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기부 그 후] 절반의 삶을 사는 투석환자들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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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겨울, 갑자기 몸이 붓고 피곤이 몰려왔습니다. 처음엔 그저 이혼으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동네 의원에서는 큰 종합병원을 추천했습니다. 진단 결과는 ‘신부전증’. 그 날 이후 15년 동안 유지운(가명)씨은 이틀에 한 번씩 혈액을 인공 투석기로 거르는 투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_환우_힐링여행_제주_여미지_3신부전증은 유지운씨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온몸의 피를 빼서 거른 후 다시 몸으로 넣는 과정을 견디고 나면, 지독한 어지러움에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투석 치료를 받은 날이면 아무도 없는 방에 쓰러져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모든 생활을 병원 투석치료 예약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몸은 늘 병원 근처에 묶여있어야 합니다. 친구를 사귀고 여행을 다니는 소소한 즐거움은 지운씨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일상을 벗어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지운씨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지난해 11월 5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네이버 해피빈에 만성 신부전 환자들의 여행을 위한 모금함을 열었습니다. 목표 모금액은 총 830만원. 장기간 이어진 혈액투석으로 삶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환자들의 사연을 들은 네티즌 2056명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신한은행 임직원들은 자신의 급여에서 흔쾌히 1만원씩을 기부했습니다.

‘작은 돈이지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보탭니다’
‘힘내시고 하루 빨리 건강해지세요’
‘얼마나 힘들지 잘 알아요. 힘내세요’

댓글을 통해 전해진 응원의 메시지는 기부만큼이나 큰 힘이 됐습니다.

제주도에서 보내는 재충전의 시간, 그리고 기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_환우_힐링여행_제주_여미지_2모금이 성공한 후, 지운씨를 비롯한 4명의 투석 환자들은 올해 3월 7일부터 3월 19일까지 총 12박 13일의 제주도 힐링캠프를 떠났습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만성 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투석병동 ‘제주라파의 집’에서 치료와 특별식단, 관광일정을 도왔습니다. 여미지 식물원, 쇠소깍, 아쿠아플래닛 등 아름다운 풍경과 즐길거리 속에서 지운씨를 비롯한 환자들은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운씨와 환자들은 이 때의 여행을 “기적”이라 표현했습니다. 힘겨운 치료의 아픔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투석치료 직후에는 걷는 것조차 힘들었던 이들이 치료 직후에도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게 되는 변화도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만성 신부전 환자들에게 무엇보다도 절실한 것은 ‘장기이식’입니다. 이원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장기이식을 받지 않는 한 투석치료는 평생 해야 한다” 면서 장기이식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2015년 말,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1만5812명. 이 중 1889명만이 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이에 사랑의장기기증본부는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신장을 기증해주신 ‘순수신장기증인’을 위한 모금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순수기증인 분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이들에게 휴식을 선물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내 장기기증 문화의 확산을 위해 날개없는 천자들을 응원해주세요.

 

글/김리은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www.betterfuture.kr
사진·자료/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www.donor.or.kr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는?…

1991년 창립 이래 국내 최초로 장기기증운동을 펼쳐온 국내 최대의 장기기증 운동단체입니다.  현재까지 약 80만 여명의 장기기증 희망자를 등록받아 전체 장기기증등록자의 80%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증자들을 위한 관리프로그램과 환자들을 위한 수술비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혈액투석 환자를 위한 제주도 나들이 여행 프로그램은 사랑의장기기증 운동본부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장기부전 환우 지원 사업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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