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난민 식탁서 ‘맛있는 수다’ 편견이 사르르 녹아요

[난민 푸드 페스티벌]

콩고식 쇠고기 채소 꼬치 ‘카문델레’와 감자구이. ⓒ유엔난민기구

“이거 한번 먹어봐요. 카문델레(콩고식 쇠고기 꼬치). 맛있어요.”

지난 22일 서울 홍대 앞 카페, 콩고민주공화국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서툰 한국말로 사람들을 불러 세웠다. 그는 자신의 솔 푸드(soul food)를 여러 시민들에게 선보이러 왔다고 소개했다. 셰프 못지않은 요리 실력으로 카문델레를 뚝딱 만들어낸 그는 ‘난민’이다.

난민들이 자신들의 고향 음식을 소개하는 ‘난민 푸드 페스티벌’이 국내에서 처음 개최됐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유엔난민기구는 “지난 2016년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난민 푸드 페스티벌의 연장선”이라며 “음식을 통해 난민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무너뜨리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행사는 사전 신청을 받아 하루 80명씩 제한된 인원을 초대했다. 아직은 대중 앞에 나서기를 어려워하는 난민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난민 셰프들에게 전한 메시지. ⓒ문일요 기자

이번 행사에는 도르카스(콩고민주공화국), 마싸(수단), 엔젤(코트디부아르), 유스라(이라크), 폴린(케냐) 등 5명의 셰프가 시민들을 맞았다. 도르카스는 콩고식 쇠고기 채소 꼬치 ‘카문델레’를 내놨다. 카문델레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잔치가 열리는 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중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닭꼬치처럼 거리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수단에서 온 마싸는 학창시절 친구와 간식으로 즐겨 먹던 ‘팔라펠’을 준비했다. 아랍 지역 대표 음식인 팔라펠은 다진 병아리콩에 양파, 마늘, 청고추 등을 섞어 동그란 전처럼 빚어낸 뒤 기름에 튀긴 채식 메뉴다. 행사 첫날 여덟 살 아들과 함께 푸드 페스티벌에 참석한 김일회(46)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으면서 친해지듯 난민과도 같이 식사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이들에 대한 오해는 쉽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먼 타국의 음식이지만 우리나라 음식과 비슷한 메뉴도 눈에 띄었다. 코트디부아르 셰프 엔젤의 솜씨로 빚어낸 ‘아블로’는 한국의 술빵과 식감이 비슷하다. 익숙한 듯 생소한 아블로 빵과 함께 마련된 코트디부아르식 치킨 스튜를 맛본 시민들은 엔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혜란(24·서울 마포구)씨는 “이태원에서 맛볼 수 있는 이국 음식과 견줘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만큼 맛있다”면서 “처음 맛보는 음식인데 우리 부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만들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난민 셰프들 뒤에는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 ‘키친노마드’가 있다. 키친노마드는 난민 여성을 셰프로 양성하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로, 현재 난민 8명이 이 단체에서 셰프로 활동 중이다. 행사장을 찾은 최유정(29·서울 성북구)씨는 “이번 행사에 소개된 다섯 가지 음식 만드는 방법을 담은 레시피 카드를 받았는데, 집에서도 한번 만들어볼 생각”이라며 “난민도 우리와 비슷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걸 많은 사람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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