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더나은선택] 여성의 그날, 당신을 지켜줄 제품은?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휴지 감싼 깔창을 썼다는 소녀의 사연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생리대는 여성의 보건과 교육, 사회활동에 혁신을 가져온 발명품이자 생필품이다. 반면 안정성과 환경문제 논란으로 끊임없이 ‘대안’이 시도되는 제품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결정을 위해 마련된 ‘더나은선택’, 그 일곱 번째 주인공은 ‘생리대’다. 비교 대상은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 1위 유한킴벌리와 2위 엘지유니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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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람 기자= 저소득층 소녀들의 생리대 문제를 돕기 위해 유한킴벌리는 지난 6월 한국여성재단을 통해 생리대 150만개를 무상지원했다. 엘지유니참도 질세라 한국여성복지연합회를 통해 생리대 29만개를 기부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가격에 있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는 10.6% 오른 반면 생리대 가격은 두 배가 넘는 25.6% 상승했다(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게다가 김승희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일부 제품의 경우 납품가에 비해 판매가가 2.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스크림값을 망쳐놓았던 ‘오픈프라이스’가 여기서도 한몫한 듯싶다. 유한킴벌리는 “기존 제품 가격을 동결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일반형 생리대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엘지유니참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한킴벌리(55%)와 엘지유니참(23%)의 생리대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강미애 기자= 유한킴벌리 사명만큼 유명한 사회공헌활동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시작된 지 올해로 32년째. 덕분에 전국엔 500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졌고, 735개 학교에 87만㎡ 숲이 조성됐다. 더 놀라운 건 여전히 매년 수십억원을 투자, 활동을 유지 및 확대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공유가치창출(CSV) 활동 일환으로, 시니어 비즈니스 전문 소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하반기부터 물리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전문직 은퇴자 또는 경력단절 시니어를 75개 요양시설에 파견하는 ‘시니어케어매니저’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반면 엘지유니참의 대표 사회공헌은 여전히 현물 지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기부금이 0원이었던 점 등에 미뤄보면 지속가능성도 의심스럽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지속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시민들도 계속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주선영 기자=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일회용 생리대가 마음 불편하지만 면 생리대만 고집하긴 어려운 소비자에겐 얼마나 환경을 고려하는지도 중요한 선택 요소다. 2015 사회책임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2014년 친환경산림인증 펄프 약 854억원치를 구매했다. 무분별한 벌목이 아닌, 국제 기준에 따라 지속가능하게 관리되는 산림에서 베는 나무를 원료로 한다는 뜻이다. 전년 대비 8.1% 증가한 수치지만 전체 원료 대비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어 아쉽다.(외국 법인 킴벌리클라크에서는 2014년 기준 전체 원료량 대비 62%가 친환경산림인증 펄프다) 한편, 엘지유니참은 이 부분에서 어떤 입장인지 알 길이 없다. 관심이 없어 할 말이 없는 걸까.

김경하 기자= 정보 공개는 유한킴벌리가 한 수 위다. 홈페이지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PDF 문서로 확인할 수 있고, 우편으로 직접 받을 수도 있다. 약 50페이지가량 되는 보고서에는 이사회 구성과 보상, 활동, 역할 등 지배구조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지속가능경영본부 조직도, 위기관리 프로세스 등 CSR 관련 이슈들이 알기 쉽게 정리돼 있다. 반면 엘지유니참은 주주인 LG생활건강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고 답변했으나, 확인 결과 보고서 내에서 유니참 혹은 생리대 제품 관련 언급이 없었다. 관심이 가는 것은, 상반기 생리대 가격 이슈로 홍역을 앓았던 유한킴벌리가 과연 부정적인 외부 효과까지 보고서 속에 공개할 것인지다. 이젠 기업이 잘하는 것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소비자에게 다가설 때다.

정유진 기자= 두 기업 모두 합작회사다. 유한킴벌리는 유한양행(30%)과 미국 위생제지회사 킴벌리클라크의 헝가리 법인(70%) 합작으로 설립됐고, LG유니참은 일본 생활용품업체 유니참(51%)과 LG생활건강(49%)의 합작회사다. 합작회사라 양 주주가 경영 활동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유한킴벌리에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는 점은 의문이다. 반면 LG유니참은 6명 중 4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또한 해외 기업의 지분 비율에 따라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배당금 945억원(전년 대비 35억원 증가)과 제품별 기술사용료를 킴벌리클라크에 지급했고, LG유니참은 로열티로 지배기업인 유니참에 37억5215만6000원을 지급했다. 어떤 제품을 써도, 웃는 건 해외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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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호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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