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낙하산 의혹’ 코이카 이사장, 내부 반발 심한 무리한 사업만 강행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통의 문화’를 만들겠다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불통의 끝판왕’이 됐다.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이 내부 인테리어 개편안을 밀어붙였기 때문.
‘소통의 문화’를 만들겠다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불통의 끝판왕’이 됐다.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이 내부 인테리어 개편안을 밀어붙였기 때문.

지난 14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전 직원이 참여한 의견 수렴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김인식 이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무책임한 의사 결정 및 무능한 조직 경영으로 인해 조직 내 혼란과 직원 고통을 초래한 것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이권 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내부가 어수선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발단은 지난달 말 김 이사장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밀어붙인 게 계기였다.

김 이사장은 “구글코리아같이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은 요즘 대부분 ‘오픈 스페이스’로 운영된다”며 “코이카는 사무 공간 단절로 인해 소통 문화가 없어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유를 밝혔다.

책정된 예산은 6억4000만원. 공사의 주요 골자는 ▲파티션을 없애고 ▲벽을 유리벽으로 교체하며 ▲직원 한 명당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겠다는 것.

하지만 직원 반발이 잇따랐다. 직원들은 ‘불통의 핵심이 파티션이 아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라’는 내용의 포스트잇과 대자보를 연이어 붙였고, 내부 익명 게시판에도 반대 글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인테리어 개편안을 공지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26일부터 내부 사무실 철거가 강행됐고, 직원들이 근무하는 와중에 벽과 천장까지 뜯는 작업이 진행됐다.

코이카 내부 관계자는 “먼지 날림과 소음이 심해 경영관리팀에서 직원들에게 마스크까지 나눠주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코이카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개발 원조에 관심도, 전문성도 없는 이사장이 취임했던 것이 갈등의 시작”이라며 “지난 9개월간 말도 안 되는 사업 및 행정 개편을 밀어붙이면서 갈등을 빚다 이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최씨의 독일 인맥으로 알려진 김인식 이사장은 최씨가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서 이권을 챙기기 위해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인 코이카 이사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지난 1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김 이사장은 코이카 최초의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출신 이사장’으로 중임이 확실시됐던 김영목 전(前) 이사장이 갑작스레 경질되고 신임 이사장 공모 이틀 만에 선임되는 등으로 지난해 5월 취임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이후 아프리카에서 푸드 트럭을 활용해 한류와 한국 음식을 전파한다는 ‘코리아에이드’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 실무자들의 반발을 샀다고 한다.

내부 관계자는 “코리아에이드는 국제개발 협력 방향도 맞지 않고 현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뻔해 답답해했는데, 최순실이 이사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 보도 이후 더 이상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나 주먹구구식 사업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코이카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해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 집행되는 전체 ODA(국제개발협력) 예산은 2조7000억원이다. 이 중 코이카는 8493억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구 ODA Watch) 대표는 “한국의 ODA가 성숙해지려면 일본의 자이카(JICA)나 영국의 국제개발부(DFID)처럼 하나의 기관이나 중앙 부처 차원으로 통합돼야 한다”면서 “국제 개발 협력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 있는 수장이 필요하고,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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