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Cover story]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②’아쇼카 재단’ 창업자 빌 드레이튼

“사회적 기업가? 불평 대신 실용적 해답을 찾는 사람”

5만달러 모금으로 시작해… 현재 3500만달러로 성장… 아쇼카 펠로우 선정 과정?… 새로운 생각·창의성·윤리성… 기업가 자질·사회적 영향력의… 5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검토…

“모든 사람이 변화 창조자로… 한국의 ‘아쇼카 펠로우’ 기대”… 지원서ㆍ아이디어ㆍ에세이ㆍ사업장 방문까지… “5단계 거치면 후보 중 12% 정도만 남아”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라고 불리는 사람. 전 세계 100만명이 넘는 사회적 기업가의 롤 모델(role model). 71개국 2800명 ‘아쇼카 펠로우’의 정신적 스승. 모든 사람이 변화 창조자(change maker)가 돼야 한다고 믿는 남자. 아쇼카(Ashoka) 재단의 창업자 빌 드레이튼(Bill Drayton, 67)을 만나기 위해 미국 버지니아주로 찾아가는 길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세계의 Top 10 사회적 기업가 시리즈를 시작하며 어떤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냐는 설문 조사에 빌 드레이튼이 첫손에 꼽혔던 것이다.

인터뷰 전 프로필만으로 접한 빌 드레이튼은 열정적이고 때로는 주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도자였다. 사회적 기업가이면서도,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등과 함께 미국 최고의 지도자 25인(2005년 US 뉴스앤월드리포트)에 뽑힌 이력이나, 하버드 대학(2006년), 예일 로스쿨(2005년) 등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동창으로 선정됐다는 프로필도 이런 심증에 확신을 더했다.

빌 드레이튼의 방은 전 세계 사회적 기업가들이 보내 온 선물과 사진으로 가득한 '사회적 기업 박물관'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비폭력과 대화를 통해 세계를 혁신했던 간디와 넓은 영토를 정복한 후 인간의 자유에 대해 고민했던 인도 아쇼카 황제를 존 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그 때문일까. 그는 재단 내에서 CEO나 창업자 등의 이름이 아닌 '빌'로 불리며 평등하고 자유로운 소통을 중시했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가를 만나고 싶다"던 빌 드레이튼. 6월 초 한국을 방문한다. / 아쇼카 제공
빌 드레이튼의 방은 전 세계 사회적 기업가들이 보내 온 선물과 사진으로 가득한 ‘사회적 기업 박물관’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비폭력과 대화를 통해 세계를 혁신했던 간디와 넓은 영토를 정복한 후 인간의 자유에 대해 고민했던 인도 아쇼카 황제를 존 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그 때문일까. 그는 재단 내에서 CEO나 창업자 등의 이름이 아닌 ‘빌’로 불리며 평등하고 자유로운 소통을 중시했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가를 만나고 싶다”던 빌 드레이튼. 6월 초 한국을 방문한다. / 아쇼카 제공

하지만 빌 드레이튼의 첫 모습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다소 초라해 보일 수 있는 마른 체구. 작은 목소리로 느리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말투.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의 이미지보다는 인도 고승의 이미지가 더 강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는 순간,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사회적 사업과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구분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일을 하며 돈을 벌겠다는 것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혁신적 정신은 차원이 다른 얘기니까요.”

그는 사회적 기업가는 변화를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존의 시스템, 방식, 유형, 나아가 문화를 변화시키는 사람이 기업가(entrepreneur)라는 것이다.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아니면 동네에서건 좀 더 나은 방법, 방식을 떠올리고 적용하는 창조적이고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죠. 하지만 기업가는 다릅니다. 사회적 기업가는 특정한 이슈에 집중하되 그 이슈에 있어서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시스템, 문화의 변화를 꾀하는 거죠. 예를 들어 한 학교가 아니라, 모든 학교들이 안고 있는 이슈와 문제를 해결하는 변화에 관심을 갖는 겁니다.”

어렵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들은 생존 자체에 절치부심하고 있는데, 이 남자, 시스템의 근본 혁신을 말한다.

빌 드레이튼이 세상에 ‘사회적 기업가’로 이름을 내밀기 시작한 것은 1981년이다. 하버드 대학 시절,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아쇼카 테이블(Ashoka Table)이 드디어 ‘공식 이름’을 걸고 세상에 모습을 내민 것이다. 하버드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 예일 로스쿨을 나온 수재라는 꼬리표. 맥킨지 컨설팅 회사와 미국 환경보호국 등 편안하고 보장된 직장을 모두 접었다. 자신의 주머니를 털고 주변의 친구들과 3개의 민간 기관의 도움을 받아 5만달러를 모았다. 그 후 30년. 아쇼카 재단은 매년 3500만달러 안팎을 모금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기업가 자질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들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삶과 사회 주변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불평하거나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어떻게’에 대한 해답을 찾는 사람들이지요.”

