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실명예방캠페인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 ②탄자니아 트라코마 예방사업

[더불어 함께 하트하트 재단] 위생교육·치료사업·예쁜 화장실 벽화까지… 환경 바뀌자 위생에 눈뜬 아이들
상황 열악 불구, 국제 NGO 활동은 전무… 예방 교재 8000부 공급
초교 화장실 10곳 신축 등 한 지역 5년간 프로젝트
질환·위생 인식 바뀌고, 발병률도 낮춰… 올해 수술캠프 통해 1500건 수술 계획 중

“음판고 와 큐온도슈와 은고니와 와 트라코마!(트라코마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

하트하트재단 최수종 친선대사의 우렁찬 외침이 고요했던 시골 학교에 퍼진다. 곧이어 100여명 학생이 한목소리로 외친다. “얼굴을 잘 씻자!” “주위환경을 깨끗이 하자!”

탄자니아의 음트와라 지역은 열악한 환경에도 원조단체의 활동이 거의 없는 복지의 사각지대이다.
탄자니아의 음트와라 지역은 열악한 환경에도 원조단체의 활동이 거의 없는 복지의 사각지대이다.

4월 10일 오후 3시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음트와라주(州) 남벨레케탈라초등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 학교는 지난해 하트하트재단에서 진행한 트라코마 예방사업으로 깨끗한 화장실을 선물 받은 곳이다. 이날은 아이들과 함께 이 화장실 벽면에 트라코마 퇴치법이 담긴 벽화를 그리고, 더불어 위생교육까지 이뤄졌다.

20시간의 긴 비행 끝에 마침내 탄자니아 아이들을 만난 최수종 대사는 “어디에서 살고 있든 아이들의 꿈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그 꿈의 바른 안내자 역할을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세이라(15·초6)양은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어야 하고, 눈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의사 선생님께 가서 보여줘야 한다는 걸 배웠다”며 “화장실이 생겼을 때도 너무 기뻤는데, 예쁜 그림을 그리니 더 좋아요”라고 했다.

◇트라코마, 실명 일으키는 무서운 전염병

‘트라코마(Trachoma)’는 전염성 각결막염의 일종으로 심각한 시력 장애와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무서운 병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 병은 전 세계에 흔하디흔한 질병이었다. 선진국에선 195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고, 현재 중동과 아프리카, 중국 일부 지역 등 절대 빈곤지역에만 남아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열악한 위생과 주거환경, 무덥고 먼지 많은 기후 때문에 전 지역의 75%가 트라코마의 영향을 받고 있다. 1984년부터 30년가량 탄자니아에서 트라코마 치료 지원사업을 펼쳐온 미국 ‘헬렌켈러 인터내셔널(이하 HKI)’의 피터 냔다씨는 “트라코마는 가장 치명적인 안질환 중 하나”라며 “그중에서도 탄자니아 최남단에 위치한 음트와라는 고온 다습한 기후를 갖고 있어 트라코마 발병률은 높은데, 1차 보건 진료를 받을 기회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트하트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이곳에서 트라코마 치료 지원에 나섰다. 하트하트재단의 최주용 음트와라 지부장은 “이곳은 상황이 정말 열악한데도 국제 NGO가 활동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어 복지의 사각지대”라고 전했다.

◇하트하트재단, 트라코마 예방 교재 배포하고 화장실 신축

직접 벽화를 그리고 있는 남벨레케 탈라초등학생들.
직접 벽화를 그리고 있는 남벨레케 탈라초등학생들.

하트하트재단은 이곳에서 트라코마 예방과 치료사업을 펼친다. 위생교육과 환경 개선이 그 시작점이다.

하트하트재단은 작년 232개 초등학교에 트라코마 예방 교재 8000부를 공급했으며, 이 교재를 가르칠 수 있는 과학교사를 함께 양성했다. 낭구르에초등학교 술래이만(50) 과학교사는 “아이들에게 트라코마 예방을 가르치기 위해 연수를 받았는데, 스스로도 위생의 중요성을 깨닫는 귀한 시간이었다”며 “현재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트라코마 수업을 하는데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오염된 물과 파리떼를 없애는 등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약이나 수술 같은 트라코마 치료법은 무의미하다. 하트하트재단은 지난해 정부 기관과 원조단체들을 초대해 음트와라의 물 관련 환경개선을 도모하는 ‘WASH 포럼’을 두 차례 개최했다. 파리떼를 없애기 위해 10개 초등학교의 화장실도 새로 지어줬다. 최 지부장은 “따로 건축업자를 고용하지 않아도 교사들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사에 참여하는 학교가 많았다”고 했다. 지난해 새 화장실을 지은 탕가조초등학교의 수알레(49) 교장은 “학생 수가 너무 많아 옛날 화장실이랑 혼용해서 쓰고 있는데, 아이들이 새 화장실로만 가려 한다”면서 “환경 하나가 바뀌니까 물, 음식 등 위생 전반에도 더 신경 쓰게 된다”고 했다. 하트하트재단은 올해 11개 학교에 새 화장실을 지을 계획이다. 공사가 한창인 미니엠베초등학교의 하마니(42) 교장은 “그동안 여자아이 69명과 남자 아이 83명이 각각 화장실 한 칸씩 사용하고 있었다”며 “새 화장실이 지어지면 트라코마 예방은 물론 아이들이 편하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라코마 퇴치뿐 아니라 탄자니아 빈곤 퇴치에도 기여”

예방과 치료시기를 놓친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술이다. 한 번 트라코마에 걸리면 수술을 통한 시력 회복은 불가능하지만, 병이 악화돼 실명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하트하트재단은 각 지역을 돌며 현장 진료와 수술을 진행하는 수술캠프를 개최하고, 부족한 의료 전문 인력을 보충할 수술 의료진을 양성하고 있다(탄자니아는 인구 160만명당 안과 전문의가 1명이고, 우리나라는 2만명당 1명이다).

하트하트재단 ‘수술의 양성 과정’을 통해 네왈라(Newala)병원 안과에서 활동하고 있는 레지와(34)씨는 “실제 환자들을 대하다 보니 트라코마뿐 아니라 안질환에 대한 공부를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앞으로 더 좋은 교육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트하트재단은 올해 수술캠프를 통해 1500건의 트라코마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음트와라 지역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다. 트라코마 질환에 대해 자세히는 몰라도 손을 잘 씻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 하트하트재단 최주용 지부장은 “트라코마는 결핵 퇴치사업처럼 한 지역에서 5년 동안 프로젝트를 잘 진행하면 발병률을 확실히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하트하트재단의 신인숙 이사장은 “탄자니아의 지역적, 기후적 특성을 고려해 실명의 주요 원인이 되는 트라코마 퇴치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트라코마의 퇴치사업이 탄자니아의 빈곤 퇴치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탄자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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