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잠깐의 귀찮음이 이만큼 지구를 살린다는 놀라운 사실!

신혼부부, 지구 살리기 신혼을 시작하다
자전거 출퇴근·이면지 쓰기…
알지만 안했던 ‘그린 행동’ 실천 옮겨

지난 5일은 환경의 날이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문제의 해결을 미뤄둘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진 요즘, 어떻게 하면 지구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착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 나은 미래’는 이런 사람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을 찾아봤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임동준(32), 김혜원(29) 부부가 이 고민에 동참했다. 이 부부는 IT 기업인 시스코(Cisco)의 ‘백만 개의 그린행동’ 홈페이지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행동의 노하우를 참고했다. 편집자주


임동준, 김혜원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장을 보러 가고 있다. 혜원씨는“자전거를 타면 우리 몸도 건강해지고 지구도 건강해지는 데다 돈도 안 들어서 정말 좋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이경섭 객원기자
임동준, 김혜원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장을 보러 가고 있다. 혜원씨는“자전거를 타면 우리 몸도 건강해지고 지구도 건강해지는 데다 돈도 안 들어서 정말 좋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이경섭 객원기자

#1

5월 23일 저녁 7시,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막 퇴근한 부부를 만났다.

임동준씨는 ‘탐스슈즈’라는 신발을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가다. 이 신발 회사는 손님이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제3세계의 어린이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착한 소비’ 전략으로 올해 국내에서만 5만 켤레 이상의 신발을 팔았다. 부인 김혜원씨는 케이블 TV의 방송작가다.

‘지구 살리기’라는 거창한 주제 앞에 동준씨는 “남의 얘기 같다”고 했다.

“탄소 배출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먼 얘기 같잖아요.”

남편의 말에 혜원씨는 말했다. “그건 좀 무책임한 생각인데. 요즘 환경 문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교육과 강제를 통해서라도 탄소 줄이기를 해야 한다고.” 눈이 가늘어졌다.

신혼부부는 ‘그린 행동’의 목록을 펼쳐두고 앞으로 1주일간 해야 할 행동에 대해 토론을 시작했다. 혜원씨는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들도 있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2

동준씨는 사무실에 돌아가자마자 이면지를 모아 종이철을 만들었다. 인쇄용지 1박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4.4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면지를 한 박스 분량만 이용해도 2.2kg의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이면지를 모아 든든하게 종이철을 만들곤 개인 컵에 냉수를 담아 시원하게 마신다. 개인 컵은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다고 한다. 하루에 종이컵 5개씩만 사용을 줄여도 연간 20kg의 탄소가 절감된다.

동준씨는 자전거를 타고 퇴근을 했다. 출근도 자전거를 이용한다. 집이 있는 방배동에서 직장이 있는 신사역까지 왕복 12km 정도 되는 거리를 매일 소형 휘발유 승용차로 출퇴근할 경우,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한 달 43kg의 탄소가 배출된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 피곤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동준씨는 우문현답이다. “이 자전거 특이하죠? 브레이크가 없어요. 페달을 밟아서 속도를 줄여야 해요. 요즘 이 연습하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재미도 있고 몸에도 좋아서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는 설명과 함께 동준씨는 페달을 밟았다.

혜원씨는 집에 오자마자 전기요금 청구서를 자세히 살펴봤다. 전기요금 청구서를 보면 전기 요금뿐만 아니라 전력 사용량도 알 수 있다. 당월, 전월, 전년 동월 사용량을 비교한 수치도 있다. 이 부부는 이번 달에 1만9150원의 요금을 낸다. 전력 사용량은 169kWh이고 이를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하면 71.66kg이다. 전기료가 아깝다면 우선 사용하지 않는 형광등을 꺼두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매일 한 시간씩 32w 형광등 한 세트(2개)를 켜둔다면 매월 1.9kWh의 전기를 더 소비하게 된다. 1년에 9.7kg의 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집안에 불필요한 조명을 모두 끈 후엔 사용하지 않는 전기 제품의 플러그를 모두 뽑았다. 통상 에너지 사용기기 전체 이용 전력의 10%가 대기전력으로 소모된다.

변기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운 페트병을 담는 것은 동준씨의 몫이었다. 동준씨처럼 14L가 들어가는 변기 물통에 2L 크기의 페트병에 물을 가득 채워 집어넣을 경우 한 차례 물을 내릴 때마다 10g의 탄소가 절약된다. 혜원씨는 집안에 있는 재활용 물품들을 베란다에 정리하곤 세탁기의 설정을 변경했다. 세탁 시간은 가장 짧게, 물의 온도는 냉수로 설정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마치고 돌아온 동준씨는 집안 어딘가에 있는 장바구니를 찾기 시작했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검정 비닐봉지 한 개가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년이다. 이 부부는 이렇게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가며 일주일을 보냈다.

미상_그래픽_탄소배출_녹색실천_2010

#3

일주일 후 만난 부부가 밝히는 소감은 시원시원했다. “조금 귀찮긴 하지만, 하고 보니깐 어렸을 때 부모님들이 절약하자고 하시면서 했던 일들이네요. 좋은 것 같아요. 환경에도 좋고 가계부에도 좋고.”

임동준·김혜원, 젊은 부부의 짧은 도전은 이렇게 끝났다. 그런데 만약 이 부부의 실천이 일년간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변기 물통에 페트병을 넣고 생활할 경우, 하루에 화장실을 10번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36.5kg의 탄소가 절약된다. 절전형 멀티탭을 이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기구의 플러그를 모두 뽑아 대기전력을 제로화 할 경우, 평균적으로 연간 75kg의 탄소가 절약된다. 휴대용 장바구니는 12kg의 탄소 절감 효과가 있고, 욕실 샤워기 사용을 1분 줄이면 1년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샤워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2.9kg의 탄소를 절약할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전등을 꺼서 매일 1시간 정도 덜 사용했다면 1년이 지난 시점에서 9.7kg의 탄소를 감축한 셈이다. 이면지를 사용할 경우 한 달에 한 박스씩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26.4kg의 탄소가, 부부가 종이컵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연간 20kg의 탄소가 절약된다. 동준씨처럼 출퇴근을 자전거로 할 경우 연간 516kg의 탄소가 감축된다. 이렇게 해서 700kg의 탄소를 줄일 경우, 이는 잣나무 410그루를 40년 키워주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한 부부의 아주 간단한 10가지 녹색 행동만으로도, 이 부부는 지구에 410그루의 나무를 심는 셈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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