빌 드레이튼의 이런 가치관은 아쇼카 재단이 매년 선정하는 ‘아쇼카 펠로우(Ashoka fellow)’선정 과정에도 그대로 녹아나 있다. 아쇼카 펠로우는 전 세계 사회적 기업가들의 ‘명예의 전당’으로,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뽑히면 생활비 지원과 컨설팅 및 교육, 네트워크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우리는 아쇼카 펠로우를 뽑을 때 5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검토합니다. 새로운 생각, 창의성, 윤리성, 기업가 자질과 사회적 영향력입니다. 비전과 목표,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 또는 접근법이 새롭고 창의적일 것을 요구할 뿐 아니라, 적어도 국가적 내지는 지역적 변화를 일으키는 정도의 사회적 영향력을 요구합니다. 게다가 사회적 기업가가 믿음을 주는 사람인지, 윤리적인 사람인지까지 따지니, 매우 까다로운 심사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쇼카 재단의 힘은 바로 이 심사과정에서 뽑힌 사회적 기업가들의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71개국 2800여명의 ‘뽑힌’ 사회적 기업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 변화를 얘기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빌 드레이튼은 최근 브라질에서 취학 전 아동을 위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사회적 기업과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업 훈련과 소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사회적 기업과의 협력 건을 예로 들며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막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해가 생기기 시작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한국도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런 변화 창조자들을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식, 기술, 인적 자원과 네트워크 등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요인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들을 격려하는 문화가 있느냐는 겁니다.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이 꺾이지 않고 격려받는 문화인가, 사회 문제에 대한 변화와 시도가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는 문화인가, 그러한 변화를 시도하는 사회적 기업가들의 도전과 그 과정 중의 시행착오에 대하여 가족, 학교, 이웃, 비즈니스계 등 사회가 격려하는 문화인가가 가장 중요한 핵심 성공 요소입니다.”

모든 사람이 변화 창조자가 되기를 바라는 빌 드레이튼. 그는 한국에서도 ‘아쇼카 펠로우’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미상_사진_아쇼카재단_빌드레이튼_2010세계 최고의 사회적 기업가, 아쇼카 펠로우가 되기란 결코 쉽지 않다. 2009년 아쇼카 펠로우로 선발된 사회적 기업가는 145명이었다. 사실 100만이 넘는 사회적 기업가들 중 1차 추천을 받는 경우도 드문 것을 감안하면, 아쇼카 펠로우가 되는 것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선정 과정은 크게 후보 추천, 1차 인터뷰, 2차 인터뷰, 패널 심사, 아쇼카 이사회 리뷰의 5단계로 이루어진다. 1~2단계에 해당하는 후보 추천과 1차 인터뷰는 아쇼카의 각 국가 사무소 주도로 이루어진다. 엄중히 선발된 추천위원들의 추천을 받아 후보자 개인의 이력, 사회적 기업 활동 및 분야 등에 대해 조사한다.

지원서, 이력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에세이, 추천서 등을 꼼꼼히 검토할 뿐 아니라 사업장도 방문해 조사한다.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후보자에 대한 1차 인터뷰를 통해 다음 단계로의 진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빌 드레이튼은 “인터뷰는 사회적 기업가의 아이디어를 삶 속으로 현실화하는 계획이 무엇인지, 사회적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어떤 혜택이 있고 그 수혜 범위와 정도가 어떠한가 등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질문들이 가득하다”고 했다. 이 1차 인터뷰를 통해 후보자 중 약 20%만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2차 인터뷰는 다른 나라의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빌 드레이튼은 “국적이 다를 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분야에 있어 수년간의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보통 인터뷰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2차 인터뷰 하나만 해도 평균 3~5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선정 과정이 얼마나 철저한지 알 수 있다.

4단계는 패널 심사 과정이다. 아쇼카 국가 사무소는 성공한 사회적 기업가, 일반 비즈니스 분야 기업가, 사회적 기업 관련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 전문가 및 다른 나라의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가들로 평균 5~7명의 패널단을 구성한다. 인터뷰는 이틀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후보는 첫째 날 패널 한 명, 한 명과 각각 일대일로 1~2시간의 인터뷰를 가지며 둘째 날에는 패널단 전체와의 그룹 인터뷰를 갖는다. 이러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패널은 후보 개인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적 기업의 아이디어와 영향력에 대해서 철저히 검토하는 것이다. 이 단계를 마치면 맨 처음 추천받았던 후보 중 13% 정도만 남는다.

마지막 단계인 5단계는 바로 아쇼카 이사회의 검토 과정이다. 아쇼카 각 국가 사무소 대표, 인터뷰 담당자들이 후보자에 대하여 작성한 파일과 패널 심사단의 추천서를 바탕으로 후보자에 대하여 검토해 결정한다. 이사회 심사 과정에서도 1~3명이 추가로 떨어진다. 그 후 처음 후보자의 약 12% 정도만이 아쇼카 펠로우가 된다.

빌 드레이튼은 “선정과정의 단계마다 다른 사람들이 심사자로 투입된다는 것, 그래서 보다 더 공정하고 철저한 분석과 검토가 이루어진다는 것, 매우 깊이 있는 인터뷰가 바탕이라는 점이 아쇼카 펠로우 선정 과정의 강점”이라며 “선발 여부를 떠나 이러한 과정이 사회적 기업가들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고백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버지니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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