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뛰고 달리고 춤추며 미래 꿈을 그렸어요”

아동사랑네트워크 Dream Together ‘1박 2일 캠프’

4월 22일 오전 10시, 경기도 남양주 KT덕소사옥의 ‘꿈품센터’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남양주 12개 지역아동센터에서 신청한 70명이 넘는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꿈품센터는 전적으로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KT 이덕순 부장이 말문을 열었다.

“남양주에만 지역아동센터가 50개 정도 있는데, 대부분 남의 건물에 세를 들어 있거나 좁아서 아이들이 마음껏 배우기도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꿈품센터를 만들었어요.” KT는 덕소사옥의 1층에 28평 공간을 내서 아이들이 음악교육이나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공간을 개조했다. 현재 꿈품센터는 전국에 9개가 있고 올해 10개소 정도를 더 열 예정이다.

비전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이 옥수수 모종을 심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비전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이 옥수수 모종을 심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마냥 좋아하는 아이들이 1박2일의 캠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가운데 관광버스 두 대가 도착했다. 관광버스는 하나투어에서 준비했다. 하나투어는 이번 캠프를 위해 아이들의 전체 일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짜고, 여행안내책자를 개발하고 차량을 지원했다. 여행사만이 할 수 있는 재능기부를 한 셈이다. KT와 하나투어만이 아니다. 이번 캠프는 ‘아동사랑네트워크 Dream Together’에 속한 KT, KBS·하나투어·매일유업·정철영어TV·대교·한국건강관리협회가 각자 가진 것들을 재능기부로 내놓아 이루어졌다. 목표는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줄 수 있는 이틀짜리 비전캠프를 진행해보자’는 것이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매일유업의 평택공장이었다. 아이들이 내리자마자 직원들이 나와 아이들을 맞아줬다. 아이들은 위생모자를 손에 받아들고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모자를 잘 쓰세요. 앞머리나 옆머리가 모자 밖으로 나오면 안 돼요.” 소독을 위해 들어간 에어 샤워실에서의 비명을 시작으로 우유와 요구르트의 제조 공정을 유리벽 너머에서 견학한 아이들은 갓 만든 우유와 주스를 시음하는 것으로 견학을 마쳤다. 4학년 진태는 매일 우유를 마시면서도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본 것은 처음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매일유업이 제공한 간식 선물 덕에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로 버스가 들썩이는 가운데 도착한 곳은 수원의 KBS 드라마세트장. 아이들은 크로마키 체험관에 푹 빠졌다. 파란 스크린 앞에 선 아이들은 자신들이 바다나 넓은 풀밭 등에 서 있는 모습으로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나자 함성을 질렀다. 즉석에서 일기예보를 해보고 하늘을 나는 장면을 연출해보기도 했다. “아나운서가 꿈”이라는 6학년 성희는 “국어와 영어를 잘해야 아나운서를 할 수 있다는 것 빼고는 방송이나 아나운서에 대해 잘 몰랐었다”며 조금 더 자신의 꿈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동사랑네트워크는 아이들에게 자신감·꿈·즐거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
아동사랑네트워크는 아이들에게 자신감·꿈·즐거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이런 들뜬 분위기가 곧 가라앉았다. ‘주사 맞으러 간다’, ‘피 뽑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다음 목적지로 가는 버스 안에서 조금씩 퍼졌다. 웬일로 아이들이 얌전하게 버스에서 내린 곳은 수원의 ‘한국 건강관리 협회’였다. “주사를 맞느냐”는 질문에 “엑스레이 흉부촬영을 한다”는 답을 들은 아이들은 한순간에 긴장이 풀렸다. 한국건강관리협회의 내부를 견학하며 질병 예방에 대해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한 명씩 엑스레이를 찍었다. 아이들을 안내하는 의사는 “아이들이 성인보다 폐렴이나 결핵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며 엑스레이를 못 찍는 아이들이 없나 신중히 체크했다.

3개의 일정을 수행하고 도착한 숙소인 원주의 KT리더십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신나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이었다. 뛰고 달리고 춤추고 응원하는 동안 아이들의 얼굴은 즐거움과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이런 자신감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꿈이나 직업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해보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진행된 ‘희망지도 만들기’워크숍에서 아이들은 프로게이머, 축구선수, 수의사 등 다양한 꿈을 명함에 그려 넣었다. 5학년 용석이는 “산업기계를 만드는 기술자가 되겠다”는 꿈을 적었다. 그리고는 벽에 붙여진 다른 아이들의 꿈도 관심 있게 지켜봤다.

호텔 같은 숙소에서의 하룻밤을 마치고 아이들은 원주시 호저면의 매화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전체에 매화나무가 1만5000주가 있어서 매화마을이다. 이하섭 이장은 “평소 같으면 매화꽃이 가득 피는 시점에 맞춰 축제를 열지만 올해는 겨울이 너무 추워 축제를 못했다”고 했다. 이런 마을에 아이들이 찾아와 다시 활력을 일깨웠다. 밭에 옥수수 씨앗과 모종을 심고 매실 장아찌도 만들었다. 수건에 황토 염색을 해서 친구끼리 나눠 갖기도 했다.

크로마키 체험관에서 아이가 하늘을 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장면이 도시의 빌딩숲과 합쳐져서 도시를 나는 장면으로 완성된다.
크로마키 체험관에서 아이가 하늘을 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장면이 도시의 빌딩숲과 합쳐져서 도시를 나는 장면으로 완성된다.

화창한 날씨 속에 아이들은 마지막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의 올레스퀘어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는 대교와 정철영어TV가 준비한 교재가 아이들에게 전달됐다. 아이들의 학습 향상을 위한 두 회사의 배려였다.

마지막 체험학습장인 올레스퀘어에 들어선 순간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탁자 위의 화면이 바둑판으로 바뀌는가 하면 탁자 위에 디지털카메라를 두는 것만으로 사진이 개인 메일로 전송되었다. 20년 후의 생활이 어떻게 바뀔지 미리 볼 수 있는 영상물은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자료였다.

이해철 남양주지역아동센터 협의회 회장에겐 1박2일 동안 아이들이 보여주는 호기심 하나하나가 대견했다. 이해철 회장은 “아이들에게는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격려와 관심도 중요하다”며 “상대적으로 열악한 돌봄을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정서지원은 물론 사회환경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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