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사회공헌이 만든 ‘변화의 이야기’에 주목하라

기업 사회공헌 관계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기업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답은 다르겠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우리 기업의 철학과 가치를 담고 있으면서도 차별화된 사회공헌 테마는 무엇인가’일 것이다. 특히 2004년을 기점으로 불기 시작한 사회공헌의 전략화 움직임은 많은 기업들에 기업 가치 향상에 기여하는 사회공헌 테마 개발에 대한 부담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0년의 상황은 어떠할까?

각 기업에서 발행한 사회공헌백서, 홈페이지,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내 대표적인 사회공헌 기업 100개의 대표 프로그램을 조사해 봤다. 그 결과 기업 간에 큰 차별성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대상 기업의 70% 이상이 일반적인 소외계층 전반을 아우르는 유사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정하고 역량을 투입하고 있었다. 사회복지 프로그램 내에서도 기업들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지원을 선호하고 있었으며, 지원방식 또한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이 대부분이었다. 문화예술, 환경보호 프로그램을 대표로 내세우는 기업은 11개에 불과했다. 어느 건설사의 어린이 안전 캠페인, IT기업의 IT교육 봉사단 운영, 제약 회사의 장애아동을 위한 무장애 놀이터 건립 등 기업의 비즈니스 특성과 철학을 반영한 눈에 띄는 전략적 사회공헌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한편으로는 단지 ‘차별화’만을 내세워 현장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는 전시성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꽤 있었던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렇게 한정적인 사회공헌의 분야와 방법론으로는 기업마다의 전략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공헌의 성과를 높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많은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이 기억하는 것은, 누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그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사회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스토리(story)’들이다. 다시 말해 사회공헌 활동을 차별화한다는 것은 누구도 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을 통해 사람들이 기억해 줄 수 있는 문제의 제기와 변화를 이끌어내는 우리 기업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기업 사회공헌의 새로운 트렌드처럼 여겨지는 ‘다문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마다 ‘다문화 지원’을 대표 사회공헌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이 보여준 것은 단기간의 천편 일률적인 접근 방식뿐이었다. 이해 관계자 대부분이 다문화 하면 당장 어떤 기업을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이 순간 어떤 기업이 다문화에 대한 다양성의 이슈를 인식하고, 다문화가 ‘문제’가 아닌 ‘현상’임을 인지한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면, 그 안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스토리와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멀지 않은 시점에 다문화 사회공헌의 대표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미상_그래픽_사회공헌_100개대표프로그램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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