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맥쿼리 코리아 자원봉사…나눔 전한 당신들께 “봉사상을 수여합니다”

창립 10주년맞이 자원 봉사 나서
전 직원 3000만원 기금마련해 기부
회사에 남은 직원 헌혈로 봉사하기도

“한사랑마을은 다른 재활시설에서 감당하기 힘든 중증 장애아들이 머물고 있는 곳입니다. 대부분 버려진 아이들이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어요. 눈치도 빨라서 봉사자의 심리 상태를 금방 알아 차리니까 편하게 대하시는 게 중요해요.”

어린이재단이 운영하는 중증장애인 재활센터 한사랑마을의 최금숙 후원나눔부장이 주의사항을 설명하자, 24명의 맥쿼리 코리아 직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았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날이 처음 경험하는 자원봉사였다. 아이들이 머무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에도 직원들은 딱딱한 얼굴로 입을 열지 못했다. 2명씩 짝을 지어 10여개 방에 들어간 후, 한동안은 한쪽에 머뭇거리고 서 있었다.

11시 30분. 식사 시간이 되자 직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몸을 가누기 힘든 아이를 안고, 받치며,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사람이 떠주는 밥인데도 잘 받아 먹었다. 맥쿼리 인터내셔널 리미티드 이지원씨는 고개를 고정시키지 못하는 미혜(가명)가 밥을 받아 먹다 계속 흘려도 밥 한 그릇을 다 먹였다.

미상_사진_봉사_맥쿼리_2010맥쿼리 삼천리자산운용팀 신진숙 상무는 한사랑마을에서 가장 어린 수진(6세)이를 맡았다. 신진숙 상무는 “20대부터 어린이재단에 매달 기부해 오고 있었지만 봉사활동은 처음이라 긴장했다”며 “아이들이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잡고 놓지 않은 걸 보고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맥쿼리 파이낸스코리아 이승현 차장은 뇌성마비로 몸을 못 가누는 영희(가명)씨의 휠체어를 밀었다<사진>. 영희씨가 기분 좋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는 복지사마다 웃으며 한마디씩 건네기 시작했다.

“영희야 그렇게 기분이 좋아?” “영희는 남자 자원봉사자만 좋아해.” 이승현 차장은 “영희는 남자 자원봉사자들이 휠체어 끌어 주는 걸 좋아해서 기본으로 복도 5바퀴는 돌아 줘야 한다고 들었다”며 웃었다.

지난 4일 맥쿼리 코리아 그룹 직원 100여명은 10팀으로 나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10개 단체에 자원봉사를 나섰다. 맥쿼리 코리아 그룹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뜻 깊은 행사를 해 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를 위해 300명에 이르는 전 직원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3000만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또 직원들이 직접 조사해서 자원봉사를 할 기관도 선정했다. 이날 100여명의 직원들은 경기 광주 한사랑마을을 포함해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월드비전, 한국백혈병소아암 협회, 아이들과 미래, 세이브 더 칠드런, 밥퍼나눔운동본부 등의 단체가 추천하는 장소로 자원봉사를 나섰다. 또 애널리스트 등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하는 200여명의 직원들은 헌혈을 하는 것으로 자원봉사를 대신했다.

맥쿼리 코리아 그룹은 직원들이 기부하는 금액과 똑같은 금액을 지원하는 매칭 기부(Matching Donation)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의 자원봉사 활동을 지원했다. 직원들이 모은 3000만원에 그룹에서 내놓은 3000만원을 더해 6000만원의 기부가 일어난 셈이다.

맥쿼리증권 기업금융부 어지루 차장은 3년 전부터 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제가 어려울 때 우양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다녔거든요. 맥쿼리에 들어오고 나눌 수 있는 상황이 돼서 우양에 매년 700만원 정도를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매칭을 해주니까 참 좋죠. 나눔이 두 배로 늘어나는 거잖아요.”

2009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맥쿼리 그룹은 직원들이 770만호주달러(약 78억원)를 모았고, 회사는 여기에 1050만호주달러(약 100억원)를 매칭했다.

매칭 시스템 외에도 맥쿼리가 직원들의 기부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매년 사회봉사활동에 귀감이 되는 직원을 선발해 맥쿼리 직원 사회 봉사상을 수여하고 급여의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장기 근속 10주년과 25주년에는 직원이 원하는 자선 단체에 1000호주달러를 회사가 대신 기부한다.

벤 웨이 맥쿼리재단 한국 대표는 “25년 이상 이어져 온 기업 철학 중 하나가 사회와 더불어 발전해야 한다는 책임의식과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라며 “맥쿼리의 한국 진출 10주년을 기념하며 직원들이 펼친 자발적인 봉사활동과 봉사정신이 자연스러운 조직문화로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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