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한국 학생들과 북한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나무 심는 그날까지

[인터뷰] 김명전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의 김명전 이사장.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제공

“나무 한 그루는 사람 4명이 하루 동안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공급합니다. 더운 여름철에는 하루 평균 에어컨 10대를 7시간 가동하는 효과가 있고, 연간 미세먼지 35.7g을 흡수하죠. 그런데 이런 나무를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립니다. 나무의 성장에는 비약이 없거든요.”

김명전(63)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작은 묘목을 튼튼하고 키 큰 나무로 키우듯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을 지켜왔다. 올해로 설립 30년을 맞은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74만명의 ‘숲 지킴이’ 대원을 배출했다.

 

◇30년 전 홀로 뿌린 씨앗, 74만명 ‘숲 지킴이’로 결실

김명전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수많은 조직을 거쳐왔다. KBS 프로듀서, 청와대 비서관, 한영회계법인 부회장, GOOD TV 대표이사 등 명함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오직 ‘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이라는 직함만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그가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기로 마음먹은 건 우연한 계기였다. KBS 프로듀서 시절, 독일 출장길에서 마
주한 베를린의 도시 숲을 보고 결심이 섰다.

“독일은 19세기 비스마르크 시대부터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꿨다고 해요. 베를린의 아름다운 숲은 100년 노력의 결과였죠. 당시 서울과 비교하면 완전 다른 세상이었죠. 서울에서는 흰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팔목이나 목 부분이 새카매졌어요. 지금은 상상이 안 되겠지만 그 정도로 공해가 심했어요.”

김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빠른 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속도보다 훼손하는 속도가 빨랐다”며 “그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민간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명전 이사장은 30대 초반인 사회 초년생 시절 숲사랑청소년단을 만들었다. 그는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조건을 달면 결국 못하게 된다”면서 “일단 첫발을 내딛어야 일을 스스로 찾고 또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숲사랑청소년단에는 매년 약 1만명의 대원이 함께한다. 이들은 그린리더스캠프, 글로벌 숲탐방, 그린스타트스쿨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숲을 가꿔나가고 있다. 특히 묘목지원사업인 ‘학교숲 가꾸기 프로그램’을 통한 직접 지원방식과 함께 ‘교원 산림교육 직무연수’ ‘지도교사 숲탐방 해외연수’ 등 교육 분야에도 힘쓰고 있다.

숲사랑청소년단에는 매년 1만명의 학생들이 ‘숲 지킴이’ 대원으로 활동한다.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제공

 

◇숲 가꾸기, 지구를 지키는 확실한 방법

“지구온난화로 이상기후들이 생기고 있어요.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이 달린 세계적인 과제에요. 예를 들어 사람 체온은 36.5도가 정상이죠. 그런데 1도가 올라서 37.5도가 되면 환자로 분류돼요. 몸이 아프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는 거에요. 만약 지구 전체의 온도가 1도가 올라간다면 인류가 어떤 환경적 재앙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인지는 상상할 수 있어요. 숲사랑청소년단 활동을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확산시켜 수많은 숲 지킴이가 양성된다면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지 않을까요?”

김 이사장은 숲사랑청소년단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여름방학에 열리는 전국대회를 꼽았다. 전국대회는 숲사랑청소년단 대원으로 활동하는 전국의 학생들을 한 자리에 모아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평상시에는 학교를 중심으로 지도교사가 주도해 숲사랑청소년단이 활동을 하는데, 전국대회는 전국의 친구들을 두루 사귈 기회다. 단순히 숲과 생태계에 대해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대회를 통해 서로 연대하고 협조하고 조직 속에서 헌신하는 사회성을 배우는 인성 함양 프로그램이다. 그는 “가족 같은 작은 팀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원만한 품성, 또 협력하고 함께한다는 정신적 트레이닝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김 이사장은 북한지원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 따른 ‘북한 녹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숲사랑청소년단이 함께 참여할 계획이다. 현재 북한 녹화사업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단체인 아시아녹화기구와 업무협약도 이미 체결한 상태다.

그는 통일에 대비해 꾸준히 백두산 생태 탐방을 해왔다. 중국 연변 자치주와 협약을 맺고, 백두산 생태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그는 “아직은 준비단계지만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백두산 생태복원 방안에 대해 이미 구상을 마쳤고, 백두산이 개방되면 숲사랑청소년단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숲사랑청소년단 대원들과 북한의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바로 통일의 미래를 가꿔나가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진정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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