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아이들은 보호 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인터뷰

“청소년기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많이 바뀌잖아요.”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16년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해 일해온 현장 전문가다. 성인여성들을 위해 일하던 그가 청소년 대상 성매매 피해를 집중적으로 돕기 시작한 것은 ‘초기 유입’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성매매로 유입되는 아이들 대부분이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로부터 학대, 방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SNS 등을 통해 청소년 성매매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도 문제고요.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매매 유입 경로 90%가 온라인, 모바일···청소년 성매매 위험 확산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 박창현 사진작가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 박창현 사진작가

청소년 성매매가 확산되고 있다. 성매매로 유입되는 초기경로의 90% 이상이 인터넷 및 스마트폰 앱으로 조사되고 있는 것. 조 대표는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하고자 스마트폰으로 직접 앱을 깔고 19세로 나이를 설정한 뒤 채팅방을 개설해봤다”면서 “53세로 등록된 남성이 채팅방에 서 ‘50만원을 줄 테니 지금 당장 만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가 자신을 고등학생이라 소개하고 만남을 완강히 거부했음에도, 쪽지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찍은 사진을 보내는 등 괴롭혔다고 했다. 성 착취를 당하는 청소년들 대부분 부모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매수자가 고발될 위험이 적다. 조 대표는 “이런 사각지대를 노리고 청소년 성매매를 지속하는 남성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은 성매매에 대한 개념이 아직 부족해서 성매수자를 애인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맛있는 걸 사주거나 현금을 주면 성착취를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게다가 청소년들은 성인 여성에 비해 고액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성매수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온라인 청소년 성매매 막는 ‘사이버또래상담’

이에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온라인 청소년 성매매를 막기 위해 ‘사이버또래상담(사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이버또래상담원은 10대때 비슷한 위기를 겪은 청소년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성매매가 이뤄지는 채팅사이트, 어플리케이션, 온라인 카페 등에 직접 접속해 성매매피해 정황이 보이는 여성 및 청소년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등 ‘찾아가는 상담’을 하고 있다. 성매매에 노출된 여성들이 더 이상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설득하고, 센터에서 대면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권유한다. 사이버또래상담원으로 활동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자격증을 따는 등 자립을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센터 역시 이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사이버또래상담원으로 활동했던 2명이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조 대표는 “사이버또래상담원들의 모범이 다른 피해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센터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청소년 성장캠프도 진행하고 있다. 6일간 인성검사부터 건강검진, 직장체험 등 청소년들의 성매매 재유입을 막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 성매매, 보호체계 개선 시급

“먼저 법부터 바뀌어야 해요”

조 대표는 현행 아동·청소년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현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폭행 피해 아동·청소년과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이 구별된다. 성매매에 응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청소년 역시 성매매 방지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자발적 의지라기 보단 알선업자에 의해 성매매를 하게 되는 청소년이 많다. 한 해 20만명에 달하는 가출청소년 대부분, 당장의 생활고 때문에 알선업자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것. 실제로 가출한 여성 청소년 7~10명 중 1명 꼴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조 대표는 “지난해 3월, 관악구에서 알선업자에 고용된 한 여중생이 성매수자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면서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도 처벌이 두려워 스스로 신고하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청소년 성매매 처벌 연령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현행법상 만 13세 이상의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맺을 경우 성매매로 처벌된다. 얼마 전 SBS ‘그것이알고싶다’에서 보도된 ‘하은이 사건’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만 13세 아이가 성매매로 처벌된 사연이 화제가 됐다. 조 대표는 “만 13세의 어린 청소년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졌다고 단정할 수 있겠느냐”면서 “청소년의 책임보다 성인의 책임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아동·청소년의 성매수자의 처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그러나 실제로 3년 이상의 형을 집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십대여성인권센터 내부 전경 /박창현 사진작가
십대여성인권센터 내부 전경 /박창현 사진작가

청소년 성매매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이나 피해 청소년을 보호하는 체계가 없는 것도 문제다. 상담소, 자활지원센터도 없어 대부분의 업무를 민간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예산도 부족하고 환경도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PC 사용 시간이 길어진 만큼 정부의 사이버 청소년 보호체계도 필요하다. 조 대표는 영국과 노르웨이 등이 시행하는 ‘그루밍 행위 처벌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청소년을 성적 목적으로 만나거나 만날 의도를 가진 성인을 처벌하는 제도입니다. 실제 이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가상의 소녀를 온라인에 노출시켜 성매수자를 색출합니다. 실제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정황만으로 처벌을 하죠. 개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선진국에서 이 제도를 시행한다는 건 그만큼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성매매를 한다고 탓하기 이전에 아이들을 보호해야한다는 사회 인식이야말로, 제도 개선보다 시급한 이슈입니다.”

한미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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