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사회적 책임활동 미비하면 중소기업 신용도 낮아진다

중소기업 ‘CSR 장벽’ 높다

국민은행은 최근 외부 감사 대상인 중소기업의 신용평가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 실천 정도’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일자리 창출 기여도와 사회복지사업 참여도, 환경보호 실천, 녹색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녹색 기술 활용, 윤리경영 실천 등 기업에 요구되는 각종 사회적 책임활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A·B·C·D·E의 5등급으로 신용도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A등급과 E등급은 100점 기준으로 최대 5.6점 차이가 난다. 기업 신용등급은 해당 기업의 대출 여부를 좌우하는 기준이면서 대출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다.

신한은행 역시 이달 중 기업의 환경관리 능력 등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신용평가 때 반영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작년 하반기부터 환경위험 부문을 여신 심사에 반영하고 있고, 하나은행도 환경 부문을 기업의 비재무 항목 평가 때 일부 반영하고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금융권이 이처럼 사회적 책임을 아예 신용평가에 넣기 시작한 것은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의 ‘적도 원칙(The Equator Principles)’이 출발점이 됐다. 적도 원칙은 1000만달러(1200억원) 이상의 개발 프로젝트가 환경 파괴를 일으키거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 자금을 대지 않겠다는 금융회사들의 자발적 협약으로 2003년 6월 씨티그룹, HSBC, ABN암로 등 세계 10개 대형 은행이 서명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 말 기준, 이 원칙에 참여하는 금융회사는 70여곳으로 전 세계 프로젝트 파이낸싱시장에서 80%를 웃도는 비중을 가지고 있다.

금융권의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 평가는 올 하반기 발표될 ISO26000과 맞물려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ISO26000은 환경, 지배구조, 윤리경영, 사회 공헌 등 광범위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제 표준으로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이미 IBM, 소니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법령 준수나 인권 보호 등 일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들의 부품을 공급받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청 기업협력팀 최정민 주무관은 “국내도 발 빠른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업체들에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실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은 벌써 속이 타고 있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제닉의 유현우 사장은 “우선 기부처를 찾아 물품을 주고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의 자체 환경 캠페인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특히 CSR의 범위가 자원봉사나 기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 노동,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당혹감은 더욱 크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익성 박사는 “ISO26000은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소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고 여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투명성, 환경 경영, 지역 사회와의 관계, 인권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