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기부 그 후]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끼 선물하세요

나는 김이 제일 좋아요. 김만 있으면 돼요.

11살이 된 지현이(가명)는 좋은 게 많습니다. 엄마가 없는 빈집에서 혼자 밥을 차려먹어도, 반찬이 김과 김치밖에 없어도 괜찮습니다. 가죽공장에서 수공업을 하느라 손 마디마디가 휜 엄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식사를 한 뒤에는 힘든 엄마를 위해 설거지까지 마다하지 않습니다. “괜찮아요, 좋아요”는 지현이가 가장 자주하는 말입니다. 엄마는 딸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고기란 걸 알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80만원 남짓의 월급이 들어오는 날이면 일찍 철이든 딸을 위해 고기대신 햄과 소세지를 구워줍니다. 중학생인 지현이 언니와 지현이 그리고 엄마 세 가족이 사는 단란한 집에서 요리하는 소리가 나는 유일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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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tv를 보는 지현이 ⓒ 푸드스마일즈 우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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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는 집의 부엌 ⓒ 푸드스마일즈 우양 제공

뷔페에 온 것 같아요! 이런 음식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그런 지현이의 밥상에 새로운 반찬들이 올랐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좋은 먹거리’를 전달하는 푸드스마일즈 우양에서 해피빈을 통해 기부 받은 모금액으로 균형잡힌 식단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수 없는 여름방학기간 동안 푸드스마일즈 우양에서 보내온 스트로폼 상자가 지현이의 식탁을 책임졌습니다. 스티로폼 상자 안에는 샐러드, 단호박 찜닭, 돼지구이 등 지현이와 같은 초등학생들도 쉽게 해먹을 수 있는 반조리 식품이 담겼습니다. 1개월에 한 번씩은 두부, 콩, 계란, 제철과일 등으로 구성된 영양꾸러미세트도 전달됐습니다. 김이 제일 좋다던 지현이의 젓가락이 쉴 새 없이 다른 반찬을 향해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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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조리 식품 패키지. 반찬 별로 진공포장 되어 조리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 푸드스마일즈 우양 제공

어려운 이웃도 좋은 먹거리를 먹을 수 있게 하자

지현이에게 한 달 분량의 도시락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3만원’. ‘3만원’으로 어떻게 좋은 먹거리를 만들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어려운 이웃들도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자’라는 푸드스마일즈 우양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꼭 유기농과 같은 비싼 식재료는 아닐지라도 국내에서 만들어진 질 좋은 식품들을 발굴해 업체들로부터 대량 구매를 하는 것이죠.

푸드스마일즈 우양의 좋은 뜻에 동참해 식재료를 후원하는 업체들도 있고요, 푸드스마일즈 우양이 운영하는 텃밭에서 기른 채소들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채소재배는 봉사자들이 담당합니다. 푸드스마일즈 우양으로부터 장학금이나 지원을 받은 학생들도 텃밭 가꾸기에 참여해 제철에 맞는 신선한 채소를 길러 전해줍니다. 돕고 돕는 나눔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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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제공하는 특별 간식 꾸러미. 기업에서 후원받은 영양제가 포함됐다. ⓒ 푸드스마일즈 우양 제공

매달 해피빈에는 푸드스마일즈 우양에서 진행하는 다른 먹거리 지원 사업이 올라옵니다. 지현이와 같은 모자가정 외에도 독거노인, 농어촌가정과 해외가정 등 작년 한 해만 총 860가정을 지원했습니다. 로컬매니저가 가가호호 방문해 발굴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들입니다. 물론 동주민센터에서 추천한 기초수급자나 차상위 계층도 지원 대상입니다.

사실 먹거리 지원 사업은, 대상자들에게는 끼니를 해결한다는 면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당장에 얼마가 필요합니다’와 같은 모금 기준이 설정되지 않기 때문에 덜 눈에 띈다는 단점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3개월’ 같이 장기간으로 모금 기간을 잡고 목표액을 지원받는 해피빈의 방식이 모금 활동에 적합했습니다. 한 달에 100가구 모자가정, 총 300만원의 목표액으로, 세 달을 목표 기간으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지현이의 사례가 네이버 메인에 소개되면서 한 달 만에 목표 모금액이 모두 모였습니다. 해피빈을 통해 푸드스마일즈 우양을 알게 되어 건강 스무디를 후원하겠다는 기업이 연락해오거나 정기 후원을 희망한다는 기부자들도 생겼습니다. 

◇줄일 수 있는 건 식비 뿐, 하루 만원으로 온 가구 세 끼 식비 해결해

지현이네 가족이 생활비 중 가장 먼저 아끼는 항목은 식비입니다. 공과금, 월세, 전기세, 학교 교육비 등 고정적인 지출에는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줄일 수 있는 건 식비뿐 입니다. 이는 지현이네만의 사정이 아닙니다. 2012년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30만 원이하의 식비로 생활하고 있는 한부모가정이 70.8%에 달합니다. 온 가족이 세끼를 해결하는데 하루에 만 원이 채 들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엄마가 생계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모자가정은 생활이 더 빠듯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모자가정의 빈곤율은 부자가정에 비해 3배 이상 높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값도 싸고 엄마가 없이도 해먹기 편한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죠. 푸드스마일즈 우양에서 매달 배달하는 영양소를 고려한 식단이 고마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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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스마일즈 우양 제공

지현이의 엄마는 오늘도 공장으로 출근을 합니다. 꼬박 9시간을 일하고 집에 와서도 인형 눈알을 붙이는 부업을 합니다. 문자 그대로 매일 끼니를 챙겨줄 여력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런 엄마에게 우양이 보내주는 먹거리는 큰 위로가 됩니다. 육체적으로 뿐 아니라 한창 클 나이에 좋은 음식을 먹이지 못해 미안해하던 마음에도 말입니다. 우양의 배민정 후원홍보 담당자는 “마포구, 양천구에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기자가 50~100가정이 달한다”고 말합니다. “후원은 돈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있어서 하는 것”이라는  덧붙였습니다. 매달 커피 한 잔 값을 아껴보겠다며 5천 원씩 후원하는 대학생이나 내가 한 가정은 책임지겠다며 3만원씩 후원하는 직장인처럼 후원자들의 사연도 저마다 다양합니다. 

작은 관심이 모여 좋은 먹거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달  우양에서는 독거노인에게 식품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모아주세요. 
http://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33221?p=p&s=rsch


 

푸드스마일즈 우양은? www.foodsmiles.org
이웃과 좋은 먹거리를 나누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지역 사회의 먹거리 돌봄망을 만들고자 합니다. 후원금을 100%로 지원하는 모델을 통해 1999년 독거어르신 먹거리 전달을 시작한 이래로 모자가정, 농어촌가정, 해외가정을 돕고 있습니다.

글/최아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www.betterfuture.kr
사진·자료/푸드스마일즈 우양 http://happylog.naver.com/wooyang1.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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