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대기업 오너 3세의 ‘사회 혁신’ 스토리

정경선 루트임팩트 창립자 인터뷰

지난 13일, 서울 성수동에 지상 8층, 지하 1층 규모의 코워킹(Co-working) 공간 헤이그라운드가 오픈했다. 깔끔하고 트렌디한 건물 외관이 눈에 먼저 띄지만, 이 공간이 완성되기까진 숨은 이야기들이 많다. 공간 기획·운영을 맡은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는 올해로 설립 5년 된 신생 비영리단체다.

이 단체를 창립한 정경선(31·사진) 대표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손자다. 경영수업을 받는 대기업 오너 3,4세와 달리, 사회혁신에 매진해온 그의 실험은 대담하고도 파격적이다. 2014년에는 성수동에 ‘디웰(D-well)’이라는 체인지메이커 공동 주거 공간을 만들더니, 이번엔 500명이 함께 일하는 업무 공간도 현실화시켰다. ☞체인지메이커 업무공간 헤이그라운드가 궁금하시다면?


사실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013년, 루트임팩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허브 서울’이라는 60평 규모의 업무와 카페가 결합된 코워킹 공간을 만들었다. 허브 서울을 플랫폼으로 다양한 인재육성 사업을 벌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공간은 문을 닫았다.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엔 다소 규모가 작았던 것이 패인(敗因)이었다. 그로부터 3년 반. 루트임팩트가 재도전해 완성한 공동 업무 공간은 1800평으로 ‘허브 서울’보다 30배가량 커졌다. 건물이 완성되기 전부터 20여 팀이 입주를 결정했다. ☞허브 서울 오픈 히스토리 읽기 

“애초에 프로젝트 이름은 아스펜(aspen)이었어요. 아스펜이 사시나무인데, 뿌리에서 많은 줄기가 올라오거든요. 겉으로 보기엔 다른 나무인 것 같아도, 뿌리는 얽혀 있어요. 그런데 아스펜이라는 개념이 잘 와닿지 않았고, 좀 더 쉬운 이름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보편적인데다 응용하기 쉬운 단어를 찾다보니 땅이라는 개념의 ‘그라운드’가 있었어요. 거기에다 사람들이 편히 교류하고, 화목한 커뮤니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헤이그라운드’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서로 마주치면 ‘헤이(hey)’라고 인사하자는 뜻이죠.”

사실 처음 기획했던 공간은 주상복합형이었다. 1~2층을 업무 공간으로 만들고, 위층을 100명이 거주하는 주거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근에 학교가 있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해당돼 호텔·숙박업으로 인가받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오피스 중심 개발로 계획을 변경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분당선 서울숲역 중간에 위치한 헤이그라운드. ⓒ루트임팩트

헤이그라운드가 들어설 공간도 현재의 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좀 더 가까운 위치였는데, 땅주인이 갑자기 땅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덕분에 공사는 더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정 대표는 “이후에 유명 연예인에게 팔았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우여곡절 끝에 40여개 회사의 체인지메이커들이 헤이그라운드에 둥지를 틀었다. ‘체인지메이커들을 위한 공간’. 뜻은 좋지만, 오히려 다양성이 저해되지는 않을까. 정 대표는 “체인지메이커 몇 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것. 그는 “인근 지역에 위치한 한양대, 건국대, 세종대 등 캠퍼스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고립된 갈라파고스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체인지메이커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 시대에 체인지메이커가 왜 필요할까요?

정 대표가 헤이그라운드에서 가장 애착을 가지는 공간은 어디일까. 입주사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헤이라운지(2·4·6층에 복층 구조로 구성)란다. 협업을 통해 시너지도 나고, 새로운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그런 모습을 꿈꾼다.

정경선 대표가 애착을 가지는 복층 구조의 헤이라운지. ⓒ루트임팩트

“요즘엔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무료 공간도 많잖아요.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하신 분들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기회를 얻어서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한 분들입니다. 이곳에서 빠르게 스케일업(scale-up) 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고요. 사회적기업계의 스타들이 배출될 날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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