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화)

서울시 사회적경제, 올해는 ‘시민생활 더 가까이’

‘시민생활 더 가까이.’

무술년(戊戌年) 새롭게 발표된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비전이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8 서울 사회적경제 신년회’에서 비전을 최초 공개했다. 지금껏 사회적경제를 알리는데 집중했다면, 시민 삶을 개선하고 사회적가치를 실현함으로써 보다 시민에게 다가가겠다는 포부다. 서울 사회적경제 신년회는 서울시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공동 개최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을 비롯해 각 분야의 사회적경제 협의체와 중간지원기관, 기업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2일, 2018 서울 사회적경제 신년회 현장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날 행사에서 박원순 시장은 “사회적경제 기업인만으로 신년회를 할만큼 이 영역이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앞으로 자산의 공동체화를 비롯해 여러 과제가 남은 만큼 공동체적 삶을 확장하고 사회적경제가 강화되는 한 해를 만들자”고 덕담했다. 박 시장은 “런던에 있는 ‘카페 다이렉트(Cafe Direct)’라는 공정무역 커피회사가 영국 커피시장 매출의 10%를 차지한다더라”면서 “(5년간)서울시 사회적경제기업 수가 5배 정도 늘었고 매출도 2배 정도 늘었다는데, 뒷자리에 ‘0’ 하나 더 붙이자”는 격려도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혁신교육지구가 2개구에서 22개구로 확대됐고, 초중고교 사회적경제 교과서와 학교협동조합, 이를 지원하는 학교협동조합 지원센터가 만들어지는 등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간 협력사업이 진행돼왔다”며 “공동체 원리, 사회적경제 원리 속에서 번창하는 ‘더불어 숲’의 사회와 교육을 열심히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열 서울사회적경제민간정책협의회 의장은 “사회적경제라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한국사회와 세계적으로 ‘메이저’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라며 “낮은 급여에도 사회적경제기업가와 함께 해주시는 중간지원기관과 공공의 노력에 감사 말씀 드린다”고 감사를 표했다.

지난 2월 2일, 신년회에서 덕담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 사회적경제 5년 성과사회적경제기업은 5배, 일자리 2배 늘었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사회적경제를 적극 지원했다. 지자체 중 최초로 사회적경제 종합지원계획을 수립했고, 이듬해부터는 관련 조례(서울시 사회적경제 기본조례 등)를 제정했다. 서울시 공공구매액의 5% 이내에서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한 조례가 대표적이다. 인재양성, 경영지원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위한 지원기관인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도 생겼다.

성과는 어땠을까.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포함한 서울시 사회적경제기업은 5년 만에 3917개로 증가했고, 관련 일자리는 1만7500개로 늘었다(2017년 말 기준). 2012년에 비해 기업 수는 5배, 일자리 수는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빈집과 노후주택을 활용해 청년 등 주거약자에게 시세의 80% 이하로 공급하는 사회주택은 총 381호 건설됐다. 서울시의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구매는 작년 실적 1157억원 상당으로, 목표(1000억원)를 30% 초과 달성했다.

서울시는 올해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강화로 ‘위코노믹스(Weconomics)’를 실현함으로써 제2의 도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경제기업을 육성하고 ▲사회투자기금을 확대하며 ▲자치구별 중심거점을 구축하고 ▲시장 및 판로를 확대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과 서민생활 안정을 잡겠다는 포부다. 위코노믹스란 ‘우리(We)’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우리 함께 잘 사는 경제’를 표방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제 비전을 말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 사회적경제기업 공공구매 목표치를 13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구매 대상을 물품에서 사회서비스 용역까지 확대해 판로를 열 계획이다. 주거·어르신 및 아이 돌봄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지원하며, 관련 일자리 창출에도 113억원의 재정을 지원한다. 사회투자사업에 있어서는 지자체 최초로 임팩트 투자조합을 결성, 민간투자기관과 총 60억원(민간 40억·시 20억원)규모의 조합을 만들어 사회투자 활성화를 꾀한다. 사회투자기금 규모도 85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아시아 최초로 첫 삽을 뜬 서울시 사회성과보상사업(SIB)도 확산된다.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 중 청년일자리 창출, 어르신 치매예방 등 2개 사업의 운영기관을 공모할 계획이다. 또한 서울시보조사업에도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등 서울형 SIB 신모델을 도입, 올해 상반기 시범사업을 선정하고 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사회적경제 성과 및 계획 발표를 맡은 정진우 서울시 사회적경제 담당관은 “전문가들도 서울시 사회적기업의 취약계층 고용성과가 높고(전체 근로자 41%), 공동체주택 입주민의 삶의 질이 일반 주택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며 “서울시는 향후 5년간 민관이 협력하는 사회적경제 모델로 제2의 도약을 이뤄갈 것”이라 말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피어난 사회적경제… 기업·자치구 등 5개 우수사례 공유해

