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회공헌 분석홈런을 날릴수록, 기부금이 쌓여간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회공헌 분석 <1> 기부금, 사회공헌 현황 

홈런 100만원·안타 10만원 등
선수 기록에 기부금 매칭… 기업 규모·사회공헌 비례 안 해

픽사베이 제공

‘가을 야구’의 운명을 결정짓는 8월의 고비. 순위 싸움이 한창인 각 구단의 나눔 성적표는 어떨까. 특히 올해는 승부 조작, 구단주의 횡령 등으로 선수 및 구단 간의 신뢰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사회공헌 현황을 점검해봤다.

◇기부금 1등은 기아타이거즈… 모기업 규모와 나눔 비례 안 해

기업 규모와 사회공헌 성적이 정비례하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 소속인 프로야구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 기아타이거즈, SK 와이번스,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등 5곳(공정위 2016년 자산총액순). 모기업이 없는 독립구단 넥센 히어로즈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구단 역시 20대 그룹 소속이다. 프로야구는 대기업 총수들의 자존심 경쟁이 펼쳐지는 전쟁터로 여겨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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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준 기부금 규모는 기아타이거즈가 4억898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 자이언츠(3억3479만원·최근 2년 평균), SK 와이번스(2억6960만원), LG 트윈스(2억2691만원), kt wiz(2억2534만원)가 뒤를 이었다. 재계 11위 그룹인 한화가 운영하는 한화 이글스(4171만원)는 NC 다이노스(1억8042만원·시가총액 47위 엔씨소프트 운영), 넥센 히어로즈(5497만원)보다 기부에 인색했다.

유소년 야구단 교육·운영 등 별도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예산 규모는 롯데 자이언츠(8억5550만원·최근 2년 평균)〉SK 와이번스(4억1000만원)〉기아 타이거즈(2억9677만원)〉kt wiz(2억원)〉NC 다이노스(1억8000만원)〉LG 트윈스(1억6000만원) 순이었다.

한편 최근 지배구조의 큰 변화를 겪은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는 기부금 및 사회공헌 ‘대외비’라며 공개를 거부했다(국세청 공시 기준 삼성 라이온즈의 기부금은 2300만원, 두산 베어스는 2795만9000원).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 12월 제일기획에 인수됐고, 2009년부터 두산 베어스 구단주였던 박정원 회장은 지난 3월 두산그룹 회장으로 첫발을 디뎠다.

◇10개 구단 기부 및 사회공헌 분포···취약계층, 미래세대, 지역사회 등 3개 부문에 집중 

10개 구단이 기부 및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는 분야로는 유니세프·세이브더칠드런 등 비영리단체를 통한 취약계층 지원, 미래세대 육성, 지역사회 등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뉘었다.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시범경기 수익금 1억원을 대한소방방제회와 세이브더칠드런에 각각 5000만원씩 기부했고, kt wiz는 (사)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및 한국의료재단 등에 불우이웃 돕기 물품 및 기부금을 전달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선수단 상조회는 지난해 1000만원을 아동 양육과 자립을 돕는 NGO인 ‘SOS어린이마을’에 기부했고, 한화이글스는 다문화가정·독거노인·저소득층 아동 문화예술 후원 등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kt wiz가 진행하는 사랑의 산타 행사 현장 모습. /kt wiz 제공
kt wiz가 진행하는 사랑의 산타 행사 현장 모습. /kt wiz 제공
LG트윈스는 2000년부터 'LG트윈스기 초등학교 야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LG트윈스 제공
LG트윈스는 2000년부터 ‘LG트윈스기 초등학교 야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LG트윈스 제공

 

 

특히 국내 프로야구 구단들은 미래세대를 위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각 구단의 역량에 맞는 사회공헌을 통해 야구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는 것. 10개 구단은 공통적으로 유소년 야구단 운영, 야구대회 개최, 유망주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있었다. LG트윈스는 연고지역 내 아마추어 야구 활성화와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 2000년부터 LG트윈스기 초등학교 야구대회를, 1996년부터는 중학교 야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야구교실(야구야 놀자)’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한 예산만 약 2억원에 달한다.

롯데자이언츠가 지난 해 말 진행한 '논아트(ART)' 재배 현장 사진. /롯데자이언츠 제공
롯데자이언츠가 지난 해 말 진행한 ‘논아트(ART)’ 재배 현장 사진. /롯데자이언츠 제공

