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여름내 쓴 카드 든든한 밥으로 따뜻한 쉼터로

착한카드 여름 캠페인 결산
민정이 눈 수술, 수빈이 언어치료, 디마시 혹 제거 수술
착한카드 포인트 NGO 사업에 쓰여
물품기부·공연 등으로 기업·연예인도 동참

착한카드 캠페인(goodcampaign.net)이 지난여름을 맞아 참여자 2000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착한카드를 통해 모인 기부금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 현장을 돌아봤다.

초등학교 2학년 민정이는 돌이 막 지났을 무렵 침대에서 떨어졌다. 머리에 충격을 받았는데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눈동자의 위치가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두 눈이 사시가 되었다. 민정이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놀림을 받는 게 싫어 쉬는 시간이면 엎드려 자는 척을 했었다. 부모님은 민정이의 눈을 치료해주고 싶었지만 새벽에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고 중국집에서 꼬박 일해 버는 한 달 수입 130만원으로는 민정이의 두 눈을 수술해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한쪽 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민정이는 다른 쪽 눈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한쪽 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민정이는 다른 쪽 눈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그러던 민정이의 집에 요즘 활기가 돈다. 지난 7월 28일에 민정이의 한쪽 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다. 월드비전의 김승열 간사는 “이제 개학을 하면 민정이는 한쪽 눈을 수술한 상태에서 학교에 가게 된다”며 기뻐했다. “거울을 못 보던 민정이가 거울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부터가 김승열 간사에겐 내 일처럼 행복한 일이다.

수빈이는 어려서부터 필리핀인 어머니가 한국인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 이 과정에서 수빈이도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에 노출되었다. 급기야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2010년 9월 수빈이와 수빈이의 누나를 데리고 집에서 나왔다. 갈 곳 없는 수빈이네를 맞아준 곳은 (재)바보의 나눔이 운영하는 시설이었다.

수빈이가 처음 시설에 들어왔을 때 선생님들은 애를 먹었다. 수빈이의 정서가 불안해 보였고 수빈이가 구사하는 언어의 대부분을 알아 들을 수 없어 의사소통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재)바보의 나눔은 수빈이를 위해 미술치료를 실시하고 있고, 한 주에 두 번씩 건국대학교 재활의학과에서 언어치료도 실시하고 있다.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또래 아이들의 평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재)바보의 나눔은 수빈이처럼 가정폭력에 노출되었던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치료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디마시는 전에 없는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기아대책 제공
수술을 무사히 마친 디마시는 전에 없는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기아대책 제공

아이티에선 온 소년 디마시는 한 살 때 생겼다는 손톱만한 크기의 혹이 몇 년 전부터 크게 자라기 시작해 얼굴의 반을 덮고 있었다. 디마시가 한국에 도착했을 당시 의사의 소견은 비관적이었다. “혹으로 인해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고, 안압이 높아 그로 인한 고통도 심하고 숨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28일, 12시간에 걸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던 물혹을 깨끗하게 제거했고 다행히 왼쪽 눈의 시신경이 살아 있어 시력도 0.5 정도로 측정되었다. 치열 교정이 되지 않아 양쪽으로 씹는 게 자유스럽진 않았지만 밥을 먹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병세가 좋아졌다. 지난 6월 24일 한국을 떠난 디마시는 “집 짓는 사람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겠다”는 꿈을 밝혔다.

기아대책은 2010년 9월부터 기존 의료지원사업의 발전적 대안모델로 의료 사각지대 의료지원사업인 생명지기(Saving Life) 사업을 실시해 국내외 저소득빈곤층 환자들의 생명을 살려왔다.

희망나눔학교의 아이들이 지점토로 만든 마을의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희망나눔학교의 아이들이 지점토로 만든 마을의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는 지난 2002년부터 2011년 현재까지 전국 1761개 학교 4만1355명의 결식아동들을 대상으로 ‘희망나눔학교 방학교실’을 진행해왔다. 학교 급식이 중단돼 결식아동이 급증하는 방학 동안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사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09년 여름부터는 ‘중학교 희망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지난달 11일 굿네이버스의 방학교실이 진행되는 보광초등학교를 찾았다. 배식이 시작되자 ‘방학교실’에서 수업을 듣던 아이들과 보광초등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과 후 교실’에 나오는 아이들이 가릴 것 없이 나왔다. 어떤 수업을 듣든지 아이들은 굿네이버스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식판에는 계란 후라이, 양념 돼지고기, 고사리 무침, 소시지, 김치 등 5가지 반찬이 가득 올려졌다. 작은 그릇엔 설렁탕도 담겨 있었다.

굿네이버스 김민지 간사는 “방학 동안엔 아이들이 학력이 뒤처지고 정서적으로 소외되는 것은 물론 결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속적으로 방학교실을 확대해갈 계획임을 밝혔다.

한국 컴패션은 오는 11월 25일,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인도 남부의 잘파이구리(Jalpaiguri)와 부바네스와르(Bhubaneswar) 지역의 18개 컴패션 어린이센터의 423명 어린이들을 위해 학예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학교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학교 교육 외에도 인성과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인도 현지 어린이센터 교사들은 “지독한 가난 속에, 먹고살기조차 힘든 어린이들은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조차 거의 없다”며 이번 학예회를 통해 어린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가난한 지역에서 갖게 된 소외감과 마음의 상처들을 딛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학예회는 어린이들의 부모는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합세할 수 있는 지역 전체의 마을 잔치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이번 학예회는 남인도 현지 컴패션 직원들이 자신들이 돌보는 어린이들 개개인의 적성과 상황에 따라 기획하고 제안했기에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될 전망이다.

미상_사진_착한카드_카드_2011착한카드캠페인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하나SK카드, 월드비전, 기아대책, 굿네이버스, 한국컴패션, (재)바보의 나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해피빈이 함께 하는 기부문화확산캠페인이다. 착한카드를 발급하면 연회비가, 착한카드를 사용하면 포인트가 앞선 사례처럼 한 끼의 밥으로, 수술비로 NGO의 사업들에 기부된다.

착한 카드 발급 외에도 지난여름에는 22개 기업들이 물품기부, 공연기부 등으로 캠페인에 참여했고 연예인 기부 릴레이에는 아이유, 백지영, 애프터스쿨 등 18개 팀 및 개인 연예인이 참여해 애장품 기부에 나서기도 했다.

작은 마음들이 뭉치고 뭉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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