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창작 아이디어, 액수에 갇히지 않게…지속 지원으로 예술가에 날개 달아주다

작가 창작 지원 프로그램 ‘종근당 예술지상’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에서 열린 ‘2018 제5회 예술지상’ 전시회 전경. 김수연 작가의 대형회화 작품들이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웠다. ⓒ최항석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예술가가 꾸준히 작업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역할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예술가의 작업을 알아보고 세상에 소개하는 기획자와 평론가, 둘째는 작품을 보러 전시장에 오는 관객. 셋째는 예술가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후원자입니다.”

지난 1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에서 열린 ‘2018 5회 종근당 예술지상()에서 만난 위영일 작가는 이 세 가지 역할이 예술가가 불안과 무력감에 휘둘리지 않고 굳건히 작품 활동을 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이라 말했다.

종근당 예술지상은 종근당과 한국메세나협회, 아트스페이스 휴가 2012년부터 함께 진행해온 회화 작가 창작 지원 프로그램이다. 매년 작가 3명을 선정해 연간 1000만원의 창작 지원금과 연합 전시회 기회를 제공한다. 막 예술계에 발을 들인 신진 작가가 아니라, 주요 창작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여러 전시회에 참여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들이 대상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작가 선정과 전시 기획을 주도하는 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는 “주니어도 아니고, 시니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소위스타 작가가 나올 수 있다면서 “한국 미술계의 허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지상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018 제5회 예술지상’전 개막식에 참석한 선정 작가와 주요 관계자들. ⓒ최항석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이번 전시는 2016년 제5회 종근당 예술지상 지원 작가로 선정된 박광수·김수연·위영일 작가가 3년간 이어온 작업들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지난해 밴드혁오톰보이(TOMBOY)’ 뮤직비디오를 흑백 드로잉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해 화제가 됐던 박광수 작가는 춤추는 듯한 특유의 붓놀림이 돋보이는 검은 숲속연작을 선보였다. 김수연 작가는 사실적으로 묘사한 꽃, 촛불, 인물 조각상을 오려내 붙이듯 조합한 대형 회화 ‘SP’ 연작으로 전시장을 압도했다.

박광수 작가의 작업을 감상하고 있는 관객들. ⓒ최항석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위영일 작가는 전통 회화를 향한 비판과 의심에서 출발한 작업들로 전시장을 채웠다. 작품 제작 매뉴얼을 만들고 주사위를 던져 나온 결과에 따라 그림을 그리는 알레아토릭 페인팅 매뉴얼(Aleatorik Painting Manual)’ 프로젝트, 관객의 위치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도록 투명 아크릴판을 층층이 겹쳐 설치한 리얼 레이어(Real Layer)’ 연작 등이 대표적이다. 김노암 대표는 “세 작가 모두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꾸준히 주제 의식을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평했다.

위영일 작가의 ‘리얼 레이어’ 설치 작품. ⓒ최항석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예술가에 대한 장기 지원 프로그램은 작가들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위영일 작가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설치 작업을 구상할 수 있었던 것도 경제적으로 창작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백만원이 있으면 백만원어치만큼, 천만원이 있으면 천만원어치만큼 상상의 폭이 넓어집니다. 창작 아이디어가 액수에 갇히는 게 현실이죠.”

종근당 예술지상 선정 작가는 올해로 총 스무 명을 넘겼다. 종근당은 내년 5월에 1회부터 5회까지 예술지상에 선정된 작가 14명의 신작을 한자리에 모아 특별 기획전을 열 예정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예술에 관심과 애정이 깊다면서 “예술지상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나가 좋은 작가들의 성장을 돕고, 나아가 한국 미술계의 발전에 이바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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