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백내장·녹내장…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몰라 실명예방·기초보건 위생교육

캄보디아 씨엠립 초교 7곳서 아웃리치(현장 상담·교육) 실시

탁자 앞에 기다랗게 줄을 선 아이들. 차례대로 입을 벌려 비타민 알약을 삼켰다. 한 손에는 쌀 포대를, 다른 한 손에는 빵·사탕·연필이 든 비닐봉투를 든 채.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하트하트재단과 (주)구리청과가 진행한 초등학교 아웃리치 프로그램에서 받은 비타민 을 들고 웃고 있다. / 초등학교 아웃리치 프로그램 에서 쌀과 영양식을 받기 위해 아이들이 줄 서 있는 모습.
하트하트재단과 (주)구리청과가 진행한 초등학교 아웃리치 프로그램에서 받은 비타민 을 들고 웃고 있다. / 초등학교 아웃리치 프로그램 에서 쌀과 영양식을 받기 위해 아이들이 줄 서 있는 모습.

하트하트재단과 (주)구리청과는 지난 3월 21일부터 사흘 동안 캄보디아 씨엠립(Siemreap)주 쏘니쿰 지역 초등학교 7곳에서 아웃리치(outreach·현장 상담 및 교육)를 실시했다. 이번에 이뤄진 프로그램은 실명예방과 위생교육으로, 총 2997명의 아이들이 건강한 눈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워갔다.

14살 르은뻿은 지난해부터 한쪽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쇠로 만들어진 총알이 눈 속에 박혀 상처를 냈던 것이다. 병원까지 거리가 멀고, 교통비도 없어 한참 후에나 치료를 받았다. 이물질은 제거했지만, 사후 치료를 받지 않아 후발백내장으로 한쪽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5년 전부터 학교도 그만뒀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공부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각한 상태인 줄 몰랐어요. 아프단 말도 별로 안 했고, 학교도 그냥 가기 싫다고 말했거든요.” 르은뻿의 엄마가 눈시울을 붉혔다.

캄보디아에서는 자녀가 백내장, 녹내장 등의 증세를 보여도, 이것이 심각한 안질환인지, 치료가 필요한지도 모르는 부모가 대부분이다. 기초보건위생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트하트재단은 단순히 비타민과 영양식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보건소 인력과 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명예방 및 위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을 받은 이들은 학교와 마을로 돌아가, 안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발굴해 앙코르 어린이병원 안과 클리닉으로 보낸다. 최근 르은뻿이 안과 검진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하트하트재단이 꾸준히 진행해 온 아웃리치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르은뻿의 눈을 본 학교 선생님이 안과클리닉에서 무료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한 것이다.

소니쿰 지역에서 시작된 기초보건 위생교육은 다른 지역으로도 전해졌다. 하트하트재단을 통해 교육을 받은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시골로 내려가 실명예방 및 위생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 사마키(Samaki) 학교의 옥시닌(Ouk Sinin) 선생님은 “방학 때마다 22명의 아이들이 시골로 자원봉사를 떠나 보건교육을 직접 전한다”며 “교육 이후 상처 소독도 잘하고, 손톱도 깎고, 화장실 청소도 깨끗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실명예방 교육과 동시에 필요한 건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일이다. 하트하트재단 박효준 캄보디아 지부장은 “이곳 아이들은 꿈도 없고, 미래에 대한 욕심도 없다. 눈이 안 보이는 아이들은 형편이 어려운 데다가 불편한 대로 생활에 적응해버려 치료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고, 꿈꾸는 자와 꿈꾸지 않는 자의 미래는 다르기 마련이다. 앙코르 아동병원의 실명예방 담당자 라덴(Raden)은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며 실명예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하고 나면, 이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지고 가치 있게 변하는지 교육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 미래를 향하는 눈을 선물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입니다.”

씨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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