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암웨이 ‘사회복지 전문 해외연수과정’

한국 복지 ‘미드필더’ 교육 현장-정책 다리 놓는다
벨기에의 사회행동센터 10년 자활 계획 등 전문 서비스 제공
입소자 인권 최우선… 직원의 밝은 표정 등이 인상적

정세미(32) 팀장이 지역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한 지는 올해로 9년째다. 세미씨와 그 나이 또래의 사회복지사들은 한국 복지 체계에서 ‘미드필더’로 통한다. “현장 사업에 대해 실질적인 결정을 가장 많이 하면서도, 현장에 함몰되지 않는 너른 시야를 갖춰야 할 연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세미씨는 자신이 업무를 관성에 따라 처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 생겼다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유리벽 같은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세미씨처럼 현장을 구석구석 체험한 전문가들의 눈에는, 정부의 복지 정책이 지닌 한계들도 보이고 미래에 발생할 문제들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소통하거나 정책에 반영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미씨가 일하는 지역종합사회복지관은 지역의 복지 문제와 관련한 거의 모든 현안을 떠맡고 있다. 가족복지사업의 명목으로 상담센터를 운영하거나 가족 지원사업을 해야 하고, 지역사회 보호사업의 명목으로 재가 복지 센터를 운영하거나 이동 목욕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지역의 자원들을 묶어주는 네트워크 사업도 해야 하고, 지역에 있는 어르신과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봉사단체들도 조직해야 한다. 미취업자들을 위한 자활 지원사업, 지역 축제, 복지 문제와 관련한 연구 개발 사업에 관련된 행정적인 업무까지 모두 처리한다.

독일 트리에 한 노인복지기관에서 암웨이의 해외 연수 과정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이 ‘인간에 대한 배려’를 중심으로 한 기관 운영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독일 트리에 한 노인복지기관에서 암웨이의 해외 연수 과정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이 ‘인간에 대한 배려’를 중심으로 한 기관 운영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이렇게 민원인을 만나는 것부터 행정 처리까지 사회복지사에게 ‘만능(萬能)’을 원하는 우리나라의 복지 행정 구조에서는, 사람들이 금방 지치고 전문성도 잃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난다. 복지 정책과 복지 서비스의 질적인 하락이 생기는 중요한 문제다. 한국암웨이의 사회공헌 사업인 사회복지 전문 해외연수과정은 이런 현실에 주목했다.

한국암웨이는 서울시 사회복지관 협회와 함께 2005년부터 매년 20여명의 사회복지사를 뽑아 해외 연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영국,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등 앞선 복지정책을 갖춘 나라라면 모두 연수의 대상이 된다. 지금까지 이 과정에 참여한 현장 사회복지사는 98명. 현재 서울에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이 95개소이니 평균 한 복지관당 한 명씩은 암웨이의 사회복지 전문 해외연수과정에 참여한 셈이다. 매 회기의 연수 결과 보고서는 도서관이나 대학의 복지학과에 기증됐다. 한국에서 책이나 연구 자료로 발간되지 않은 구체적인 정보들이 새로운 자료로 추가되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사회복지사들의 연수를 지원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은 불우한 이웃들에 대한 직접 후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어려운 이웃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적절한 지원과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 복지 서비스의 질적인 하락은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수준이 높아지려면, 사회복지사들의 자질 향상도 필수적입니다.”

서울시 사회복지관협회 공상길(49) 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설픈 벤치마킹은 피해야 하지만,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껴야 발전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 9일부터 17일까지 8박 9일에 걸쳐 진행되었던 서유럽 연수는 단순한 기관 방문에 그치지 않고 프랑스, 벨기에, 독일의 복지 철학과 복지 전달 체계 등을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일정이 잡혔다. 특히 독일에서는 한국에 ‘사회연대의 이론과 실천’이라는 책의 저자로 소개된 한스 브라운 교수가 한 시간에 걸쳐 독일의 복지 정책과 역사에 대해 강연을 하기도 했다.

미상_사진_암웨이_사회복지사2_2010이번 연수에 참여한 장안종합사회복지관 홍인숙(37)씨는 “최근 복지 서비스가 시장화되면서 진정성이 결여된 여러 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에 깊은 회의가 생겼는데 벨기에의 사회행동센터(Public Center for Social Action·두 번째 사진)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들이 도움이 절실한 한 명 한 명에 대해 10년짜리 자활 계획을 짜주고 이들을 필요한 서비스에 연결해주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집행은 해당 사업의 전문가들이나 지역주민의 참여로 이루어지고요. 사회복지사들이 기획, 집행, 모니터링, 모금 등 모든 일을 하는 한국과는 좀 다르죠. 사회복지사들이 더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와 지역사회가 이들의 전문성을 신뢰하는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8박 9일간의 길지 않은 연수 일정이었지만 사회복지사들의 표정은 떠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밝아졌다. 현지에서의 평가가 있던 밤. 연수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은 많은 것을 털어놓았다.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 입소자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관 운영, 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밝은 표정, 시장경제와 서비스의 질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 등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에서 이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까지 토로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밤이 깊도록 끝나지 않았다.

이번 연수를 위해 노력한 한국암웨이 김상두(45) 부장은 “우리나라도 사회복지가 제공해야 할 서비스의 영역이 확대되고 요구하는 서비스의 수준도 점점 높아져 곧 전문 인력의 공급 부족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번 연수를 받은 중견 사회복지사들이 정책 제언과 서비스 개선에 앞장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다음 연수 프로그램을 짜기 위한 고민이 시작됐다며 웃었다. 사회복지사들의 열정 어린 연수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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