 

서울시 성과 발표 이후에는 경력단절 여성 협동조합인 ‘아이야’의 판소리 축하공연도 이어졌다. 그 후엔 기업과 자치구, 청년 등 총 5명의 발표자가 사회적경제 사례를 발표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김용갑 SK행복나눔재단 총괄본부장은 ‘SK 사회적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를 주제로 기업 차원의 노력을 공유했다.

SK는 사회적기업 행복나래를 비롯, 총 11개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MBA를 통해 매년 20명 이상의 사회적기업가를 배출하고 있으며, 국내 6개 대학의 사회적경제 전문과정과 교수진들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적가치를 평가하고 지원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행복 얼라이언스 협의체도 만들었다. 

김용갑 총괄본부장은 “SK 사회적기업 행복나래를 통해 사회적경제기업들의 경쟁력을 지원하고, 2017년 말 론칭한 사회적기업 민간 1호 투자 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하는 등 인재, 마케팅, 투자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재단과 서울시가 여러 측면에서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업해온 만큼, 기업과 지자체가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지난 2일 신년회 행사 중에서 축하 공연을 즐기는 300여명 관중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뒤이어 최경호 한국사회주택협회 사무국장이 ‘사회적경제주체에 의한 주택문제 해결과 도시재생’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회주택(social housing)은 사회적경제주체에 의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공급되는 주택으로, 국내에서는 특히 도시재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논의된다.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서울시의 사회주택활성화 지원 조례를 근거로 지난 2015년 3월 창립돼 52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급된 서울시의 사회주택은 총 604채(올해 1월 4일, 적격심사 기준). 두꺼비하우징, 셰어하우스 우주 등을 포함해 총 16곳(컨소시엄 포함)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들이 사업자로 참여했다. 공급 유형은 ‘빈집 살리기’, ‘고시원 리모델링’, ‘토지임대부’ 등 3개로, 이중 빈집살리기 형태로 공급된 주택이 236채로 다수다. 사회투자기금으로 지난 2013년 시작됐던 사회주택 융자는 총 38곳 사업자에 약 249억원의 융자를 지원했다. 

최경호 사무국장은 “주거 약자 문제는 집값도 비싸고 공사기간의 리스크를 감당할 전문성도 필요해 민간 건설회사나 자본가의 참여 없이는 해결이 힘들었는데 사회적경제 차원에서 사회투자기금 등 실험이 성공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며 “이제 사회적경제주체들이 나서서 대규모 자원을 조달하고 장기간 임대해 합리적인 임대료로 살 수 있는 주택 부문을 확충하려 한다”고 말했다.

발표 중인 최순호 한국사회주택협회 사무국장.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창업가 노순호 대표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동구밭’의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동구밭은 ‘매달 4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할 때마다 발달장애인 1명을 고용한다’는 원칙 아래 15명의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있다. 지난해 발달장애인의 사회성을 위해 함께 텃밭을 가꾸는 ‘동구밭지기’에는 서울 시내 22개 지부에서 총 218여명의 장애인이 참여했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수제 비누를 생산해 판매하는 ‘동구밭팩토리’는 지난해에만 판매 상품 80만개, 재구매율 59%의 성과를 달성하며 유수 호텔 어메너티(amenity) 납품까지 성사시켰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특구로 지정된 광진구와 금천구의 사례가 소개됐다. 광진구에서는 어르신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열린밥상’과 건강 관련 기업 ㈜헬스브릿지 등 서로 다른 분야간 협업으로 어르신 건강관리 IT 서비스가 탄생했고, 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를 주축으로 지역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직접 공유공간을 만들어 자산화하는 등 크고 작은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금천구는 25개 자치구 중 인구가 가장 적고 취약계층의 비율이 높은 곳으로, 지역 내 아동들의 교육과 급식 등 문제를 사회적경제로 풀고 있다. 금천 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을 주축으로, 자활센터, 사회적기업 등이 참여해 구내 5개 학교 76여명 아동이 조식을 지원받았다. 청소년진로교육협동조합을 비롯한 구내 20개 교육단체들의 참여로, 사회적경제를 알리는 안내책자와 워크북(‘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이 제작돼 배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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