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지역 문제 해결 위해 시민이 나섰다… ‘2018 액티브 시티즌 결과보고회’

 
분리분리 팀이 분리수거함을 설치하기 전 쓰레기 섬 모습(아래)과 설치한 후 모습. ⓒ분리분리

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에는 ‘쓰레기 섬’으로 악명 높은 교통섬이 있었다. 각종 쓰레기가 마구 뒤섞여 있어 보기에도 안 좋고, 악취도 났다. 주민들이 시청에 여러 번 민원을 넣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보다 못한 시민 세 사람이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분리분리’란 팀을 꾸려 쓰레기 섬에 접이식 철제 틀과 그물로 만든 분리수거함을 놓았다. 분리수거 안내 포스터를 만들어 인근 주택과 아파트 단지에 붙이고, 전단도 제작했다. 그 결과, 늘 지저분하던 쓰레기 섬은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팀원 정보경 씨는 “주민들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프로젝트라며 “‘같이의 가치’를 느꼈다”고 했다. 용기를 얻은 분리분리 팀원들은 동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 공공미술 등 다른 프로젝트들을 준비 중이다.

‘분리분리’ 팀은 주한영국문화원과 경기도문화재단이 함께 진행한 ‘2018 액티브 시티즌(Active Citizen)’ 프로그램을 계기로 꾸려졌다. 액티브 시티즌은 영국문화원이 전 세계 46개국에서 운영하는 시민 참여형 지역 사회 문제 해결 프로그램으로, 시민이 직접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팀을 꾸려 이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도입 이후 올해 2기 참가자를 모집했다. 3대 1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20여명의 액티브 시티즌 2기는 뜻 맞는 사람들끼리 지역 사회 변화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약 3개월간 진행했다. 

지난 9일 대학로 공공그라운드 5층 라운지에서 열린 ‘2018 액티브 시티즌 결과보고회’ 현장. ⓒ주한영국문화원

이달 초에는 올해 활동 내용을 공유하는 ‘2018 액티브 시티즌(Active Citizen) 결과보고회’가 열렸다. 분리분리 팀은 “실제로 지역 사회에 변화를 일으켰고 많은 주민과 함께했다는 점에서 ‘액티브 시티즌’ 프로그램 취지에 가장 맞는다”는 평가를 받아 1등 상을 받았다. 프로젝트 심사위원인 황순주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팀장은 “아낌없이 투자하고 싶은 팀”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2등 상은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학교 안팎에서 만날 수 있는 동식물의 생태 지도를 제작한 ‘자연친화’ 팀에게 돌아갔다. 팀원 최병주 씨는 “동식물 생태 지도를 수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보드게임 등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에 참여한 신희영 문화집합36.5 대표는 “생태 교육을 공교육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현장 투표로 진행된 인기상에는 ‘무아’ 팀이 선정됐다. 파주에 사는 큐레이터, 디자이너, 화가로 꾸려진 무아 팀은 지역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 매거진, 동영상,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해 SNS에 게시하고 있다. 팀원 한수지 씨는 자기가 사는 동네에 별 관심이 없는 2030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파주 지역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계속 발굴해나가겠다”고 했.

무아 팀이 발간한 매거진 ‘무아’ 1호와 2호 ⓒ무아

이밖에 사람들이 자전거, 전동 킥보드, 유모차 등을 끌고서 직접 동네 보행로를 걸으며 길 상황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공유하는 ‘모두의 길’ 프로젝트(‘느슨한 연대’ 팀), 군포시 청년·청소년들과 함께 빵을 먹으며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빵과 영화제’ 프로젝트(김의리 씨), 아파트 단지 안 조경수를 활용해 자연환경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자연 감수성을 높여주는 ‘친구야 산수유나무 아래서 만나’ 프로젝트(임태규 씨)도 소개됐다. 오현정 주한영국문화원 교육사회본부장은 2기 액티브 시티즌의 공식 활동은 끝나지만, 프로젝트를 꾸준히 지속해나가면 더 큰 임팩트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영국문화원과 경기문화재단은 내년 봄 제3기 액티브 시티즌을 모집할 예정이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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