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에너지 절약, 축구만큼만 하자!

남아공 월드컵 개막이 코앞이다. 열광적인 응원전이 펼쳐지는 거리는 붉은 물결 가득한 흥겨운 놀이터로 변할 것이다. 엄청난 에너지가 모이고, 또 발산될 것이다. 에너지 문제에 관심 많은 필자에게는 축구와 월드컵이 남다르게 해석된다.

축구 기량으로 보자면 B조에 속한 4개국 중 한국은 FIFA 순위가 49위로 가장 낮다. 아르헨티나는 9위, 그리스는 11위, 나이지리아는 22위라고 한다.

하지만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로 치면 대한민국이 세계 9위(488.7백만t(tCO2))로 B조 중 가장 선두다(2007년 기준, 세계에너지기구 통계). 아르헨티나는 29위(162.6백만t), 그리스는 36위(97.8백만 t), 나이지리아는 53위(51.4백만t)다.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도 한국이 선두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평균(4.38t)보다 2배 이상 많은 10.09t으로 나이지리아(0.35t)보다 30배 가까이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은 에너지를 펑펑 쓰고 있는데, 정작 세계 8위의 산유국 나이지리아 인구의 60%는 전기를 쓰지 못하고 있다.

알다시피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대표주자이며, 주로 화석연료로 만들어낸 전기 등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배출된다. 경제 발전을 위해, 먹고살기 위해, 불가피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낭비되는 에너지도 많다.

뜀박질을 생각해보자. 시원한 바람 맞으며 야외에서 달리면 될 일인데, 건강을 위한 달리기도 러닝머신 위에서만 한다. 러닝머신 10대가 한 달 동안 소모하는 전력은 헤어드라이어 한 대를 쉬지 않고 1년 이상 켜놓았을 때와 맞먹는다. 노래방 기계가 없으면 노래를 못하고, 게임은 컴퓨터로 즐기며, 잠시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에너지를 쓰지 않고는 놀지도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축구는 건강하다. 공터에서 둥근 공 하나면 즐길 수 있는 축구는 언플러그드 놀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도 맨몸으로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스포츠가 축구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축구는 가난을 벗어버릴 수 있는 희망의 통로다.

이제 곧 거리마다 응원전이 펼쳐질 것이다. 거리 응원전은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될 수 있다. TV 시청을 매일 한 시간만 줄여도 한 달이면 3.6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축구공 375개만큼의 부피다. 거리로 나올 땐, 꼭 안 쓰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아 대기 전력을 차단하자.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두면 월 13kg, 축구공 1356개만큼 이산화탄소가 줄어든다. 응원 장소로 이동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응원 도구는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센스를 발휘하자. 맨몸으로 만들어내는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히 에너지 넘치는 응원전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뜨거운 에너지가 지구를 건강하게 충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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