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기부 그 후] 반려동물 입양으로 찾은 새로운 행복

노란 빛깔에 까만 입이 도드라져 ‘입이 시키먼 남자’, 줄여 ‘입시남’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 ‘시남이’. 시남이의 어미 개는 중성화 수술이 되지 않은 채 버려져 길을 떠돌다 임신했고, 결국 차가운 바닥과 축축한 벽으로 둘러싸인 유기 동물 사설 보호소에서 시남이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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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남이의 모습. /카라 제공

감기라도 한 번 돌면 시남이처럼 작은 강아지들은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여 마리의 유기견들이 모여있는 보호소는 인력이 부족한 탓에 유약한 아기강아지에게 적합할 정도의 청결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시남이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의 도움으로 홍대에 위치한 깨끗하고 소규모로 운영되는 유기견 입양 카페 ‘아름품’에 새 보금자리를 얻게 됐습니다. 낯선 이에게 경계심이 강하던 시남이는 쾌적한 환경에서 따뜻한 관심과 돌봄을 받으며 점차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입양과 구조에 보태진 4,841명의 힘

지난 6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에서는 시남이가 있던 곳과 같은 유기 동물 보호소들의 시설 보수와 의약품 제공 등 지원 및 유기견 입양을 독려하기 위해, ‘입양으로 강아지 공장을 멈춰주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네이버 해피빈에 모금함을 만들었습니다.

강아지 공장을 통해 한 달에 시장에 경매되는 강아지들의 숫자는 약 2만 마리. 공장에서 격리돼 무수한 강아지들을 낳아야 하는 모견들의 고통은 물론, 넘쳐나는 공급으로 소중한 생명을 언제든 돈 주고 구입할 수 있는 물건쯤으로 생각해 쉽게 사고 버리는 이들 때문에 반려동물들은 끝없는 공포를 겪습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아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안락사의 공포까지. 이 모든 문제들의 중심에 ‘강아지 공장’이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카라는 시민들의 힘을 모으기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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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보호소에서 봉사하고 있는 시민들. /카라 제공

이 취지에 공감한 이는 두 달간 무려 4900여 명, 기부금은 2천여만 원에 달했습니다. 경기도 군포시의 한얼초 4학년 3반 학생들은 스스로 15만 5천원을 모아 내놨고, 비스트 멤버 윤두준의 팬 커뮤니티 ‘러버보이’에서도 그의 생일을 축하하며 2백만 원을 보태는 등 뜻깊은 기부들이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많은 이들이 댓글을 통해 보여준 공감과 지지는 앞으로 잘못된 반려 문화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빨리 강아지들이 좋은 곳으로 좋겠어요.

하루 빨리 강아지 공장이 사라졌으면 해요. 모든 생명은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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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은 사람과 반려견, 사회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일”

모금 후, 시남이에겐 새로운 가족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국제결혼을 한 풋풋한 신혼부부, 김태경 씨와 루이스(Lewis Jarman)씨가 시남이를 입양한 것입니다. 원래 강아지를 분양 받으려 했던 부부는 카라의 강아지 입양 프로젝트를 통해 강아지 공장의 참혹한 상황을 알게 됐고, 입양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고 합니다.

한 가족이 된지 6주도 채 되지 않아 시남이는 태경씨의 말을 알아듣고 손발을 내미는가 하면, 남편 루이스씨는 시남이를 ‘아들(son)’이라 부릅니다. 태경씨는 “시남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땐 우리 밖으로 나오지 않고 낯설어하더니 이젠 집안을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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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남이를 입양한 가정. /카라 제공

“이전에 강아지를 분양 받았던 경험이 있지만, 입양은 더 각별한 느낌이에요. 시남이와 우리 부부가 함께하는 것이 서로에게는 물론, 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시남이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함께 구조되었던 유기견의 새끼강아지 25마리 중 23마리도 입양 완료됐습니다. 카라에서는 해피빈 모금함을 통해 시남이를 비롯한 입양견들에게 예방 접종과 심장사상충 약과같은 각종 의약품, 그리고 실종을 막기 위해 몸에 심는 칩 등 다양한 물품들을 지원했습니다. 시남이가 있었던 곳과 같은 시설보호소에도 의약품 제공 등 도움을 주었습니다. 더 많은 강아지들이 입양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캠페인도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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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넘어 모든 동물에 대한 관심 필요해

그러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에 비해,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농장동물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아직 부족한 편입니다. 풍족해진 우리의 식탁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 당하는 동물들의 삶이 숨어 있습니다. 감금과 학대를 받다 일정 무게가 되면 가차없이 도축장으로 보내지는 수많은 동물들이 그 피해자입니다.

이에 대해 카라에서는 가혹한 축산 공장을 윤리적인 동물 농장으로 돌리기 위해 감금틀 추방 백만인 서명운동, 공장식 축산에 대한 전시회 개최, 그리고 농장동물 사육환경 표시제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살 권리는 모든 동물들에게 동일합니다. 기부를 통해 농장동물들을 위한 변화에 힘을 더해주세요.

http://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30856?p=p&s=rsch <-모금함 바로가기 

(사)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는
2002년, 지구상에서 가장 약자인 동물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봉사단체 ‘아름품’으로 시작됐습니다. 2006년부터 카라(KARA, Korea Animal Rights Advocates)라는 이름의 비영리 시민단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연구와 제안, 개 식용 반대 캠페인, 실험동물 반대, 농장동물의 복지 향상 노력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글/ 김리은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사진·자료/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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