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열매·자원 나눠주는 인재 숲 만들 것”

[인터뷰]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

지난 4일 공식 출범 ‘숲과나눔’, SK하이닉스가 출연한 비영리 재단
안전·보건·환경 인재 양성이 목표, 모든 곳서 독립돼야 신뢰받아

 
“인재를 키우는 건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아요. 혼자 우뚝 선 나무는 소용없죠.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숲을 이뤄야 해요. 자신들이 가진 열매와 자원을 세상에 나눠줄 수 있는 울창한 ‘인재 숲’을 만드는 게 우리의 미션입니다.”

지난 16일 만난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장재연(61) 이사장은 재단 이름에 담긴 뜻을 이렇게 풀이했다. 숲과나눔은 SK하이닉스가 350억원을 출연해 만든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지난 4일 정부 설립 허가증을 받았다. 이날이 재단의 공식 생일이 된 셈이다. 장재연 이사장은 “7월 4일은 7·4 남북 공동성명이 있던 날이고, 미국 독립기념일이기도 하다”면서 “뭔가 뜻깊은 나눔이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라고 했다.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장재연 이사장이 포즈를 취했다. 숲과나눔은 SK하이닉스가 안전·보건·환경 분야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숲과나눔의 주요 목표는 안전·보건·환경(Safety·Health·Environment, 이하 ‘SHE’) 분야 인재 양성입니다. 현재 사무처를 운영할 핵심 직원 7명을 뽑았고, 사무실도 곧 완성됩니다. 50명 정도가 함께 모일 수 있는 큰 회의실도 만들었습니다. 수시로 토론과 포럼을 열어 아이디어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장 이사장은 “숲과나눔은 SK하이닉스가 설립했지만 재단의 의사 결정, 운영은 모두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와 이사회가 맡는다”며 독립성을 강조했다. 재단이 기업이나 정부의 영향을 받게 되면 이리저리 휘둘리다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재단은 기업과 분리돼야 합니다. 정부와 엮여서도 안 됩니다. 안전·환경·보건 분야는 특히 더 그렇다고 봐야죠.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환경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해보세요. 환경 분야의 재단이 그 기업과 연결돼 있다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죠. 사람들도 재단이 하는 말을 믿지 못할 겁니다.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된 곳이라야 신뢰를 받을 수 있죠.”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장 이사장은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이자 국내 최대 규모 환경 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의 공동대표다. 시민환경연구소장, 환경보건포럼 공동대표(이사장), 수돗물시민회의 의장(이사장),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내공을 쌓은 환경 전문가다.

“1980년대 초 ‘온산병(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공업단지 일대에서 발생한 공해병)’ 때 환경 운동에 입문했습니다. 주민들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조사에 참여하게 됐는데, 공단에서 발생한 공해로 지역 주민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진행된 매향리 소음 소송도 잊을 수 없죠. 항공기 소음으로 시민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입증하는 조사를 진행해 법원에 감정서를 냈고, 이를 법원이 수용하면서 시민들이 보상을 받았습니다. 조사 과정에서의 우여곡절은 너무 많아서 설명하기가…(웃음).”

장 이사장은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분야, 소외된 분야에 더 관심이 갔다”면서 “그쪽이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안전·보건·환경 분야가 무척 열악합니다. 궂은일이고 대우도 좋지 않아서 인재를 찾기가 어렵죠.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안타깝죠. 그래서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런 공감대가 모여 ‘숲과나눔’이 탄생한 거죠.”

숲과나눔이 하게 될 일은 크게 세 파트다. 첫째, SHE 분야의 인재를 양성해 전문가로 키우는 것. 둘째, SHE 분야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대안을 개발하는 것. 셋째, 지역사회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홍보 활동을 하는 것.

“지금까지 공익재단은 대개 두 가지 중 하나였습니다. 기업이 믿는 재단, 혹은 노동자가 믿는 재단이죠. 앞으로 숲과나눔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신뢰하는 재단으로 만들어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blindletter@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