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식품 안전에서 문화 체험까지 … 아이쿱생협 ‘괴산 자연드림파크’

아이쿱생협 ‘괴산 자연드림파크’ 방문기

지난 3일 충청북도 괴산에 문을 연 ‘괴산 자연드림파크’. ⓒ아이쿱생협

지난 3일 충북 괴산. 새로 생긴 6차선 도로를 따라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자연드림파크’ 개관을 알리는 현수막이 하나 둘 나타났다. 이날 문을 연 괴산 자연드림파크는 아이쿱(iCOOP)생협이 전라남도 구례에 이어 두 번째로 세운 친환경 유기농 식품 클러스터다. 1단지와 2단지를 합쳐 총 규모는 약 31만평. 구례 자연드림파크(4만5000평)보다 7배가량 넓다. 

1단지에는 ▲김, 커피·차 등 가공식품 생산공방 ▲레스토랑, 영화관, 호텔 등 편의시설 ▲파크 지원센터 ▲식품안전검사센터인 ‘V&B 센터’가 들어서 있다. 1단지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2단지에는 ▲음료, 면, 식용유 등 생산공방  ▲냉장·냉동창고 ▲농산물 유통센터 등이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생산공방은 13곳. 아이쿱생협은 2022년까지 공방을 40곳으로 늘리고 스포츠센터, 유스호스텔, 병원 등 편의시설과 과수농장, 사슴 체험 목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괴산 자연드림파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아이쿱생협이 판매하는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검사하는 V&B(Virus and Bacteria) 센터다. 농약 성분, 동물용 의약품 성분, 미생물, 중금속, 합성첨가물 등을 법적 기준보다 까다롭게 검사한다.

이날 V&B 센터에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등 김장 채소가 들어오고 있었다. 유리벽 안쪽 검사실에서는 가운과 마스크를 착용한 연구원들이 배추에 묻은 흙을 씻어내고 있었다. 류원형 검사팀장은 “채소, 과일, 수산물, 가공식품 등 모든 식재료를 잘게 분쇄해 수차례 검사한다”면서 “농산물은 농약 잔류 검사를, 가공식품은 대장균 등 미생물 검사와 식품첨가물 검사를, 축산가공품은 동물용 의약품 검사를 각각 중점적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GMO 여부를 가려내고 미세 플라스틱을 찾아내는 장비도 조만간 들일 예정이다. 류 팀장은 “내년 초부터는 GMO 곡물에서 검출되는 제초제(글리포세이트) 성분과 소금, 어패류 등에서 검출되는 미세 플라스틱을 잡아내는 검사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으로 실습 체험 프로그램도 시작한다. 햄과 소시지를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첨가하는 발색제, 사탕이나 초콜릿 등에 들어가는 합성 착색료를 아이들이 직접 검사 시약으로 검출해보며, 이러한 성분들이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를 배우게 된다.

V&B 센터에서는 아이쿱생협에서 유통되는 모든 식품을 대상으로 잔류 농약 성분, 중금속, 화학첨가물, 곰팡이 독소, 미생물 검사 등을 하고 있다. ⓒ아이쿱생협

1단지와 2단지 공방들은 모두 유리벽 너머로 생산공정을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조미김을 만드는 공방에서는 김이 한 장 한 장 구워져 기름 샤워를 하고 크기별로 포장되는 전 과정을 볼수 있다. 육가공 공방에서는 소시지가 줄줄이 완성되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과일주스, 두유, 초콜릿우유 등을 생산하는 음료 공방에서는 사각 테트라팩에 담긴 음료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상자에 차곡차곡 포장되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음용으로 받은 과일주스를 맛본 한 방문객은 “확실히 시중에서 파는 주스랑 다른, 건강한 맛이 난다”며 입맛을 다셨다.

통유리벽 너머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주스 생산 과정.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1단지에 있는 호텔 ‘로움’의 객실에서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제품이 여럿 보였다. 발달장애인들이 만드는 ‘동구밭’의 비누, 사회적기업 ‘다래월드’가 생산하는 친환경 샴푸, 나무 펄프 대신 천연 밀짚으로 만든 ‘헬씨티슈’의 휴지가 객실 용품으로 비치돼 있다. 객실 청소와 관리도 노동 취약계층을 위생환경관리사로 육성하는 사회적기업 ‘인스케어코어’가 맡고 있다. 오귀복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상무는 “현재 아이쿱생협은 사회적경제 기업의 물품과 서비스를 연간 43억 규모로 구매하고 있고, 17개 사회적경제 기업이 아이쿱생협 온·오프라인 몰에 입점해 있다”면서 “앞으로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더 많이 협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1단지의 잔디 광장에서 열린 개관 기념식은 아이쿱생협 20주년 기념식과 함께 진행됐다. 박인자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회장, 김아영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회장, 이시종 충청북도 도지사, 이차영 괴산군 군수가 무대에 올라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고, 200인 합창단의 뮤지컬 공연도 펼쳐졌다.

아이쿱생협 생산자·소비자 조합원을 비롯한 3000여명의 관람객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축제를 즐겼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괴산에 자연드림파크가 문을 열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이곳이 아이쿱생협의 중심지가 되고, 나아가 괴산의 친환경 유기농업 거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이쿱생협 20주년과 괴산 자연드림파크 개관을 축하하는 기념식 장면. ⓒ아이쿱생협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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