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다음 세대, 창의력이 관건 어릴 때부터 교육받아야”

문화예술교육진흥원박용현 이사장
일본은 박물관·미술관이 7000개 우리나라는 1000개, 중심지에만 있어
정부·기업은 창의 교육 토대 만들고 전 국민은 문화예술 안목 키웠으면

2011 대한민국 문화예술 교육주간이 23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는 109개국 2000여명이 참여하여 ‘서울 어젠다’를 채택, 5월 넷째 주를 ‘문화예술교육주간’으로 공식 지정키로 했다. 올 11월 193개국 회원국이 참석하는 총회에서 의결되면 내년부터는 매년 동일한 기간에 전 세계에서 문화예술교육 주간이 선포된다. 이번 주간은 국제사회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일주일 동안 전국 각지에서 문화예술교육 세미나와 체험 프로그램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의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박용현 이사장(두산그룹 회장)을 만나,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물어봤다. 편집자 주


―왜 문화예술교육입니까.

“기업인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발전이 역사적으로 1·2·3차 산업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는 콘텐츠가 주요 먹을거리가 될 사회가 올 겁니다. 소득 2만달러 까지는 문화예술의 뒷받침 없이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일본이나 선진국을 보면 문화예술의 뒷받침이 있어야 4만달러까지 갑니다. 문화예술은 감성, 창의성, 사고의 유연성을 키웁니다. 다음 세대가 새로운 먹을거리를 만들려면 문화예술교육 기반 없이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미상_사진_문화예술교육_박용현_2011―문화예술에 원래 관심이 많으셨습니까.

“저는 원래 문외한이었습니다. 두산아트센터를 만들면서 그 의미를 재발견했다고 할까요. 모범생이지만 틀에 박힌 생각을 하는 우리들과 일탈적이지만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예술가들이 함께할 때 일어나는 시너지 효과를 발견했습니다. 뉴욕 미술관에 갔을 때 초등학생들이 칸딘스키 그림 앞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쏟아내는 모습을 본 것도 충격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을 접하며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틀에 박힌 교육을 받는 우리 아이들과 멀지 않은 미래에 큰 차이가 있겠다는 깨달음이 왔지요.”

―두산그룹에서는 어떻게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계십니까.

“연극인들이 배고프다고 얘기만 들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이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무용하는 사람들, 판소리 하는 사람들, 다 그렇습니다. 공연만으로 수입이 안 돼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우리가 창작자들을 다 먹여살릴 수는 없지만, 젊은 창작자들의 힘을 돋아주고자 좋은 무대도 만들어주고 상도 주고, 지원금도 마련했습니다. 넓은 세상에 가서 자기 작품세계를 펼쳐보이거나 남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도록 뉴욕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만들었습니다. 두산만의 힘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새로운 사회공헌의 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은 아직도 부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나서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도 그 인식 개선입니다. 전국에 예술강사를 보내서 어렸을 때부터 기초 예술을 접하게 하는 것이지요. 저도 처음에 현대 미술을 접했을 때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자꾸 보니 그 의미가 들어와요. 학교에서 어렸을 때부터 예술을 접하고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면 예술적인 감성이 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 들어 창의 인재로 육성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성과도 나기 힘듭니다. 앞으로의 기업은 창의 인재가 갈수록 중요해지는데, 지금부터 서둘러 교육을 시작해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정부와 기업, 민간이 함께 어린이와 청소년, 시민들이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입니까.

“우선 문화예술교육 관련한 예산을 늘리는 일입니다. 일본에 가면 조그만 온천장에 가도 미술관이 여러 곳 있습니다. 피카소 등 유명 작품 수백점이 있는 미술관도 있어요. 깜짝 놀라 조사해봤더니, 우리나라의 박물관·미술관이 1000개 정도 있는데, 일본은 7000개라고 합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서울 같은 중심지들에만 있지요. 정부와 기업이 나서 도서벽지에도 소규모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자리를 잡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잘 육성된 예술 강사들이 어렸을 때부터 창의 교육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지금 예산 규모로는 창의 인재 육성의 큰 꿈을 꾸기 어렵습니다. 큰 틀을 정부에서 마련해줘야 기업도 동참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칼럼이나 인터뷰를 통해 사회공헌의 중요성을 말씀해 오셨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직원들을 뽑을 때 최종 면접을 직접 합니다. 예전엔 봉급을 1백만원 더 주는 회사에 갔습니다. 요즘 우리 신입사원들 보면 존경받는 회사에 오고 싶다고 합니다. 두산의 모토인 ‘사람이 미래다’라는 것을 보고 온다고 합니다.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을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은 기업에 대한 외부의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있지만, 내부 임직원들의 결속력을 높이는 중요한 활동이기도 합니다.”

―다른 기업들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개인적으로 보면 나보다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이 높은 CEO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분들이 문화예술 창달에 힘을 쓰기보다는 개인적으로 문화예술 작품을 수집하고 소장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유명 음악회에 본인과 가족들은 가지만, 창의적인 미래 인재를 키우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기업은 인재를 통해 삽니다. 우리나라에 인적 자원 말고 뭐가 더 있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동안 머리가 좋고 손재주가 좋아 여기까지 왔지만, 앞으로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살아남습니다. 콘텐츠도 필요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도 필요합니다. 기업 CEO들이 나서서 전 국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데 동참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문예부흥이 크게 일어날 겁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