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협력의 씨앗’ 뿌리니 미개의 땅이 변하더라

굿네이버스 스티븐 사무장이 전하는 케냐 개발記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정부가 깨어났습니다.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기 시작했어요. 사람이 모이고 마음이 모이니 마을에 활기가 넘칩니다.”

소통을 가로막던 빗장이 풀렸다.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싹트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굿네이버스 케냐 지부, 메구아라(Meguarra) 지역개발사무장 스티븐 씨(Mr. Stephen Ole Tome)는 “협력이란 이름의 씨앗이 뿌리내린 순간부터 메구아라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며 지난 13년간 보고, 듣고, 느꼈던 생생한 현장 사연들을 한 올 한 올 풀어냈다.

마사이족이 살고 있는 마을 케냐 메구아라(Meguarra)에서는 2000여명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균형잡힌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받고 있다.
마사이족이 살고 있는 마을 케냐 메구아라(Meguarra)에서는 2000여명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균형잡힌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받고 있다.

아프리카 동부, 케냐와 탄자니아의 경계에 위치한 메구아라(Meguarra)는 마사이족이 살고 있는 시골 마을이다. 자연과 전통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이 마을엔 약 5000명의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져 유목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집에서 가축을 돌보느라 학교에 가질 않았다. 어린 여자 아이들은 할례 의식을 치른 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남성과 결혼하는 풍습에 따르고 있었다. 열 살 된 여자 아이가 50대 남성과 결혼하는 일이 허다했다. 게다가 마을엔 병원이 없어 주민들은 검증되지 않은 약초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열쇠는 ‘씨앗’이었다. 스티븐씨는 굿네이버스로부터 옥수수, 콩 등을 들여와 메구아라를 농촌으로 가꿔나갔다. 땅을 개간하고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마을 주민들은 협력하는 방법을 자연스레 깨달아갔다. “유목 생활을 하면서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던 그들입니다. 공동체 의식을 배우자 놀라울 정도로 달라지더군요. 회의가 있는 날엔 한 명도 빠짐없이 마을회관에 모여 지역 발전을 위해 밤새워 토론할 정도니까요.”

지역개발위원회가 조직되자 메구아라 지역 내에 퍼져 있던 다양한 문제들이 차례차례 해결돼갔다. 2000여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게 됐고, 여성 할례율이 급격히 감소했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점심 식사는 물론이고 교복과 책가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업교육센터를 운영해 마을 주민들이 다양한 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마을 주민들의 노력은 케냐 정부의 마음도 움직였다. 케냐 정부는 마을 안에 병원을 세웠고, 엄격한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약초 재배 및 조제를 허가하는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다. 과밀 교실을 방지하기 위해 교실 건설 비용을 일부 보조함은 물론 아이들의 수업료도 일부 지원해주고 있다. 스티븐씨는 “지속 가능한 원조와 개발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태도에 달려 있다”면서 희망의 꽃을 피운 메구아라를 향해 응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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