는 공익재단법인 또는 공익사단법인은 34개 업종을 영위하더라고 법인세 납세의무가 없다.

우리나라 법인세법에서 수익사업의 범위를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 의한 사업 중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한 것은 1995년이다. 이 개정과 아울러 비영리법인의 고유 사업에서 발생하는 예금이자소득에 대해 법인세납부를 연기하는 방식으로 비영리법인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회계처리도 복잡할 뿐아니라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다.

국내 비영리법인 회계에서는 법인세법상의 수익사업과 비수익사업(법인세 비과세사업)을 구분하는 기준이 주무관청의 허가서(비영리법인의 정관)상의 목적사업과 기타사업의 구분과 일치하지 않는 구분경리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미술관사업을 영위하는 비영리법인의 정관상의 목적사업은 미술관 운영인데, 관객들로부터 받는 입장료 수익은 법인세 과세대상 수익사업이 된다. 어느 기준으로 구분회계를 작성해야 하는지도 통일돼 있지 않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미국과 유사하게 현행 법인세 과세대상 수익사업을 비관련사업으로 변경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바꾸면 세법상의 과세대상 수익사업과 비수익사업의 구분과 주무관청의 허가서상의 목적사업과 기타사업의 구분이 서로 달라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국 제도를 연구하면서 우리가 또 하나 벤치마킹했으면 하는 제도는 바로 법인세 신고 방식이다. 미국은 면세비영리조직이 비관련사업을 국세청에 신고할 때 일반 영리법인과는 다른 별도의 서식으로 법인세 신고를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영리법인과 동일한 양식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영리법인을 대상으로 한 서식이라 비영리법인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더욱이 공익법인 회계기준이 제정됨에 따라 비영리법인이 작성하는 재무제표가 영리법인과 다른 점도 많다. 국세청은 비영리법인이나 공익법인에게는 별도로 적용할 표준재무제표 양식을 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원기 교수는 1978년부터 2010년까지 32년간 회계사 삼일회계법인, 삼정KPMG 등에서 32년간 회계사로 일했고, 2010년부터 홍익대 경영대학원에서 세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약 15여년 전부터 비영리단체 4~5곳의 비상근 감사직을 맡으면서 공익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후 비영리 공익법인 회계기준의 제정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1월 '비영리법인(NPO)의 회계와 세무'라는 책을 펴냈고, 홍대 경영대학원에서 “비영리법인의 회계와 세무” 등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 세무그룹의 고문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