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자금 여력도 없는데…” “CSR은 자선이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

현재 진행 중인 사업 기업의 장기 비전과 맞는지 고려 경영자 속 타는데, 직원 무관심 장기 생존 위한 일임을 설득해야

지난 5월 4일자 ‘더나은미래’ 창간호에 실린 ISO 26000에 관한 기사와 기업 사회 공헌 트렌드 기사(5월 22일자)를 보고 CSR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청한 중소기업이 많았다. 이에 ‘더나은미래’ 기자들과 CS컨설팅&미디어 CSR팀은 우리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크게 4가지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조언을 싣기로 했다. 편집자 주


-CSR 관련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해야 하나요.

중견기업 락앤락은 2003년부터 꾸준히 환경 캠페인과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사회 공헌사업을 펼쳐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존 사회 공헌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락앤락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CSR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컨설팅과 조직 내 협의체 구성이 필요합니다.”

락앤락은 현재 해외 법인 17곳을 두고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다른 어떤 기업보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피부에 와 닿는 상황이지요. 이렇게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곳은 좀 더 전문적인 CSR 활동 체계와 조직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 가능경영 보고서를 위해 회사 내 환경, 노동, 재무, 사회 공헌 담당자들로 구성된 TF팀을 꾸리고 외부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지금 진행하는 사회 공헌사업이 기업의 장기 비전과 맞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전략적 CSR 활동은 진출 국가에서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회사의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중소기업 네오위즈의 직원들이 서울 중계동에서 지난 연말 연탄 나르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 네오위즈의 직원들이 서울 중계동에서 지난 연말 연탄 나르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인원도 자원도 부족한데 어떻게 하나요.

중견 가구회사를 운영하는 A 사장은 미국 수출을 계획하던 중에 ISO26000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됐다. 이 때문에 사회 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싶지만, 임직원 봉사활동을 기획하거나 환경 및 직원 복지를 챙기기에 부담스럽다고 했다.

“CSR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EU에서 환경 규제를 한다고 하면 수출 기업들은 이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바꿀 겁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ISO26000이 발효되면 기업 활동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당장 수익으로 돌아오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 지금부터 갖춰놓아야 할 기본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력도 자원도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추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럴 때는 매년의 로드맵을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ISO26000의 핵심은 ‘이렇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CSR에 대해 얘기해도 CEO가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수출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 B의 사회 공헌 담당자는 CSR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다른 회사 실무자들과 의견도 교환한다. ISO26000이 당장 비관세 무역 장벽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속이 탄다. 하지만 CEO는 당장 회사 유지하기도 빠듯하다고 고개를 젓는다.

“CSR은 자선이나 기부가 아닙니다.”

CSR 활동이 자선이나 기부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회사 돈이 나가는 일이니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하지만 CSR의 개념은 자선이나 기부를 훨씬 뛰어넘는 개념입니다. 기업이 그 사회에서 직원을 고용하고 물건을 생산하고 유통하며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을 지고 있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당장 돈이 들어가는 기부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지역 사회에서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보고 잘못된 체계가 있으면 고치는 것이 시급합니다.

락앤락이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다문화 가정의 주 부들을 위한 한국 요리 강좌를 열고 있다.
락앤락이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다문화 가정의 주 부들을 위한 한국 요리 강좌를 열고 있다.

-경영자는 속이 타지만, 직원들은 무관심해요.

C 기업의 대표는 CEO 모임에 나가면 CSR에 관한 얘기가 늘 화제라고 했다. 어느 대기업에서 뭘 요구했다, EU에서 이런 규제가 새로 생겼다는 얘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 내부로 오면 직원들은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한다.

“기업의 장기 생존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 설득.”

중소 제약업체 휴온스는 CSR의 일환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직원들의 참여를 끌어내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젊은 직원이 많았기에 휴일인 토요일에 봉사활동을 꺼렸던 겁니다. 하지만 윤성태 대표가 6개월 이상 매달 보육원을 찾아 직원들과 어울려 빨래와 청소를 하면서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참여했던 직원들이 내부망에 참가 후기 등을 올리면서 참여가 줄을 이은 겁니다. 필요성을 잘 설명하고 설득하면 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원봉사는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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