SK와이번스 역시 인천·경기 지역 초·중학교 야구대회를 개최할뿐만 아니라 연고지역 초중고 학생 대상 체력측정 및 야구체험 프로그램(SQ프로그램), 다문화 가정 및 취약계층 아동의 무료 야구단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연고지 초·중학교 지원, 신인선수 출신학교 야구용품 지원, 꿈나무 장학금으로 약 2억6000만원을 기부했다. kt wiz도 연고지역 초중고 야구부용품 지원 및 신인 지명선수 학교 지원용품으로 약 1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한화이글스는 2012년부터 초등학교 3~5학년생을 대상으로 프로야구 선수 출신 감독 및 코치의 야구 강습 및 유소년 야구 클럽 활동(한화 이글렛츠 베이스볼 클럽)을 지원하고 있다. 연간 계획에 따라 6개 지역별로 주 1회  야구 클럽을 진행하는 등 체계적이다. 기아 타이거즈는 국내외 야구 동아리 지원을 통해 야구 저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약 3억원의 기부금을 부산지역 폭우 피해 성금,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금, ‘힘내라 부산, 메르스 극복 프로그램’ 후원, 구도부산 사랑의 쌀 기부 등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했다. 지난해엔 부산 강서구 일대의 3600평 규모 농경지에 ‘논아트(ART)’로 불리는 식물 재배 기술을 이용해 1년간 직접 쌀 농사를 짓고, 연말에 부산 지역 불우 이웃에게 전달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NC다이노스는 지역 내 기업 및 기관과 제휴 프로그램을 통해 폭넓은 기부 및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NH농협은행, 네네치킨, 대동백화점, KS마트 등과 함께 소외계층 초청행사 및 물품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좌석 나눔에서 야구팬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참여형 사회공헌’이 대세

프로야구는 대기업 스포츠 마케팅의 대표 주자로 꼽혀왔다. 야구장 관람석에 등장하는 오너들의 모습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야구팬과의 소통을 이끌어낸다는 장점 때문. 실제로는 어떨까. 각 구단이 공통적으로 진행하는 스포츠 마케팅 및 사회공헌으로는 ‘좌석나눔(야구 관람 기회 제공)’이 대표적이었다. 

두산베어스는 나눔이 필요한 단체들을 위해 ‘좌석나눔’을 진행, 2013년부터 총 4만2000여명에게 야구 관람 기회를 제공했고, 롯데자이언츠는 올해부터 지역 소외계층에게 야구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체리테이블(Chari-Table)’ 프로그램을 진행해 총 2억40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SK와이번스는 1000원짜리 행복티켓을 판매하고 해당 수량만큼 고객과 구단이 함께 최종전 홈경기에 소외계층 어린이를 초청하는 기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트렌드로는 10개 구단 모두 기존의 이벤트 중심의 마케팅에서 사회 요구에 맞는 사회공헌을 직접 실행하는 방식으로 변화되는 점이 눈에 띄었다. 

두산 베어스는 백혈병 환우 명예 일일선수 입단식, 발달장애 청소년 오케스트라 애국가 연주, 안면 기형 청소년 시구 등 야구단만이 이뤄줄 수 있는 소원 이뤄주기 프로젝트(두잇포유·DOO IT FOR YOU)를 진행한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사회공헌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청년 창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먹거리 아이템 공모전을 실시, 선정자에게 야구장 내 매장과 임대료 면제 혜택을 제공했다. 올해부턴 지역 여학교를 찾아가 야구 강습회를 진행하는 ‘야구 흥신소’ 프로그램, 부산 지역 초등학교 309곳에 티볼장비를 무상지급하고 선수들의 강습회도 진행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삼성 라이온즈는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야구교실을 운영하고, SK 와이번스는 유니폼에 선수 이름 대신 실종 아동의 이름을 새겨, 실종아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소외계층을 위한 ‘좌석 나눔’에서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SK와이번스는 실종아동 이름을 새기고 경기를 하는 등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SK와이번스 제공
SK와이번스는 실종아동 이름을 새기고 경기를 하는 등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SK와이번스 제공

선수 기록과 기부금을 매칭하거나, 임직원 모금을 통해 지속적인 사회공헌 기금을 마련하는 구단도 늘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은행·병원·타 기업과 연계해 도루 1개당 10만원 적립, 1점당 쌀 적립, 홈런 1개당 10마리 치킨, 끝내기 승리 시 1회당 1명에게 무릎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와 kt wiz는 지난해 해태제과와 함께 홈런존을 운영, 외야에 설치된 홈런존에 홈런을 칠 경우 과자세트를 적립 및 각 150만원씩 기부했다.  

기아 타이거즈는 선수단과 기아자동차 및 구단 임직원이 선수 기록에 매칭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매월 적립(2015년 2억9676만8000원 적립), 저소득층 야구 유망주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거나 몽골 유소년 야구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 kt wiz는 팬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을 정한다. 정규 시즌 동안 회원이 구매한 티켓 금액의 3%, 유니폼 판매금(한 벌당 500원), 애장품 판매기금 등을 적립한 금액을 시즌 종료 후 팬 투표 및 의견 수렴을 거쳐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선수들은 직접 몽골에 방문해 몽골 저소득층 야구 동아리를 지원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KIA타이거즈 선수들은 직접 몽골에 방문해 몽골 저소득층 야구 동아리를 지원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자신의 성적과 기부금을 매칭하는 선수들도 많다. LG 트윈스 박용택·오지환·이병규 선수는 안타 1개당 3만원씩, 봉중근 선수는 세이브 1개당 10만원, 류제국 선수는 1승당 30만원, 정현욱 선수는 세이브 및 홀드 1개당 10만원씩 지난해 총 2698만원을 기부했다.

SK 와이번스 박정권 선수는 홈런 1개당 100만원, 이재원·이명기·나주환 선수는 안타 1개당 10만원, 김광현 선수는 삼진 1개당 10만원씩 적립해 총 7320만원을 기부했다. 

정유진·강미애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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