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화)

[날아라 희망아] 소리내 울면 숨 쉬기 어렵지만 “공부하는 건 포기할 수 없어요”

심장 류머티즘 앓고 있는 안젤로

뿌연 흙먼지가 날리고 얇은 나무껍질들로 얼기설기 엮은 벽만이 이곳이 집임을 겨우 알려주는 필리핀 난민촌 산이시드로. 쓰레기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난민촌 한구석에 작은 소년 한 명이 왼쪽 가슴을 손으로 누른 채 옅은 숨을 뱉으며 누워 있었다. 바로 열두 살 안젤로다.

고통스럽게 누워있는 소년에게 어디가 아픈지 물으니 “숨을 쉬기가 힘들어요”라는 희미한 대답이 돌아왔다. 안젤로는 선천성 심장 류머티즘, 좌심방과 좌심실의 경계에 있는 승모판이 완전하게 닫히지 않는 심장 판막증인 승모판 폐쇄부전, 게다가 심장에서 폐로 통하는 혈관의 경화증까지 앓고 있다. 일반 건장한 어른이라도 견디기 어려운 큰 병들을 바닥에 힘없이 누운 가녀린 소년의 몸으로 모두 품고 있었다.

심장 류머티즘과 싸우며 배움의 희망을 놓지 않는 안젤로.
심장 류머티즘과 싸우며 배움의 희망을 놓지 않는 안젤로.

지난 4월 굿네이버스 필리핀 지부가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안젤로는 심장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 당시, 필리핀 심장센터 의사는 엑스레이와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했지만 안젤로는 받을 수 없었다. 감당할 수 없는 비싼 진료비 때문이었다. 가빠오는 숨을 참으며 한 달이나 지나서야 안젤로는 처음의 병원보다 조금 더 저렴한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안젤로의 치료를 위해선 심장수술과 더불어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충치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안젤로의 치아 상태 역시 몇 개는 뽑아야 하고 몇 개는 막을 씌워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안젤로를 위해 약 한 알조차 내줄 수가 없었다. 심장에 있는 구멍이 매우 커서 얼른 수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약이 소용없기 때문이었다. 작고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 울음이 터져 나올 법도 하지만, 울게 되면 가빠오는 숨이 고통스러워 크게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는 안젤로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수술은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안젤로에게 무서운 것은 엄마, 아빠의 빈자리와 1000만원이 넘는 엄청난 수술비라고 했다. 굿네이버스의 도움으로 일대일 결연을 맺어 후원자를 만났지만, 당장의 수술비는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현재 고모와 삼촌만이 안젤로의 유일한 부양자다. 삼촌은 쓰레기 매립지 트럭 운전사다. 하루 종일 온갖 악취를 내뿜는 쓰레기를 운반하여 벌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대략 1천 페소로 우리나라 돈으로 3만원 남짓이다. 게다가 고모는 당뇨와 신장결석, 요로감염 등으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응석을 부려도 모자랄 열두 살 안젤로는 아픈 고모와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삼촌 앞에서 묵묵히 병을 참아낼 뿐이었다.

극심한 어지럼증과 가빠오는 숨 때문에 5분 이상 걷기조차 힘들지만, 안젤로는 학교에 가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건강한 몸으로 공부를 마치겠다는 결심은 안젤로를 지탱하는 힘이다. 혈류 이상으로 보라색으로 변해버린 손가락과 입술을 한 채, 안젤로는 힘들지만 즐겁게 책을 읽는다. 수학이 가장 재미있다는 안젤로는 “수학 공부를 꾸준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훌륭한 사람이 돼서 삼촌과 가족을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배움의 희망을 놓지 않은 안젤로의 꿈을 위해 우리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

안젤로와 같이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해외 빈곤 아동들을 도우려면 굿네이버스(www.gni.kr) 후원 문의 전화 1599-0300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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