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굿네이버스 부모교육② 쇼핑·여행 자주 다니며 공감대 형성… “허물없이 터 놓는 친구 같아”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캐묻기보다 믿고 기다려
한 박자씩 천천히 다가가 아이들과 함께 10년째
복지기관아동 후원하며 소통과 나눔 몸소 실천

소통을 의미하는 단어 ‘Communication(커뮤니케이션)’은 ‘나누다’란 뜻의 라틴어 ‘Communicare’가 그 어원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교류하는 것 이상의 개념으로, 서로 마음을 나누고 공통된 무언가를 찾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을 나누기 위해선 서로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자녀가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본인의 미래를 설계해 나갑니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기도 합니다. 충분한 대화 없는 부모의 간섭과 강요는 자녀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모의 기대 수준과 자녀 스스로 생각한 목표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국제구호 단체 굿네이버스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소통하는 부모가 꿈꾸는 아이를 만든다’는 주제로 ‘부모교육’ 시리즈 중 두 번째 순서를 준비했습니다. 한 박자 천천히 다가가세요. 소통의 장은 자연스레 마련됩니다. ‘공감’을 통해 자녀와 행복한 소통을 이룬 두 가정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용래씨 첫째 딸 슬기양은 평소 함께 쇼핑을 하거나 아빠 옷을 코디해준다.(왼쪽 사진) 김순옥씨의 둘째 딸 나래양은 평소 엄마 얼굴을 예쁘게 화장 해 드린다.(오른쪽 사진)
이용래씨 첫째 딸 슬기양은 평소 함께 쇼핑을 하거나 아빠 옷을 코디해준다.(왼쪽 사진) 김순옥씨의 둘째 딸 나래양은 평소 엄마 얼굴을 예쁘게 화장 해 드린다.(오른쪽 사진)

새하얀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두 볼을 감쌌다. 집안 구석구석 봄 내음이 가득했다. 오른쪽 벽에는 빨간 튤립과 나비가, 왼쪽 벽에는 막 새싹이 돋은 듯 싱그러운 연초록색 언덕이 눈에 들어왔다. 네 식구의 손길이 닿은 곳마다 소소한 행복이 그려졌다. “원래 대문만 페인트칠할 계획이었는데, 벽 전체를 하얗게 만들고 말았어요. 하얀 도화지 위에 상상 속 풍경들을 마음껏 그렸죠.” 지난 여름, 김순옥(44)씨 가정은 온 가족이 집안 꾸미기에 나섰다. 장마 때문에 페인트칠 작업에 애를 먹었지만, 알록달록 포인트 스티커와 소품들을 함께 고르며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 이용래(45)씨는 “평소 가족끼리 쇼핑을 가거나 여행을 자주 간다.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후로는 ‘카카오톡’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소소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더라. 아이들과 네 식구가 함께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며 웃음을 보였다.

순옥씨는 지난해부터 굿네이버스 영등포좋은나무지역아동센터에서 야간보호교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어릴 때부터 가난한 시절을 보낸 그녀는 맘 속에 상처를 지닌 아이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주고 싶었다. 센터 내에서 순옥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같은 존재다. “아이들에게 귓속말로 마음을 전해요. ‘넌 눈이 참 맑고 예뻐’, ‘어쩜 그렇게 마음이 따뜻하니’라고요. 그 작은 이야기도 가슴 속에 소중하게 간직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사랑을 주고픈 마음이 커질수록 전문 상담 지식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이에 순옥씨는 올해 3월부터 한국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재학하며 전 과목 A를 받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공감을 통해 행복한 소통을 이룬 김순옥씨 가정.
공감을 통해 행복한 소통을 이룬 김순옥씨 가정.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그녀의 마음은 자녀와의 소통에서 비롯됐다. 그래서일까.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엄마를 향한 두 딸의 시선은 따뜻했다. 첫째 딸 슬기(22)양이 입을 열었다. “사춘기 시절, 마음이 힘들 때 아무 말 없이 제 손을 꼭 잡고 믿어주는 엄마가 고마웠어요. 무슨 일로 힘들어하는지, 문제가 뭔지 캐묻기보다 제가 먼저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려주셨거든요. 엄마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는 길에 다 털어놓았어요.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라며 공감하고 이해해주셨어요. 그때 이후론 작은 일도 엄마와 함께 나누고 의논하는 게 일상이 돼버렸죠.” 둘째 딸 나래양(20)도 사춘기 때 겪은 한 가지 에피소드를 조심스레 꺼내 보였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훔친 적이 있었어요. 주인아저씨가 ‘당신 아이가 도둑질했으니 와서 데려가라’고 전화를 돌렸어요. 대부분의 부모님이 친구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기도 하셨죠. 저도 걱정하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한테 문자가 하나 왔어요. ‘오늘 나래한테 어울리는 예쁜 옷 사러 가자’는 문자였어요. 주저앉아 한참 동안 엉엉 울었죠. 집에 들어가니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웃으면서 절 안아주시는데 얼마나 마음이 뭉클했는지 몰라요.”

엄병기씨 가정도 소통과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애육원(취학 연령 전의 고아를 수용하여 양육하는 기관)으로부터 소개받은 아이와 10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병기씨 가족은 작은 나눔을 통해 소중한 것을 얻었다. “자녀와 소통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민호, 지연이와 함께 후원 아동을 찾아가서 밥도 먹고, 가방 선물도 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게 됐어요. 5년 전부턴 다른 아동도 함께 후원하고 있어요. 식구가 늘어날수록 행복이 더욱 커진답니다.” 병기씨가 추천하는 소통 방법은 ‘자전거 여행’이다. 3년 전, 아들 민호군과 자전거를 타고 포항에서 부산까지 여행을 떠난 병기씨는 “가족, 학교, 친구 이야기 등 아들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 부산 앞바다에서 함께 야경을 보면서 고민도 나누고, 신나게 총 쏘는 게임도 했다. 민호가 친구들한테 ‘아빠랑 자전거 여행 다녀왔다’며 자랑하더라”면서 소통의 팁(tip)을 전했다.

지난 여름엔 민호와 방글라데시로 해외자원봉사를 다녀왔다. 나보나 남을 먼저 배려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볼 수 있는 아들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어려서부터 부모와 마음을 나누며 소통해온 민호, 지연이는 미래를 그려가는데 두려움이 없다. 나를 믿고 이해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기 때문이다. 병기씨는 “올겨울엔 네 식구 함께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며 연말 소통 계획을 전한다. “부모는 자녀가 힘들고 어려울 때 바로 옆에서 용기를 주는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생각합니다. 제가 아이들의 이야기에 얼마큼 공감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를요. 소통도 결국은 자녀를 향한 사랑의 테두리 속에 포함되는 게 아닐까요.” 부모와 마음을 나눈 대화 속에서 자녀들은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아나간다. 소통이야말로 비전을 가진 자녀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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