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실명예방캠페인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 ①캄보디아서 백내장·사시 치료… 안과 의술 전수도

하트하트재단 실명예방캠페인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
구리청과·코이카와 하트하트 재단이 힘 모아 아동실명예방 사업 펼쳐 안과클리닉 완공식 열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실명과 저시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인구는 2억8500만명에 달합니다. 실명인구의 90%는 저개발국가에 살고 있는데, 그중 80%는 적절한 치료만 있으면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눈의 가벼운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거나, 간단한 예방접종을 하지 못해 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가난과 질병은 고통 속에서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하트하트재단은 실명예방 캠페인,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를 진행합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은 아이들. 그 첫 번째 기적은 캄보디아에서 시작됩니다. 편집자주


캄보디아 최초로 임플란트(안압조절 밸브 삽입)수술을 집도한 기창원 교수와 수술받은 아동의 모습.
캄보디아 최초로 임플란트(안압조절 밸브 삽입)수술을 집도한 기창원 교수와 수술받은 아동의 모습.

“Open your Eyes(눈을 떠보세요)!”

열두 살 사탸(Satya)가 무겁게 내려앉은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린다. 수술 부위가 따끔거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검은 눈동자가 서서히 드러났다. 시력 측정을 마친 사탸가 만족스러운 듯 활짝 웃어 보인다.

“학교 가면 친구들이 만날 놀렸어요. 사시에다가 눈도 잘 안 보인다고요. 이젠 저도 당당하게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어요. 너무 기뻐요.”

지난 3월 23일, 캄보디아 씨엠립(Siemreap)주 앙코르 어린이병원에서 안과 클리닉 완공식이 열렸다. 백내장, 녹내장, 사시 등 안질환을 앓는 아이들로 가득하던 캄보디아에 희망이 찾아왔다. 부모들은 아픈 아이를 데리고 꼬박 하루를 걸어왔다. 진료를 받기 위해 반나절을 기다려도 힘든 기색조차 없었다. 이제 곧 앞을 보게 될 거란 희망이 그들 얼굴에 가득했다.

이는 하트하트재단이 (주)구리청과와 함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글로벌 CSR 프로그램으로 아동실명예방사업을 진행한 덕분이다. 구리청과와 코이카가 50대 50으로 비용을 부담했고, 하트하트재단이 인프라 구축과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안과 클리닉이 건립된 이후, 씨엠립주 아동 102명이 백내장, 사시 등의 수술을 받았다. 안과 검진과 치료를 받은 아동까지 합하면 총 3357명이 혜택을 받았다. 이곳의 모든 안과 진료와 수술은 무료로 이뤄지고 있다. 먼 곳에서 온 환자 가족에겐 교통비와 식사까지 제공한다. 하트하트재단 신인숙 이사장은 “어둠 속에서 시력을 되찾은 아이들이 이제 세상을 향해 눈을 뜨게 됐다”는 감격을 전하며 “일회적인 지원만으로는 아이들의 눈 건강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실명예방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의 의료 수준은 태국, 베트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국내에 의과대학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 지망생들이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한다. 병원 수는 물론 의료 인력도 부족하다. 캄보디아의 안과전문의 수는 총 20명. 이곳에 안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많은 이유다.

지난 3월 23일, 캄보디아 씨엠립 주 앙코르 어린이병원에서 하트하트재단이 (주)구리청과와 함께 코이카 CSR 프로그램으로 참여한 안과 클리닉 완공식 사진.
지난 3월 23일, 캄보디아 씨엠립 주 앙코르 어린이병원에서 하트하트재단이 (주)구리청과와 함께 코이카 CSR 프로그램으로 참여한 안과 클리닉 완공식 사진.

하트하트재단은 안과 의사를 발굴, 교육하는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안과과장 기창원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황정민 교수가 3월 21일부터 나흘간 캄보디아 안과 클리닉을 찾았다. 두 교수는 사흘 동안 15건의 수술을 직접 집도하며, 캄보디아 병원이 자체적으로 심각한 안질환을 치료·수술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전수해줬다. 기 교수는 캄보디아에선 최초로 임플란트(안압을 조절하는 밸브를 눈 속에 심는 수술) 수술을, 황 교수는 치료가 까다로운 사시 환자들을 위한 교정수술을 진행했다.

아이들의 눈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황 교수는 “심각한 사시는 약시를 유발해 시력을 점점 잃게 만든다”며 “아주 간단한 치료와 수술만 받았더라도 이렇게 시력을 잃진 않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기술 전수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안과클리닉의 유일한 전문의 파라(PHARA)씨는 “처음 보는 수술이었다”며 “수술실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설명을 듣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고, 캄보디아의 더 많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앙코르 어린이병원 전문의를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했다. “소아의 ‘시력’뿐만 아니라 ‘시야’도 측정할 수 있습니까?” “심각한 사시나 녹내장을 앓고 있는 아동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나요?” 안과 교육을 처음 접한 이들은 두 교수의 강의가 끝나자 쉴 새 없이 질문을 했다. 교육을 받은 컨펭안(Khun Peng An)씨는 “캄보디아에서 사시 환자를 수술할 수 있게 된 건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캄보디아 의사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이런 교육이 계속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개발국의 실명예방을 위해 현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력의 역량 강화를 돕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단기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안과 병원을 건립하고, 안과 전문의를 키우는 것은 오랜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어렵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이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트하트재단 문후정 팀장이 그 답을 전했다.

“캄보디아 병원의 자립을 위해서입니다. 하트하트재단은 지속가능한 실명예방을 위해 천천히 한 발 한 발 나아갈 것입니다. 캄보디아 아이들이 빛을 찾아가는 과정을 여러분도 함께 응원해주세요.”

씨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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