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이주민 복서’ 길태산 조각상 전시…시민 곁으로 한 걸음 더

IOM 한국대표부, 세계 이주자의 날 기념 조형물 설치
슈퍼미들급 한국 챔피언 길태산 선수 본떠 제작

18일 길태산 선수가 서울 잠실롯데월드몰에 세워진 자신의 조각상 앞에 섰다.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부

“저도 깜짝 놀랐어요. 조각상이 엄청 커서 사람들의 주목도 끌고요. 왠지 어깨가 무거워지네요.(웃음)”

지난 18일 카메룬 출신의 복서 길태산(31) 선수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1층 한가운데 세워진 자신의 조각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난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그는 올 7월 한국 프로 복싱 슈퍼미들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높이 2.6m. 착시를 일으키는 독특한 모양의 길태산 선수 조각상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날 조각상을 지나던 한 외국인은 마침 현장에 있던 길태산 선수에게 다가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가 ‘세계 이주자의 날’(12월18일)을 맞아 진행한 캠페인 ‘당신의 이웃은 누구입니까(My Migrant Neighbor)’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작업은 이환권 조각가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이환권 작가는 대상을 왜곡하고 변형하는 특유의 화법으로 사회의 고정관념을 뒤집고 대상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차분하면서도 강인한 에너지를 가진 길 선수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정면에서 보면 납작하게 찌그러진 것처럼 보이지만 폭이 좁아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길태산 선수는 “친구들이 조각상을 보더니 ‘누가 봐도 너’라며 무척 좋아했다”면서 “카메룬에 계신 어머니께도 사진으로 보여 드렸다”고 말했다.

조각상 제작을 위한 ‘3D 촬영’을 하는 길태산 선수(왼쪽)와 3D 촬영 결과 화면.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부

IOM 한국대표부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세계 이주민의 날 기념 전시를 이환권 작가와 함께 진행해왔다. 길태산 조각상은 ▲다문화가정 자녀 3남매(2015) ▲탈북 남성과 남한 여성 커플(2016) ▲이탈리아 출신 김하종 신부(2017) 등에 이은 네 번째 작품이다. 김주미 IOM 한국대표부 커뮤니케이션 담당관은 “지난 8월 보도된 길태산 선수 기사에 영감을 받은 이환권 작가가 곧장 제작에 들어갔고, 4개월여 작업 끝에 완성됐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우리 옆집 난민 ①] “자유 찾아 한국 온 지 3년…태극마크 달고 세계 챔프 되는 게 꿈”

길태산 선수는 “올해는 챔피언 타이틀을 따내고 선수로서 활동도 왕성하게 할 수 있었던 특별한 해”라며 “2019년에는 아시아챔피언을 목표로 한국 생활을 더 열심히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길태산 선수의 대형조각상은 오는 31일까지 전시된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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