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기고] 폭력 무감각해지는 학업 구조 개선하고 아동 둘러싼 모든 환경 모니터링 필수

학교폭력, 처벌보다 예방이 우선시 되어야 멈출 수 있다

이호균 한국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장
이호균 한국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장

폭력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은 모든 아동이 가진 기본적인 권리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아동폭력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유엔은 지난 2003년, 3년간 아동폭력에 대한 연구(UN Study on Violence against Children)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연구를 통해 가정, 학교, 지역사회, 근로 현장, 보호시설과 사법시설 등 아동을 둘러싼 모든 환경에서 아동폭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아동에게 행해지는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정당화되어서는 안 되며,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국가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유엔아동권리협약(UN CRC,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이행 국가보고서 및 민간보고서를 통해 정기적으로 가입국의 아동권리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1년 보고서에서 “학교 내에서 또래집단 사이의 괴롭힘의 빈도와 정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또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책안을 개발하고 실행할 것,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아동의 권리에 대해 강조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권고했다.

우리나라 학교폭력의 실태는 이미 온 사회가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각성할 만큼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폭력 발생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폭력의 형태도 조직화되고 잔인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IT의 발달로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한 왕따나 괴롭힘이 새로운 형태의 학교폭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부 및 지자체, 지역교육청, 학교 단위에서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기구와 조직을 갖추어 대응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학교폭력 사례가 빈번하게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가해 아동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학교폭력 발생 후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여 개입하는 조치 중심으로 학교폭력 대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아닐 것이다. 아동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방이 우선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투자가 아낌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해 및 피해 고위험 아동에 대해서 사전에 발견하고 개입할 수 있도록 예방 측면의 학교폭력 상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학교, 지역사회 그리고 가정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학업성취의 압박과 긴장감이 심한 환경 속에서 폭력에 대해 무감각하고 폭력에 취약할 수 있는 아동에게 아동권리에 기반을 둔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해서 아동 상호 간의 인권을 존중하고, 비폭력적인 학급 및 학교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으로 폭력에 취약한 교육 및 사회의 구조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사회의 모든 체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아동권리 실현의 책임은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있음을 잊지 않고, 아동을 둘러싼 모든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아동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동·청소년들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학교 안에서의 폭력은 또래 간에 행해지는 폭력의 구조와 미치는 영향력을 볼 때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학교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우리 사회의 태도와 노력은 아동권리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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